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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장승조, '돈꽃' 장부천.."연기하면서 웃을 수 있는 행복은 처음"

  • 입력 2018.02.26 08:1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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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최근 종영한 MBC 주말 특별기획 ‘돈꽃’에서 장부천 역으로 큰 사랑을 받은 배우 장승조를 만났다.

‘돈꽃’은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장승조는 극중 청아家의 며느리 정말란(이미숙 분)의 혼외 자 장부천으로 분했다. 장부천은 초반 철딱서니 없는 재벌3세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후 자신이 청아家의 자손이 아니라는 충격과 친구이자 그룹의 수하쯤으로 여겼던 강필주(장혁 분)가 복수를 정체를 숨겨온 진짜 청아家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스스로 청아家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또한 시작은 가짜였으나 결혼 이후 진짜 사랑을 느끼게 된 나모현(박세영 분)에게도 결국 버림을 받는 아픈 인물이었다.

장승조는 그러한 장부천을 매끄럽게 연기했고 특히 강필주와는 친구이자 형제이자 적인 미묘한 감정이 존재했는데 장혁과의 케미에서도 뛰어난 호흡을 보여주면서 시청률 견인에도 크게 제몫을 보탰다.

그런 장승조에 대해 ‘잘 모르는 배우인데 연기를 굉장히 잘한다.’는 식의 평이 따랐는데 장승조는 실상 뮤지컬 무대에서 이미 입지를 다진 배우다. 2005년 뮤지컬 ‘청혼’으로 데뷔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 ‘늑대의 유혹’, ‘쓰릴 미’, ‘블랙메리포핀스’, ‘마마 돈크라이’, ‘모범생들’, ‘구텐버그’, ‘트레이스 유’, ‘블러드 브라더스’, ‘더 데빌’ 등 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온 베테랑 배우다. 드라마로는 ‘화정’, ‘밤을 걷는 선비’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고 아침 일일드라마 ‘내 사위의 여자’, ‘훈장 오순남’ 등에서 주연으로 출연기도 했는데 ‘돈꽃’이 워낙 배우들의 쫀쫀한 연기 케미가 주목되었던 터라 장승조의 인지도 역시 수직상승했다. 데뷔 13년 만에 대중에게 ‘배우 장승조’를 크게 각인시킨 이번 ‘돈꽃’은 더욱 감회가 남달랐다. 지난 9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장승조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자.

먼저, 명작으로 남은 드라마 ‘돈꽃’을 마무리한 소감을 묻자 드라마라 끝나는 것이 속상하기까지 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그저께 제주도 포상도 다녀왔는데, 5개월 동안 계속 이름보다 ‘부천아’로 불려서 이제는 집에서도 부천이인 것 같아요(웃음). 촬영 마지막 2주전부터 되게 아쉬운 마음이 들고 끝났다는 게 속상하고 한숨도 나고. 제주도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아, 이제 진짜 끝났구나’ 싶더라고요.”

그렇게나 속상했던 이유,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그만큼 사랑을 많이 받았기도 하고 하면서도 워낙 재밌게 했어요. 한번은 장혁 형이 ‘이렇게 조합이 잘 짜인 팀을 만나기가 어렵다, 언제 또 이런 작품을 할 수 있지 모른다, 지금 마음껏 즐겨라’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저는 반대로 이런 작품이 처음이니까 모든 것들이 다 새롭고 너무나 배울 게 많았고 즐거웠죠. 몸이 힘들고 그런 것과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 있었어요.”

철없는 재벌3세부터 이미 출생의 비밀이 노출된 가문에서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장부천이라는 인물 역시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을까. “처음에 감독님과 얘기했을 때,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미움 받지 않는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저도 대본을 보는데 너무 귀여운 지점들이 많더라고요. 해서 감독님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봐도 되겠느냐고 여쭸는데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하셔서 그런 시도는 끝날 때까지 계속했던 것 같아요. 거기에서 부족한 것들은 또 감독님이나 선배님들과 얘기했었고, 그러면서 더 큰 시너지가 온 것 같고요. 사실 후반으로 갈수록 부천이도 점점 변해가면서, ‘복합적인 인물이어서 어려울 것이다’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한 신 안에 너무 많은 감정이 들어있고 표현해야 되는 부분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뒷이야기가 어떻게 맺어질지는 모르지만 최대한 개연성을 찾아서 부천이답게, 부천이스러운 표현들을 많이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만큼 또 선배님들이 잘 받아주셔서 정말 행복했고, 장혁이 형이 정말 많이 도와줘서 너무 고마웠고요.”

