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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리뷰] '김문정 ONLY', 피트 속 오케스트라 무대 위 주인공으로

  • 입력 2019.06.10 14:2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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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화려한 뮤지컬 무대의 숨은 주역들, 피트 안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 주인공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김문정 음악감독의 첫 단독콘서트 ‘김문정 ONLY’를 통해서다.

1997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뮤지컬과 인연을 맺은 후, 김문정 감독은 약 50여 편의 작품과 함께하면서 국내 뮤지컬 성장사의 중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영웅’, ‘맨오브라만차’, ‘데스노트’, ‘맘마미아!’, ‘엘리자벳’, ‘황태자 루돌프’, ‘웃는 남자’, ‘팬텀’ 등 수많은 작품의 음악을 책임졌고 최주영 작곡가와 협업으로 첫 작곡에 참여한 ‘내 마음의 풍금’, 작곡가로 단독 이름을 올린 ‘도리안 그레이’ 등에서는 관객과 평단에 고루 찬사를 받으며 ‘작은 거인 김문정’의 완성을 알렸다.

김문정 감독이 대중에 알려진 계기는 JTBC ‘팬텀싱어’였다. 매서운 눈빛과 촌철살인의 심사평으로 참가자들을 긴장하게 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마주했을 때 조용히 눈물을 삼키는 소녀 감성 김문정 감독의 이중성(?)은 프로그램을 향한 시청자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뮤지컬 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에서 실용음악 전공 후, 최백호의 건반 세션으로 첫 프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이 어느새 20년. 작은 체구에 짱짱한 카리스마를 장착한 김문정 감독은 누구에게는 호랑이 선생님, 누구에게는 엄마, 누구에게는 동지이자 친구가 됐다.

그런 김문정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단독콘서트 ‘김문정 ONLY’를 개최했다.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서울 LG아트센터 열린 ‘김문정 ONLY’는 김문정 감독과 50인의 The M.C 오케스트라, 그리고 그녀의 사람들이 게스트로 함께했다.

본 기자가 관람한 8일 3시 공연은 이번 콘서트를 위해 김문정 감독이 작곡한 ‘ONLY’로 포문을 열었다. ‘믿고 듣는’ 김문정 감독과 The M.C 오케스트라는 첫 곡에서부터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충분했다. 부제는 ‘김문정의 사람, 음악, 소리, 그리고 우리’였다. 그에 걸맞게 게스트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김문정 감독의 스페셜 멘트가 자막으로 등장해 주목을 모았고 그들과의 특별한 인연과 끈끈한 유대가 만들어내는 무대는 실력의 높낮이와 상관없이 때로는 훈훈하게 때로는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김문정 감독은 “음악 감독으로서 무대에서 늘 만들어 놓은 음악을 표현했다면, 이번 콘서트에서는 그동안 소중한 인연들과 가장 잘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보려 했다. 작품에서 인연을 맺은 좋은 예술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무대, 뮤지컬 공연과는 또 다른 구성의 무대를 준비했다.”며 이번 공연의 의미를 전했다.

첫 게스트는 앙상블 시절부터 성장을 지켜본 배우 정선아였다. 현재 중국에서 유학 중인 정선아는 김문정 감독의 첫 콘서트 소식을 듣고 국내 일정에 맞춰 한달음에 달려왔다. “꼭 가서 보겠다.”는 말에 김문정 감독은 “네가 무대에 서야지 무슨 소리냐”며 낚아챘다고 알렸고, 정선아는 앙상블 시절 하도 수다가 많아 혼이 많이 났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선아는 이날 ‘I’ll Only I Love You More(데스노트)’, ‘Naver Enough(위대한 쇼맨)’를 훌륭하게 소화해 뮤지컬 디바의 면모를 뽐냈다.

