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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연극 '어나더컨트리' 키워드, #명작 #신인 #이념 #보편성

  • 입력 2019.06.03 09:3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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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연극 ‘어나더 컨트리’ 국내 초연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1930년대 영국의 한 명문 공립학교를 배경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가이 베넷과 마르크스를 신봉하는 이단아 같은 존재 토미 저드, 두 청년을 중심으로 개인과 국가, 이념을 논하며 그들의 성장을 담는다. 1930년대 영국은 대공황과 파시즘의 시대였으며 서구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이 극에 달했다.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는 노동자들과 사치와 허영에 젖은 부유층 사이의 간극은 계속 벌어져 갔고, 그러한 빈부의 양극화와 계급사회는 젊은 세대의 눈에 더없이 부조리하다.

‘어나더 컨트리’에서는 이를 학교라는 작은 사회로 보여준다. 학년으로 형성된 주종 관계의 서열, 교내 계급을 유지하기 위한 학생들의 정치, 자신의 진짜 성 정체성을 확인하면서 명예를 벗어던진 가이 베넷, 공산주의를 신봉하며 교내에서도 계급이 발생하는 행태를 꼬집는 토미 저드 등을 통해 2019년 대한민국 사회를 반추하게 한다.

30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유니플렉스 1관에서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배우들이 교차 출연해 전막을 시연했고, 간담회에는 김태한 연출을 비롯해 ‘가이 베넷’ 역의 이동하, 박은석, 연준석과 ‘토미 저드’ 역의 이충주, 문유강이 참석했다.

작품은 줄리안 미첼의 원작으로 1982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연극으로 초연됐고,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올해의 연극상’과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1984년에는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돼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만큼 ‘어나더 컨트리’는 증명된 명작이지만, 영화 개봉 이후 37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금 연극으로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과연 2019년의 한국 관객들도 이 작품에 매료될 수 있을까.

이에 김태한 연출은 “이 작품은 이지나 예술 감독님께서 어려서 아주 감명 깊게 보신 작품이고, 언젠가 무대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계셨더라. 작품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품이어서 연출에 참여하게 됐다.”며 “시대적으로도 동떨어져 있고 영국이라는 배경, 우리와 많이 다른 문화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이 극은 한 개인이나 단체, 사상, 가치관이 낳는 부조리와 모순점이고 그것으로 파생되는 부작용들, 또는 많은 사상이 충동했을 때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에 대한 고민, 또 그것이 낳는 결과들이 내용을 이루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항상 하는 고민, 현시대의 고민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어나더 컨트리’는 제작사 PAGE1이 연극 ‘아마데우스’에 이어 내놓는 고전 명작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이지나 연출이 작품의 예술 감독을 맡고 배우 김태한이 연출에 처음 도전했다. 이충주는 김태한 연출에 대해 “큰 형님 같은 느낌이다. 부드러운 형님 카리스마로 이번에 새롭게, 재밌게 함께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어나더 컨트리’는 배우들의 조합도 주목할만하다. ‘가이 베넷’ 역에는 무대와 드라마, 영화 등을 넘나드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동하, 박은석, 연준석이 그 주인공이다. 더불어 ‘토미 저드’ 역에는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충주와 공개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문유강이 맡는다.

먼저, 2017년 연극 ‘오펀스’ 이후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이동하는 “회사를 통해 제안을 받았는데 대본이 흥미로웠고, 가이 베넷이라는 인물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연습을 해보니 정말 좋았고, 같이하는 배우들과 스태프들까지 모든 게 다 좋았다. 엊그제 첫 공연을 올렸는데 무대에 선지 1년 반이 넘었더라. 정말 행복하고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이재환 역으로 화제를 몰았던 박은석의 귀환도 주목된다. 박은석은 먼저 “인물이 가진 감정, 고민, 딜레마에 최대한 가까이 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 대사나 상황은 주어져 있지만, 그 설정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해서 연습 기간에 많은 시도를 해보고 과하게도 해보고, 리스크(위험강행)를 많이 내본 것 같다.”며 준비 과정에서의 고충을 전했다.

