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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지혜 "'쌈마이웨이' 최애라표 애교 해보고 싶어요"

  • 입력 2018.03.04 09:12
  • 기자명 홍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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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홍미경 기자] 2003년에 SBS 드라마 ‘올인’으로 데뷔한 서지혜. 서지혜는 15년간 연기했다. 단숨에 정상에 오른 톱스타이기 보다 오랜 시간 차근차근 연기와 인기를 쌓아왔다. 주인공이래도 주인공이 아니래도 그는 작품 안에서 팔딱팔딱 숨 쉬며 생명을 불어 넣었다. 그것은 자양분이 되고 에너지가 되어 서지혜 이름 석자가 붙으면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공고히 했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KBS2 ‘흑기사’종영 인터뷰에서 서지혜를 만났다. 그는 ‘흑기사’에서 미모의 디자이너 사론 역을 맡았다. 샤론은 수려한 미모와 빼어난 재단, 재봉 실력을 갖춘 프로페셔널한 여자지만 과거 남편(김래원 분)과 그와 사랑에 빠진 몸종 분이(신세경 분)를 죽게 한 벌로 죽지도 않고 평생 늙지도 않은 채 200년 넘게 살아가고 있는 악녀다.  

드라마는 '도깨비'와 '푸른바다의 전설'을 섞어 놓은 듯 아류작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배우들의 열연으로 방영 내내 화제를 낳았다. 특히 서지혜가 맡은 샤론은 이전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악녀 끝판왕이었지만 내면에 담긴 슬픔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샤론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호평과 ‘서지혜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 한 편 했는데, 4~5개 한 것 같다. 체력은 물론이고 에너지 소모가 컸던 작품이다. 특히 내부에서 실험적인 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장르가 섞여서 그랬던 것 같다. 스릴러, 코믹, 액션, 로코 등이 모두 들어있었다. 악녀 캐릭터였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좋게 봐 주시니 감사하다. ‘재발견’이라는 표현도 기분이 좋았다. 데뷔한 지 오래됐지만 인기나 주목도를 신경 쓰면서 연기했다면 오히려 무척 힘들었을 거다. 그러나 많은 사랑과 칭찬을 받으니 신선한 자극제가 되더라. 앞으로도 버텨내야 할 시간들이 남아 있으니 더 잘 할 수 있는 힘이 될 것 같다” 

- 마지막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 

“마지막 회 방영전 지인들에게는 보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충격적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마지막에 노인 상태에서 불에 타 죽는 장면은 많은 것이 담겨있다. 샤론으로서는 할 것을 다해 여한이 없는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수호(김래원 분)와 해라(신세경 분)의 옷을 만들어주고, 그들이 그 옷을 태울 때 내 몸도 타버리는 장면은 여타 작품과 다른 결론이라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잘 마무리 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잘 마무리 짓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원래 샤론 캐릭터가 죽는 걸로 돼 있었고 잘 나왔던 거 같다” 

- 캐릭터가 워낙 독특했다.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처음엔 조금 어려움이 있었던 게 ‘어떻게 살아왔을까’ 고민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제가 200년 이상을 살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샤론이 어떻게 살아왔을지를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처음 대본을 읽으며 들었던 느낌과 상상을 바탕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중간중간 시대물 형식으로 회상 장면을 촬영하면서 상상력의 빈 곳을 채웠었다. 작가님이 센스 있으시게 샤론의 삶이 느껴지는 대사도 많이 넣어 주셨다. 아메리카노를 블랙커피라고 한다든가” 

- 악역이었는데 무척 사랑받았다. 노하우가 있나. 

“샤론은 정해라를 괴롭히며 악행을 하지만, 안타깝고 불쌍한 여자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픔에 치중했다. 샤론은 첫사랑을 이루지 못한 집착이 크다. 환생했을 때도 그런 감정이 나왔을 것이다. 250년 동안의 묵혀 온 감정이 폭발한 것이었고 그런 극 중 감정 표현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 집중해 연기했다. 또 감독님이 샤론이 너무 무겁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가벼우면서도 뭔가 있는 블랙 코미디처럼 가자고 했다” 

- 후반부에 늙어가는 장면에서 얼굴 그대로여서 지적받기도 했다. 

