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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슬픔의 회환, 검에 담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사사로움을 끊어낸 칼날, 관객들의 마음에 파고들 수 있을까?

  • 입력 2015.08.05 22:26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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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한국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무협 영화로 기록될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무협 영화의 틀을 가졌지만 한없이 멜로 영화에 가깝다. 오랜 시간 시나리오 작업에 공을 들인 박흥식 감독은 검에도 사연이 있다는 설정 아래 칼이 지배하던 시대 고려 말, 피할 수 없는 숙명 아래 놓이게 된 세 검객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특유의 섬세한 감성에 화려한 액션, 강렬한 드라마가 더해져 전에 없던 사극 액션으로 완성됐다.   칼이 곧 권력이었고, 천민도 왕이 될 수 있던 혼돈의 시대 고려 말세상을 바꾸고자 뜻을 모아 민란의 선봉장이 된 ‘풍진삼협’의 세 검객 풍천(배수빈)과 월소(전도연), 그리고 유백(이병헌). 하지만 유백의 배신으로 풍천은 죽고, 월소는 풍천의 아이를 데리고 사라진다. 민란 또한 실패로 끝난다.
  18년 후, 유백은 노비의 자식이라는 멸시와 세도가들의 계략에 맞서 살생도 서슴지 않으며 왕(김영민)까지 떨게 만드는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개최한 무술대회에서 월소를 꼭 닮은 검술을 쓰는 소녀를 발견하고 그 뒤를 쫓는다. 한편, 유백의 배신 이후 두 눈을 잃고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가던 월소는 홍이(김고은)가 유백의 무술대회에 나가 그와 마주쳤다는 사실을 알고 18년 동안 감춰왔던 진실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배신으로 엇갈린 세 검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한다.
   <협녀, 칼의 기억>은 아름답다. 영화는 작정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을 스크린에 수 놓는다. 드넓게 펼쳐진 해바라기 평원에 녹색 옷을 입고 나타난 홍이가 무술을 펼치는 첫 장면부터 영화는 아름다움을 표방한다. 아름다운 빛깔로 수 놓인 한복의 자태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는 용상의 위엄마저 스크린은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반짝인다.
  하지만 영화는 너무 무겁다. 유백, 월소, 홍이에 얽힌 드라마의 밀도는 너무 높고, 극 전반을 아우르는 비장미는 한숨도 관객들을 쉬게 만들지 않는다. 밀도 높은 드라마는 관객들을 무겁게 짓누르기만 한다. 월소가 사랑으로 기른 홍이에게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비밀이 숨겨져 있었고, 월소의 사랑은 모든 비극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사랑을 위해 18년 동안 복수를 꿈꿨던 월소의 대의명분은 금새 빛을 잃고 만다.
   <협녀, 칼의 기억>은 당초 작년 연말 개봉을 미루고, 블록버스트의 계절이라 할 수 있는 여름에 최종개봉시기를 정했다. 그래서일까? 계절을 놓친 영화의 포부는 계절과는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비장미로 관객들을 짓누르고, 아름다울 뿐인 스크린의 영상은 관객들의 마음을 확 끌어들이지는 못한다.
  영화의 마지막 절정 시퀀스, 홍이가 유백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는 눈이 내리는 밤, 궁궐 안에서 펼쳐지는 검술은 마치 검무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만큼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팬텀이라는 초고속 카메라를 활용한 슬로우 모션 검술 시퀀스는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장센의 새 지평을 선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데 없이 출중하고 절제미가 넘치는 미장센의 아름다움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사로움을 끊어내고 사랑과 슬픔의 회환을 검에 담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은 8월 13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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