특히 ‘가이 베넷’이라는 인물은 동성애 코드를 빼놓을 수 없지만, 작품에서는 다만 그의 성장을 설명하는 장치로 등장한다. 표현에서도 모자라지 않고 과하지 않다. 박은석은 역시 그 부분을 강조하며 “우리 작품이 중점으로 두고 있는 이야기는 동성애 코드가 아니다. 거대한 체제와 사상을 영국의 공립학교로 만든 미니어처 버전이다. 여기 17세 아이들이 뱉는 고급스러운 텍스트가 어디에서 왔을까, 당연히 그의 부모들에게서 나왔을 것이고, 그 부모는 또 그 부모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해서 1930년대의 영국 전체 사회를 한 시간 반 안에 이 작은 모델에서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동성애 코드로 한 아이의 성장이 있고, 가이 베넷과 토미 저드가 같은 사회 안에서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면서도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친하다는 것도 좋았다. 굉장히 세련된 작품이고, 정말 좋은 작품을 좋은 과정을 통해 올린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다.”며 작품에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2005년 개봉작 영화 '형사:Duelist'로 데뷔해 드라마에서 꾸준히 활약하다 이번 '어나더 컨트리'로 신인 연극배우가 된 연준석은 "전부터 연극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오디션 기회가 됐다."며 "(드라마와는) 제작 환경부터가 다르더라. 영화와 드라마도 차이가 있지만 연극은 일주일에 한 5일 정도를 팀원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친밀감이 중요한 것 같았다. 평소의 저와 달리 가이 베넷은 낯가림도 없이 굉장히 자유분방한 성격이고 남의 눈치도 안 보고 그냥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친구여서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전했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약 750명의 지원자가 몰린 공개 오디션을 통해 신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 작품이 데뷔작인 배우들도 여럿이다. 시연에서도 일부 배우의 부족한 실력은 단번에 눈에 띄었다. 그러나 신인 배우들만의 신선한 이미지와 에너지는 장점이라 할만하다.

이에 김태한 연출은 “사실 상당히 불안하고 긴장되는 부분이다. 아직 무대 경험조차 없는 배우들도 있고, 신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정말 경험이 적은 배우도 있다. 해서 관객들이 보실 때 익숙하지 않은 낯섦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많이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며 “그럼에도 이런 시도를 한 이유는, 낯설지만 또 다른 배우, 또 다른 연기, 새로운 에너지로 표현될 수 있는 연기나 캐릭터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는 나름대로 재밌었고 보람도 있었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대성공이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계속해서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고, 충분히 보시는 재미도 있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267:1의 경쟁률을 뚫고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발된 문유강은 단연 주목을 모은다. 문유강은 이번 ‘어나더 컨트리’가 데뷔작인데, 영화에서 배우 콜린 퍼스가 맡아 화제를 모았던 ‘토미 저드’ 역에 선발됐고 배우 이충주와 함께 당당히 더블 캐스트로 출연하게 됐다.

이에 문유강은 “부담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고, 주어진 시간 동안 더 많이 고민하고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제가 보기에 저드라는 인물은 공리주의자 같은데, 그것을 탐구하다 만난 것이 공산주의라는 지점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친구가 공산주의에 세뇌당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찾고 탐구하는 본질에 가까운 것이 공산주의였고, 해서 그것을 선택하고, 믿고,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이충주와) 얘기도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토미 저드’를 맡은 이충주는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대극장이든 소극장이든 가리지 않고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좋은 작품에 함께하게 돼 감사하다. 노래 없이 연기만으로 부딪혀야 하는 이곳이 저에게도 항상 굉장한 실험대이고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하는 곳인 것 같다.”며 “너무 냉정하고 시니컬하고 차갑고 권위적으로만 보이면 안 되겠다는 게 숙제였고, 이 친구가 10대라는 점에서 그가 가질 수 있는 감정적 변화들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굉장히 부드럽고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친구여서 많은 저학년들의 선망의 대상이고, 또 이 친구는 본인이 원해서 아웃사이더가 된 친구고, 사람을 진짜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들을 하는 멋진 친구다. 해서 그런 부분들이 잘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들은 5회 매진 공약으로 각자 다른 배역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는데, 그중에 이충주는 “뮤지컬 ‘킹아더’에서도 저는 춤을 추지 않기로 유명한데 이번에 5회 매진이 되면 극 중에 춤이 등장하는데 골반 댄스를 신나게 추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오는 8월 1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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