그렇게 장부천을 연기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이 캐릭터 자체로 사랑받은 부분이라고 한다. “처음에 작품에 들어가면서, 장부천으로 사랑을 받고 싶었어요. 전에 일일드라마에서는 악역이라는, 기능적으로 미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장부천이 사랑을 받고 싶다’ 그게 목표였어요. 그리고 캐릭터가 사랑을 받다 보니까 작품을 하면서 웃을 수 있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연기하면서 웃을 수 있는 게 이렇게 행복하구나’를 처음 느낀 거예요(웃음). 정말 좋았습니다.”

그러나 일일드라마에서의 경험이 있어 이번 ‘돈꽃’이 잘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오로지 풀샷 원 테이크로 이루어지는 무대에서의 연기와 달리 드라마는 풀샷, 바스트 등을 장면과 배우에 따라 모두 따로 찍어 편집으로 완성하는 작업인 만큼, 가뜩이나 관계와 심리묘사에 더욱 집요한 디테일을 보여준 ‘돈꽃’이 드라마로 첫 작품이었다면 적응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아마 제가 일일드라마 두 작품을 안 했으면 여기서 완전 헤매고 있었을 것 같아요. ‘내 사위의 여자’, ‘훈장 오순남’ 이 두 작품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돈꽃’을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또 드라마가 편집으로 완성되는 작업이어서 시간에 쫓겨 그때그때 급하게 막 찍는 것과 차곡차곡 정성을 들여서 찍는 것과는 많이 대비되는데, ‘돈꽃’을 통해서 그런 맛이나 재미를 크게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만약 ‘돈꽃’이 처음이었으면 다른 현장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을 거고, 사실 모든 현장이 ‘돈꽃’처럼 진행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어우, ’돈꽃‘에서는 그렇게 했는데 여긴 왜 이래? 이러니까 ’돈꽃‘이 잘 된 거였어.’ 뭐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을 텐데(웃음), 일일부터 스탭 바이 스탭으로 오게 된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적응도 좀 편했던 것 같고 앞으로의 행보에서도 좀 더 신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어떤 현장이든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돈꽃’이야 말로 최고의 도전이자 경험이었다고 한다. “이번 장부천이 워낙 사건이나 감정의 폭이 넓었고, 같이 연기하신 선배님들과의 경험이 저한테는 정말 컸어요. 아마 그런 경험으로 저도 또 조금은 성장하지 않을까. 이번 ‘돈꽃’은 여러 모로 뭔가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작가님이 ‘장혁 씨는 카메라를 끌고 간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신선했어요. 저는 무대에 많이 섰던 배우니까 배우가 관객이나 무대를 끌고 간다는 건 충분히 알겠는데 ‘배우가 카메라를 끌고 간다?’ 그건 어떤 걸까, 굉장히 새롭게 느껴지더라고요. 현장에서 장혁 형님이나 이순재 선생님, 이미숙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거 옆에서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특히 이번 ‘돈꽃’은 바스트를 받아서 인물을 끌고 가는 기술, 또 정서적인 것들을 많이 배웠고요.”

엔딩으로 갈수록 장부천이 죽음을 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의견도 제법이었는데, 그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비운의 캐릭터가 장부천이었다. 강필주의 엔딩도 어딘지 시원섭섭하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도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부천이 죽는 거 아니냐고(웃음). 저도 작가님께 ‘저 언제 죽어요?’ 했더니 ‘이렇게 갑니다’라고 얘기를 들었을 때, 뭔가 여운을 남긴 엔딩이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엄마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엄마와 오 기사(박정학 분)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안절부절 하게 되고, 막판에 교도소에 있는 정신이 나간 엄마한테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엄마도 정신 차려서 같이 견뎌내자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작가님은 부천이를 생각하면 ㅂ자만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필주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다시 이 구렁텅이로 들어오게 되고, 모현(박세영 분)이도 그 수모를 겪고도 그 자리에 남아있는, 또한 저도 이미 오부천인데 장부천이 되기 위한 발길질을 계속하고 있는 게 아닌가. 혼자 쓸쓸하게 남겨졌지만 본성은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게 아닌가 싶어서 가장 현실적인 엔딩이 아닌가 싶은 거죠. 사실 죽이려면야 죽일 수 있는 인물은 많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가지 않았던 게, 쉽게 막장 식이 아닌 웰메이드로 남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데, 그들의 철저한 응징이나 죽음과 같은 통쾌한 결말을 원한 시청자들도 많으실 텐데 한편으로 다시 되짚어보면 잔향이 많이 남은 엔딩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드라마 '돈꽃'으로 만난 배우 장승조의 인터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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