“그 부분은 설정이었다. 노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하고, 손에 주름이 생기다가 마지막에 샤론이 불타 죽을 때는 얼굴까지 전부 늙었다. 저희는 서서히 임팩트를 주고자 했는데 설정이 잘 전달이 안 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조금씩 조금씩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몰입도가 극에 달했다. 분장하는데 매우 공을 들였다. 분장팀이 주름진 손 한 쪽만 하는데 1시간 30분씩 걸렸다” 

- 극중 김래원·신세경 커플 못지않게 장미희, 김설진과의 호흡도 방영 내내 화제를 모았다. 

“장미희 선생님과는 두 번째 작품이었다. 선생님이 무섭지 않았냐고 물으시는데 소녀 같으신 분이다. 서로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서 그런지 (캐릭터) 해석에 대해 공유하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선생님이 워낙 베테랑이시다보니 잘 맞춰 주셨다. 드라마 속에서 베키랑 샤론이 등을 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대본에 울라는 말이 없었는데도 눈물이 나오더라. 지나가는 말로 연말에 베스트 커플상을 노려 보자고 하기도 했다. 엄마 같고, 친구 같고, 언니 같고, 동생 같기도 했다. 김설진 씨는 처음 대본 리딩 할 때 머리띠 같은 걸 하고 오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드라마는 처음인데, 춤을 전공해서인지 연기가 무척 자연스러웠다. 내가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에서 와인을 마시는 장면을 김설진 씨가 춤으로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샤론의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더라. 매우 놀라웠다”  

- 데뷔한지 15년이다. 열정이 넘치는 20대를 관통해 30대에 이르른 서지혜에게 '배우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20대는 패기와 열정으로 앞만 보고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 잠깐 숨 고르기를 하던 차에 회의가 생기더라. 연기를 계속해야 하는지를 자문하며 고민했다. 그래서 1~2년쯤 쉬었다. 쉬고 있는데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버티는 게 승자'라고 하시더라. 그 말이 굉장히 위로가 되고 다시 달릴 수 있는 힘이 됐다. '한번 버텨보자'라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연기의 깊이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 가끔 '왜 서브 여자 주인공만 하냐'라는 말씀도 하시지만 더이상 내게 주인공과 조연의 차이는 없었다. 목표가 달라지자 보는 눈이 달라지고 깊게 생각할만한 저만의 내공이 생겼다. 인기를 갈구하는 마음에서 벗어나자 지금까지 연예계에서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하더라. 옛날은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관계가 좁아지더라. 지금은 사람들 만나는 것이 편해졌다. 이런 마음가짐이 연기에 그대로 녹아나게 되고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닌 진심이 배어 나오는 것 같다” 

- 늘 도도하고 차갑고 똑 부러지는 역할을 맡아서 그런지 실제로도 그렇게 여겨진다. 이번 새론 역할도 그랬고 실제는 어떤가. 

“배우로서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털털한 편이다. 평상시에는 주위 신경 안 쓰고 잘 돌아다니는 편이다. 집에서 레이스 원피스 입고 십자수나 뜨개질을 할 것 같다고들 하시는데, 완전히 반대다. 다음번에는 밝은 캐릭터를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 연기 변신을 의미하나? 

“특별히 연기 변신을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다. 그때그때 좋은 작품을 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차가운 면과 코믹한 부분도 보여드리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 코믹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드라마 ‘쌈마이웨이’의 최애라표 애교도 해보고 싶다. 물론 망가지는 역할도 들어온다면 해보고 싶다“ 

이제 서지혜는 악녀 샤론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를 입을 준비를 할 것이다. '흑기사'를 통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서지혜를 만났듯,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서지혜를 만나게 되리라. [사진제공= HB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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