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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한나, '센 언니' 이미지? "실제 저랑은 아주 다른 얘기예요"

  • 입력 2016.11.20 11:1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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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종영을 기념한 강한나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워낙 출연작들에서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들이 많다보니 ‘센’ 이미지가 크기도 한데, 직접 만나보니 완전 ‘순딩순딩’하다. 실로 반전인 정도인데.

“(웃음) 저는 사실, 센 거랑은 거리가 먼 정도가 아니라 그냥 아예 다른 사람이에요. 저는 일단, 마음을 독하게 먹지를 않고 나한테 없는 건데 막 가지고 싶다고 욕심을 내거나 그러질 않아요. 물질 욕심도 별로 없고, 그냥 맛있는 거 먹는 거 좋아하고 산책 좋아하고 좀 그런 유형이거든요. 근데 어쩌다보니 이미지가 강한 캐릭터들을 많이 하게 됐는데 그만큼 너무 달라서 더 공부가 되고 연구하게 된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악녀를 표현한다거나 독하거나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연구하는 자체가 저에게는 너무나 새로운 경험인 거죠. 특히 이번 연화로는 해수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있었는데 뭔가 비슷한 연령대의 여자끼리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이런 신경전도 저 자체로는 그냥 해당이 없는 이야기여서(웃음), 사실 너무 피곤한 감정소모잖아요. 그래서 이 느낌은 뭘까 주변에 물어도 보고 연습도 하면서 해수와의 장면을 만들게 됐죠.”

원래 나의 모습은 이게 아닌데, 악녀나 센 이미지로만 부각되는 점에 일말의 억울함은 없나.

“그게, 진짜 제가 아니기 때문에 억울하지가 않아요. 실제 살면서도 뭔가 억울한 일이 있더라도 내가 떳떳하면 된다는, 약간 그런 생각이 있어서(웃음). 근데 예전에 스승님께서 ‘만약 다섯 명 이상이 너에게 ‘차가워, 차가워 보여’ 이렇게 같은 말을 한다면 네가 실제 차갑지 않더라도 그럴만한 행동을 제공한 거다. 그게 싫으면 행동을 고치든지 아니면 그냥 알고 받아들여라.‘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근데 요즘은 연기는 그냥 연기로 봐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인물과 캐릭터로 만날 때와 또 그 배우의 실제 모습은 별개로 생각해주시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고 저도 그동안 연기한 인물들과는 아예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또 그걸 일부러 드러내기보다는 그런 부분들까지도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그렇다면, 실제 나의 모습을 좀 더 가깝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있을 것 같은데.

“네, 있어요(웃음). 시트콤이나 로코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전부터 특히 시트콤을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게, 시트콤을 하면 진짜 많이 배운다고 얘길 들었어요. 희극템포가 제일 어려운 거라고, 그게 진짜 한 끗 차이여서 배우로서 연기를 배울 수 있는 것도 물론이지만 몸이 기억하는 찰나의 템포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되게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에도 시트콤을 해보고 싶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웃음), 언젠가 꼭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시트콤이나 로코, 최근 작품들 중에 하나 예를 들어본다면.

“‘질투의 화신’이요(웃음). 너무 재밌게 봤거든요. 정말 무슨 인생드라마처럼..(폭소). 모든 배우분들이 정말 거기에 딱 맞게 너무너무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시고, 또 드라마가 되게 좋은 에너지를 주잖아요. 뭔가 드라마를 보면서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집에 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질투의 화신’ 봐야지~ 그런 기분 좋은 설렘을 주는? 그런 작품에서 즐거운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역할 저도 꼭 해보고 싶네요.”

많은 캐릭터들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있다면.

“음, 저는 어떤 포인트라기보다도 그냥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게(웃음). 일단 저는 대본을 보면 ‘그래, 이거다’ 딱 마음을 먹기까지가 굉장히 오래 걸리고 결론이 쉽게 안 나는 편이거든요. 이 장면이 요구하는 느낌이나 감정이 뭘까, 내 느낌은 이런 건데 이걸 어떻게 표현하면 더 정확하게 전달될까, 상대 배우에게나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표현되면 좋을까, 그리고 이 장면이 후반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과연 처음 삭 읽었을 때의 느낌이 과연 이게 맞을까? 그런 고민이, 이제 좀 그만하고 싶어도 안 될 정도로 의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그렇게 그냥 매순간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 그런 건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해요.”

혹시 스스로의 기대치에 부족했을 때에는 어떻게 대처하나.

