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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인화, '내 딸, 금사월'을 마치며 "이렇게 힘든 작품 또 있을까"

  • 입력 2016.03.06 03:4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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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MBC 주말 특별기획 ‘내 딸, 금사월’로 8개월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배우 전인화를 만났다. 

전인화는 1984년 아이스크림 TV광고를 통해 데뷔했다. 1985년 KBS 드라마 '초원에 뜨는 별'로 배우의 길에 본격 들어섰다. 이후 ‘조선왕조 500년 인현왕후’, ‘제 4공화국’, ‘여인천하’, ‘왕과 나’, ‘제빵왕 김탁구’, ‘신들의 만찬’, ‘백년의 유산’, ‘전설의 마녀’ 등에서 활약하며 31년간 믿고 보는 배우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최근 종영한 ‘내 딸, 금사월’에서는 유일한 혈육인 딸 사월(백진희 분)을 지키는 한편 가족의 복수를 향해 평생을 질주한 신득예 역할을 맡아 갖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통쾌한 활약을 펼쳐 ‘사이다 득예’, ‘갓득예’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전인화는 ‘내 딸, 금사월’을 통해 ‘생고생 퍼레이드’의 완결판을 보여줬다. 첫 회, 불길에 휩싸인 장면이나 출산 장면은 고생문의 시작에 불과했다. 와이어 한 줄에 의지한 절벽 앞 실랑이부터 수영도 못하는 실력에 물에 들어가기 일쑤였고 온갖 사고에 1인 2역 연기까지, 게다가 대사는 또 어찌 그리 많은가. 30년 경력의 노련한 배우인 그녀로서도 실로 쉽지 않았다고.

전인화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딸, 금사월’을 무사히 마친 소회를 전했다. 그간 드라마를 많이 했지만 이번처럼 힘든 일정이 없었다며 스스로도 혀를 내둘렀다. “내가 생각해도 1회부터 어쩜 매 회가 그렇게 고생스러운지, 4회까지 대본을 봤을 때는 아 이것만 하면 스튜디오 들어가서 좀 쉽겠지 했는데 한 회도 쉬는 신이 없었다. 20회 가면 좀 나아지려나, 30회 가면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그게 51회 마지막 회에서까지 붕괴사고가 있더라. 보통 마지막 회 촬영은 대게 웃으면서 할 수 있는데 그 마지막 회도 4개 대본을 받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꼬박 촬영했다. 그나마 좀 웃었던 건 첫 회하고 마지막 엔딩에서만 있었던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극중 거의 모든 부분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는데 감정적으로 외롭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사람들이 ‘사이다’라고 하더라. 어쩜 그렇게 이름도 잘 짓느냐”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외로울 사이도 없었다. 매 회 대본이 너무 벅차게 나오니까 그냥 자다가도 벌떡벌떡 깰 정도로 찍어야 될 것도 많고 외워야 될 것도 많았다. 많다많다 하다가 한 번은 정말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A4용지에 7-8장, 대본으로는 세 배정도 되는 건데 그게 결혼식 장면이었다. 그걸 한 이틀 전에 받고 외우려니 밥도 안 넘어가고, 정말 대본을 끼고 하염없이 외웠었다.”고 밝혔다.