이어진 무대는 정택운(빅스 레오)이었다. 정택운은 ‘저 높은 곳(마타하리)’, ‘날 시험한 순간(황태자 루돌프)’으로 함께했다. 특히 정택운은 김문정 감독을 평소 ‘엄마’라고 부른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는데 실제 어머니가 공연에 오신 날 김문정 감독을 소개하며 “엄마, 우리 엄마야”라고 했다고 알려 모두의 폭소를 자아냈다. 김문정 감독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았는데, 그 인연을 특별한 인연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친구다. 어렵고 힘들 때 항상 먼저 전화해주는 친구고, 무대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아주 자랑스러운 친구”라고 전했다.

이날 가장 뜨거운 감동의 무대를 장식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최백호였다. 20년의 세월을 넘어 이제는 나란히 거장으로 만난 김문정 감독과 최백호의 무대는 첫 곡 ‘낭만에 대하여’부터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어진 ‘부산에 가면’은 최백호 특유의 덤덤한 듯 진한 감성이 묻어나는 목소리만으로 첫 소절에서부터 객석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보였을 정도다.

노래를 마치고, 최백호는 “김문정 감독과는 20년 전에 (함께했다), 20년 전에는 귀여웠는데 이제는 너무너무 큰 사람이 됐다. 정말 감동적이고 오늘 이 자리에서 노래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에 김문정 감독은 “정말 오래전에 선생님 공연에 세션으로 참여했는데, 어린 저희 멤버들한테도 ‘선생님’, ‘선생님‘ 하시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갓 졸업하고 서투른 솜씨로 연주를 가미해드렸는데 선생님 노래에 오케스트라로 한번 꼭 보답해드리고 싶었다.”며 남다른 감사를 전했다. 그러자 최백호는 “그때는 나도 서툴렀다.”고 화답해 훈훈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백호는 이번 콘서트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Memory(캣츠)’를 선보이기도 했다.

1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이는 배우 황정민이었다. 황정민은 ‘시네마 천국’의 메인 테마를 클라리넷으로 직접 연주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긴장한 탓에 일명 ‘삑사리’가 더러 있었으나 황정민은 침착하게 마지막까지 심혈을 기울여 연주를 마무리했다. 멋쩍은 웃음을 짓는 황정민을 향해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에 김문정 감독은 긴장해서 리드를 세게 물면 삑 소리가 난다고 설명하며 “황정민 씨가 마지막 리허설 때는 정말 완벽한 연주를 해주셔서 우리 오케스트라가 전부 기립했었다. 진짜 이거보다 억만 배 잘하신다. 한 번도 이 삑 소리가 안 났었는데, 그 모습을 보셔야 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재차 삼차 강조하며 본인보다 더 아쉬워했다.

그러자 황정민은 “듣는 분들은 불편하셨겠지만 저는 뭐”라고 능청스럽게 상황을 모면해 폭소를 자아내면서도 “악기는 정말 그냥 취미로 하는 건데 오늘 처음으로 악기를 여러분들에게 선보이는 무대였다. 그렇다 보니까 옆구리가 너무 결려서, 노래 한 곡 하는데 물 열 통은 마신 것 같다.”고 말해 사실은 얼마나 긴장한 무대였는지를 에둘러 전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황정민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황정민은 ‘이룰 수 없는 꿈(맨오브라만차)’으로 특유의 연기를 가미한 무대를 선보여 모두의 환호 속에 무대를 마쳤다.

2부 무대는 조정은이 포문을 열었다. ‘Bring Him Home(레미제라블)’, ‘I dreamed a dream(레미제라블)’에 이어 큰 키 탓에 캐릭터에 맞지 않아 오디션에 탈락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웃음으로 전하며 한풀이(?) 곡으로 선보인 ‘The Last Night Of The World(미스 사이공)’에서는 크로스오버 가수 우정훈과의 듀엣 무대를 선보였고, 전미도와 김주원의 무대 ‘Romanza Quartiere’에서는 김주원과 윤전일의 아름다운 발레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한, 전미도는 이창희와 ‘If You Want Me’, ‘Falling Slowly’ 등 뮤지컬 ‘원스’의 대표 넘버로 관객들과 함께했다.