“일단 현장에서는 한 번 더 해보겠다고 말씀을 하죠. 근데 아무래도 현장은 저만 기다려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대본에 대한 고민이 많은 거고, 촬영할 때는 최대한 거기에 집중해서 연기를 하고. 이후에 (방송을) 계속 돌려보기를 하면서 나는 이만큼 생각하고 연기를 했는데 왜 부족했을까 짚어가면서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죠. 계속 시도해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연기의 본질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다음 작품에서 될 수도 있는 거고 또 안 될 수도 있는 거고. 이번에 또는 다음에 안 됐다면 또 다음에, 그렇게 계속 멀리보고 차근차근, 하지만 또 빨리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까 그래서 대본을 더 의심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 같고요.”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이 무엇일까.

“한 번 시작하면 그 매력을 알게 된 이상 멈출 수가 없다고(웃음). 그게 진짜 처음엔 객관적으로 읽혀지는 인물을 내 안에 담는 과정에서부터 그를 이해한 만큼 또 나를 통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그런 고민들과 직접 그것을 표현해보는 그런 것들이 너무나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한 배를 탄 사람들이 다 같이 좋은 작품을 향해서 뜨겁게 나아가잖아요. 그랬을 때 치열한 현장감이나 파이팅에서 오는 뜨거운 느낌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게 결과물로 나왔을 때, 스크린이건 브라운관이건 무대이건, 작은 하나하나가 모여서 큰 하나를 완성했을 때, 뭔가 고생했다는 격려? 보람을 받는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또 굉장히 매력이 있는 것 같고요.”

배우 강한나에게는 어떤 매력이 있어서 많은 작품이 찾아준다고 생각하나.

“음, 그건 뭐 감사하게도 저를 써주시는 분들이 계셔서..(웃음).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감독님들이 공통적으로 저에게 원하셨던 게, 예를 들면 단순히 악한 게 아니라, 단순히 바보 같은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한 인물에게 뭔가 다채로운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항상 감독님들을 만나면 제 역할에 대한 주문이었거든요. 그런 면에 있어서 저는 오히려 생김이나 인상이 강렬하거나 크게 뚜렷하지 않은 게 장점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분장이나 의상에 따라 분위기가 좀 많이 달라질 수 있는?(폭소)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감독님들께서 그런 부분을 보시고 이 친구가 이런 면도 있고 저런 면도 있으니까 오히려 좀 입체적인 인물로 재밌게 만들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해주시는 게 아닌가. 눈썹이나 아이라인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서도 인상이 많이 바뀌니까, 그런 부분도 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웃음).”

그런 정도의 자기자랑이 그렇게 쑥스럽나.

“아우, 아주 미치겠어요. 정말 쑥스럽습니다(웃음). 요새는 자기 자랑도 잘 해야 된다는데 저는 아직 그런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끝으로, 배우 강한나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사실 그게 너무너무 어려워서 뭔가 한 가지로 정리하기가.. 음, 배우는 끊임없이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그렇게 해야 되는 직업이 아닌가 싶어요. 왜냐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역할이라도 그 인물을 내가 진심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그릇이 되지 못해서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할 수가 없는 직업이잖아요. 연기는 흉내 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평생 공부해도 끝이 안날 것 같은, 그래서 더 매력 있고 더 알고 싶고 더 찾고 싶고 나아가고 싶은, 그런 게 제가 생각하는 배우가 아닌가 싶어서 아직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의문에 대해 차근차근 답을 찾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고, 꾸준하게, 계속 열정을 가지고 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멀리까지 오시느냐고 고생 많으셨다는 쑥스러운 인사가 이번 인터뷰에서 강한나의 첫 마디였다. 한 의자에 기자의 짐이 넘치는 것을 보고는 직접 자신의 옆자리로 짐을 들어 옮기던 그녀다. 밝고 털털하고 소탈하고, 꺄르르 웃기도 잘 하는, 딱 20대 싱그러운 청춘의 모습 그대로였다. 평소엔 카페에서 커피마시길 좋아하고 산책을 좋아하고 다큐 마니아에 책 읽기를 좋아한단다. 특별한 스케줄을 핸드폰에 저장하는 외에는 다이어리에 하루의 일을 적어두는 게 취미이기도 하단다. 대화가 길어질수록 그녀를 대표하는 ‘섹시한 차도녀’ 이미지는 온데간데없다. 그녀의 아날로그 라이프 스타일이 보다 신선하게 느껴진 것은 다른 말로 그녀가 그간 훌륭한 배우였다는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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