그래도 대사가 많았던 어려움은 나은 편이었다고. 그보다는 실로 몸이 힘든 촬영이 더욱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간 연기하면서 그런 신들을 처음 해봤다. 물에 빠지고, 불이 난 가운데서 연기하고 또 붕괴 사고에 무너진 공사장 헤매고 다니고.. 특히 수영장에 빠져서 숨이 넘어가려고 하는 장면은 수영장 물 깊이가 5m인데, 내가 원래 수영을 못해서 나를 누군가가 빨리 구해줘야 하는데 안 꺼내주더라. 두 번을 꼴깍꼴깍하고 정말 물 먹고, 이후에 나와서 기침하는 모습은 그냥 실제였다. 정말 공포스러웠는데 그 와중에도 NG를 안 내려고 그 순간에도 막 계산을 했었다. 그런 상황들 하나하나가 다 정말 힘들었었다.”며 촬영 중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극중 ‘신득예’와 ‘헤더신’ 1인 2역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 부분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헤더신을 얘기했을 때가 가장 충격이었다. 사전에 얘기가 전혀 없었던 부분인데 갑자기 그런 부분이 나와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일주일 전에 캐릭터 콘셉트를 얘기하는데 누구도 알아보면 안 된다, 완전히 다 바꿔야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주일 사이 모습을 바꾸려니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다. 안경도 써보고 염색도 해보고.. 그런 염색은 지금 나이에 하래도 못 하는데 드라마니까 할 수 있어서 재밌었고, 근데 또 휠체어라는 장치가 나를 딱 가두니까, 그냥 멋있게 다니면서 하면 좋은데 앉아서 하려니 그게 좀 어색했고, 하루에도 몇 번을 헤더와 득예를 오가면서 촬영하려니 신이 몰아있으면 좋은데 상황이 그렇지 못해서 분장을 계속 바꿔야 하니까 그런 상황들이 정말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신득예로 큰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전인화는 방송을 모니터하다보면 아쉽게 흘러간 부분들이 보인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아 저 신은 내가 놓쳤구나, 저 신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저렇게 흘러갔구나 하는 부분들도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어떨 때는 2-30신이 득예, 득예, 득예.. 그런 날은 그냥 득예 데이다. 사실 한 신 찍고 호흡하고 한 신 찍고 호흡하고 그러면서 세트에 들어가야 되는데 정말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을 때는 심장이 쿵쿵거리면서 그냥 그 신을 찍어내는, 그런 상황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이정길 분)와 같이 촬영을 한참 했는데 이후에 세트 촬영에서 갑자기 아버지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 ‘아버지!’하면서 감정이 나와야 하는데 그 감정이 갑자기는 안 되더라. 그래서 하루 종일 정말 그 신에 목을 맸다. 내가 어땠을까, 아버지와의 그 상황을 막 상상하느냐고 다른 신들이 비교적 흘러갔는데 그렇게 이후 세트에 들어가서 아버지와 촬영을 하니까 그 때는 온 몸에 전율이 왔다. 그렇게 연기한 부분은 방송을 봐도 그런 감정을 똑같이 느끼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극중 딸로 함께한 백진희가 드라마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감수해야했던 부분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진희를 보면 마음이 정말 짠했었다. 그 친구도 연기생활을 하면서 아마 가장 큰 어려움을 만난 게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해도 욕먹고 저렇게 해도 욕먹으니까 현장에서 표정이 늘 우울해 보였다. 해서 그런 건 괜찮다고, 나도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수없는 욕을 다 먹어봤고, 여기서 아무리 칭찬을 받는다 해도 또 다음 역할에 뒤바뀔 수 있는 거고. 우리는 오늘만이 아닌 앞으로 또 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것을 일일이 담지 말고 그냥 내 역할에 충실하자고 했다. 현장에서 우리는 캐릭터를 받아서 연기하는 입장이니까.. 백진희라는 사람이 욕을 먹는 게 아니고 금사월이 욕을 먹는 거지만 아무래도 젊은 친구들은 댓글에 쉽게 상처를 받아서,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도 상처가 되니까 그 나이에 겪어야 하는 일인가보다 하고 바라봐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막장 작가’라는 원성이 쏟아진 김순옥 작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너무나 안쓰러웠다. 아마 자기가 이렇게 욕먹긴 일생에 처음일 거라고.. 배우들에게 굉장히 미안해하는 모습 보면서 정말 안쓰러웠다.”며 “김순옥 작가는 막장을 쓰려고 쓴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은 극적인 것을 좋아하는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어떻게든 이야기를 풀어가려다 보니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사건사고를 일단 펼쳐놓고 막 쓰긴 쓰는데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상황들이 되고 막장논란에 들어서면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 건데, 한번 타겟이 되니까 계속 집중사격이 된 것이 아닌가.. 그런 부분이 참 아쉽고, 그래도 우리끼리는 더 힘을 내서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사실 김순옥 작가가 굉장히 사람이 좋고 호탕한 분이서 더 안타까웠다.”며 김순옥 작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부부이자 철전지 원수로 긴 호흡을 함께한 배우 손창민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손창민 씨는 참 반듯하고 성품이 좋은 분이다. 헌데 그런 분이 악역을 한 거다. 악역이면서도 ‘귀요미’가 보일 수밖에 없는 건 그 분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있는 것 같았다. 악역이라고 해서 일부러 너무 소름끼치는 악한 모습으로만 연기했으면 화면에 보기에도 거부반응이 올 수 있는데 현장에서도 워낙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주셨고 분량이 많은데도 그 분도 역시 즐겼던 것 같다. 많은 분들을 끌어가는 책임감으로 잘 해준 것 같아서 거기에 또 나 역시 지치지 않고 같이 갈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며 상대역으로 호흡한 손창민의 공을 높이 샀다.

끝으로 전인화는 “8개월 동안 드라마를 하면서 매 맞는 글도 보고 용기를 주시는 글도 보면서 글 하나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금사월’을 통해 너무나 큰 사랑을 받은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고, 빨리 또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내 딸, 금사월’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전인화는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고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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