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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집에 돌아가기 위한 한 여인과 가족의 사투. 영화 <집으로 가는 길>

  • 입력 2013.12.04 23:11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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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 30대 한국인 주부 마약 운반범으로 검거되었다. 그녀의 신상을 책임져야 할 관계당국은 외면하고, 그녀를 다시 가족의 품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 그녀의 남편이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나라가 외면했었던 이 안타까운 사건이 방은진 감독의 연출로 극화되어 공개된다.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세상 전부인 평범한 아내 정연(전도연). 그녀는 어려워진 생활을 구하려고 남편의 친구 문도(최민철)의 주선으로 원석을 옮기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여권에 처음 도장이 찍히던 날, 그녀는 프랑스에서 마약범으로 몰려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리고 다음해 1월 말, 한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대서양 건너 12,400km 지구 반대편 프랑스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로 이감된다. 말도 한마디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그녀는 하염없이 정당하게 재판을 받기만 기다린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세상 전부인 평범한 남편 종배(고수)는 친구의 배신으로 집과 어렵사리 마련한 가게 그리고 아내마저 잃게 된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한 아내. 그러나 그것은 마약이었다. 지도에서도 찾기 힘든 머나먼 곳에 아내 정연이 수감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아내를 다시 집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갖은 사투를 벌인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연출을 맡은 방은진 감독은 전작 <용의자X>에서도 원작에는 없었던 캐릭터들의 감춰진 감정을 살려냈다면 이번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이보다 더한 감정을 살리는 연출로 여성감독 특유의 밀도있고 세밀한 연출을 선보인다.
  2시간여를 넘기는 상영시간이지만 송정연과 그녀의 남편 김종배의 눈물겨운 이별 이야기와 그들이 다시 상봉하기 위해 발을 뛰는 일련의 상황은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화지만 방은진 감독의 연출은 너무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적절한 호소력과 사실 전달력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이역만리 타국, 말한마디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의지할 곳도 없고, 하소연 할 곳도 없는 심정. 한 여인의 이토록 절박한 상황과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갖은 고충을 마다하지 않는 한 남자의 애달픈 노력이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때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조용하게 흘리는 눈물을 참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약소한 국민을 도와주지 않는, 아니 도움의 손길을 전혀 내밀지 않은 관계당국(외통부와 제불 한국대사관)에 대해 화가 나고 열불이 터질지언정 방은진 감독의 연출의도는 한 아이의 엄마가 오로지 집으로 가고 싶은 절박한 심정에 집중한다.
  에메랄드 빛 바다가 반짝이는 아름다운 휴양지 카리브해의 해변을 향해 저 멀리 집이 있으리라 생각되는 바다너머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정연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그녀의 절박함과 호소력을 전달한다. 안타까운 심정이 그녀에게 동화되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방은진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은 캐릭터와 극 전반의 감정선을 밀도있게 살린다. 전도연은 <밀양> 이후로 절정의 연기를 펼치며 배우와 감독이 이토록 조화롭게 어울리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정도로 영화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선보인다. 756일간의 악몽같은 사투를 다룬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12월 11일 전국 극장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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