이어 임태경은 ‘Your Love’, ‘Why God Why(미스 사이공)’로 김문정 감독과 함께했다. 실로 귀호강 무대였다. 임태경은 “우정으로 게스트 무대에 선 것은 처음”이라며 “그만큼 제게는 많은 기억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가진, 김문정 감독님은 그런 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문정 감독은 “말을 안 해도 교감이 되는 아티스트 중 한 분이다. 음악적으로 규칙이 없는 약속을 서로 느끼는 범위가 비슷한 것 같다. 오늘 역시도 그런 경험을 한 것 같다. 같이 무대 위, 아래에서 호흡할 수 있어서 감사한, 소중한 아티스트”라고 화답했다.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이는 김준수였다. 김준수는 ‘쇼팽 INTRO+도리안 그레이(도리안 그레이)’,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모차르트)’로 함께했다. 특히 ‘도리안 그레이’는 김문정 감독의 곡인 만큼 라스트 무대의 의미를 더했다. 김문정 감독은 "도리안 그레이가 김준수 씨의 목소리로 처음 흘러나왔을 때 전율을 느꼈다. 완벽한 도리안 그레이였다."며 각별한 소회를 전했다. 김준수는 “그동안 제 공연만 하다가 (게스트로 왔다), 연말 콘서트도 했는데 그때도 김문정 감독님과 The M.C 오케스트라가 조력자로 함께해주셨다. 이번에는 이분들이 주인공이고 제가 조력자로서 참여하게 됐는데, 도움이 됐나 (모르겠다).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해서 기쁜 마음으로 왔다.”고 전했다.

그러자 김문정 감독은 “아시다시피 준수 씨가 너무 바쁘다. 오늘은 ‘엑스칼리버’ 시츠프로브 첫날인데, 11시에 연습을 하고 바로 왔다. 개막이 얼마 안 남아서 굉장히 예민한 시기인데 정말 의리의 사나이”라며, “그런데 준수 씨가 꼭 필요했다. 왜냐면 달랑 작품 하나 썼는데 거기 주인공이 준수 씨였기 때문에”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에 김준수가 재차 자신이 영광이라고 겸손을 보이자 김문정 감독은 “아니다. 어쨌든 귀한 걸음 해주신 준수 씨께 감사드리고, 서로 이렇게 우정 변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미리 러브콜을 보내는 듯한 느낌을 남겨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김문정 감독과 김준수, 오케스트라 단원 셋이 핸드벨을 이용한 협연 ‘A Lover's Concerto’를 마지막으로 본 공연의 막을 내렸다.

그 외 스페셜 게스트였던 구민진은 ‘나는 나만의 것(엘리자벳)’으로 무대에 올랐다. 한국무용 전공자에서 뮤지컬에 입성, 출산 이후 현재 엄마의 삶을 살고 있는 배우에게 김문정 감독은 그녀가 언제고 무대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녀의 삶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그녀가 부르는 ‘나는 나만의 것’과 어우러져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또한,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다 들어 있는 여행 가방 같은 친구이자 든든한 동지라며 각별한 애정을 전한 배해선은 ‘Don’t Cry For Me Argentina(에비타)’에 이어 ‘I Have A Dream(맘마미아!)’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며 함께하기도 했다. 다만 이 순서에서는 관객들과 '떼창'을 시도한 만큼, 물론 유명한 곡이기는 하지만 가사를 자막으로 보여주었다면 더 쉽게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었을 아쉬움이 있었다.

콘서트의 백미는 역시 앵콜 무대였다. ‘Simba Confronts Scar’, ‘King of Pride Rock+Circle of Life’ 등 ‘라이온킹’의 주옥같은 넘버들이 합창단과 함께해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고, ‘Thank you for the music(맘마미아!)'에서는 김문정 감독을 시작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삼삼오오 릴레이로 노래를 함께하며 모두의 축제를 완성했다. 섬세하면서도 흥겹고 포근한 듯 웅장한 사운드의 향연,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김문정 감독과 The M.C 오케스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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