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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궁민, 큰 도전이었던 두 악역의 성공이 남긴 또 다른 도전

  • 입력 2016.02.24 18:2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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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배우 남궁민이 두 작품 연속, 역대급 악역 캐릭터를 탄생시킨 가운데 영화 '베테랑' 속 '조태오'와의 차별화까지 성공하면서 안방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935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배우 남궁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남궁민은 최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에서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남규만’으로 분해 극중 서진우(유승호 분)와 끝장 대립으로 극 전체의 긴장감을 이끈 한편, 안하무인 포악함에 코믹까지 장착한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려 ‘남규만’을 역대급 악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남궁민의 악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미 전작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서 ‘권재희’ 역을 통해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연기하면서 안방극장을 쫄깃하게 만든 바 있다. 연달아 두 번의 작품에서 악역을 선보인 남궁민은 희대의 악역이라는 비슷한 조건에서도 두 캐릭터의 극명한 대조를 그렸고, 뿐만 아니라 드라마 방영 직전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베테랑’ 속 유아인의 ‘조태오’와도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조태오’는 극중 상위 0.1% 상류층의 갑질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급기야 살인까지 이어지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또 다른 악행이 난무한다는 설정이 매우 유사해 과연 ‘조태오’와 다른 ‘남규만’이 가능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지난 제작발표회에서도 맥락을 같이 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궁민은 “무엇보다 연기하는 사람이 다르고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표한 바 있었다. 그의 약속은 실현되었고, ‘남규만’은 안방극장에서 또 하나의 역대급 발암 캐릭터에 등극했다.

인터뷰에 나선 남궁민은 제작발표회에서보다 다분히 핼쑥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간밤에 한잔 걸친 술이 원인이라는 너스레와 함께 최근 자신의 연출작 단편영화 '라이트 마이 파이어'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라는 근황을 전하는 것으로 본격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첫 질문으로 몇 달간 ‘남규만’으로 지냈는데, 생활 속에 그 여파가 존재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오히려 그 반대란다. 남궁민은 “캐릭터가 되게 힘든 캐릭터였어서 그런지 오히려 그 어떤 작품보다 빨리 빠져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간 수요일이 되면 방송을 보면서 모니터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진우에게 정말 미안했다. 남궁민으로 화면을 보니까 남규만이 너무 미웠고, 그러다 촬영현장에 가면 그토록 싫어하는 사람을 내가 연기해야하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 있어서 남규만을 연기하려면 예열이 좀 필요했다. 작품에 임하는 동안 남규만 같이 생각하고 남규만 같이 말하고 그런 부분들이,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계속 의식을 하고 있었어야 해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뭔가 삭 수그러드는 것 같아서 맘이 후련하다. 스스로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확실히 전보다 화를 좀 잘 내는 것 같고 사람과 부딪히는 것을 좋아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드라마를 시작했을 때는 너무 여리고 착한 이미지라 남자다운 캐릭터나 악역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헌데 요즘은 내가 웃기만 해도 무서워서 집중이 잘 안 된다는 소리도 하더라(웃음). 원래 내 성격은 그냥 평범하고 조용한 편인데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많은 인물들을 연기하는 동안 그 인물들의 잔상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진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닐까, 특히 남규만은 방송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화를 낸 인물이다 보니 일상에서도 예민한 모습을 종종 드러냈는데 그걸 다 참아주고 안 나가고 붙어 있는 우리 소속사 스태프들이 정말 고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남궁민이 생각하는 남규만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가차 없이 “상 또라이.”라고 답했다. “연민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악질 중의 악질”이라며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임에도 무차별 독설을 퍼부었다. 보통 악역을 연기한 배우들의 대부분은 ‘그 사람이 왜 악역이 되었나, 왜 그럴 수밖에 없었나.‘ 등의 합리화 내지 연민을 부여하는 것에 반해 참으로 명쾌하고 속 시원한 대답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남규만‘ 역시 어려서부터 당연시된 환경적 요인이 그를 괴물로 만든, 해서 그 역시 피해자라는 온정(?)의 의견도 상당하다. 이에 남궁민은 “그렇게 봐주신다는 건 어쨌든 감사한 일이다. 큰 관심으로 그런 말씀들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서 대놓고 표현하지 못했음에도 순간의 눈빛이나 몸짓에서 그런 면모를 찾아주셨다면 정말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며 겸손한 대답을 덧붙였다.

그에 이어 ‘조태오’와의 차별화에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벌 망나니라는 큰 구도가 비슷할 뿐,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모든 부분이 달랐다. 제작발표회에서의 말을 어느 정도 책임을 진 것 같아서 나름 자부심은 가지고 있다.”고 자평하면서 "최근에 연기 잘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연기가 갑자기 늘었던 것은 아닌데, 그만큼 이번 작품을 많이들 사랑해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와 관련해 전작 '냄새를 보는 소녀' 속 사이코패스 살인마 '권재희'를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권재희는 그래도 매너는 있었다. 남규만은 정말 밑도 끝도 없다. 오죽하면 한진희 선생님께서 얘는 뇌를 한 번 분해해서 봐야한다고 말씀하시더라 (웃음)."며 "그동안 주로 내면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권재희는 굉장히 차갑고 내면적으로 날카로운 면을 가지고 있어서 비교적 어렵지 않았는데 남규만은 정말 외형적인 인간이고, 조금만 화가 나도 참지 못하고 흥분하는 성격이라 과연 이게 될까 싶었다. 대사 리딩 때도 지금껏 연기와 달라서 삐걱거리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뭔가 도전과제를 잘 완수한 느낌이 들어서 굉장히 재밌었다. 다음에 다시 선한 연기를 하면 시청자 분들이 또 어떻게 봐주실까 그것이 또 다른 도전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께 호흡한 이창민 감독에 대한 감사를 강조하기도 했다. 남궁민은 “감독님은 내가 남규만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처음부터 끝까지 믿어주셨다. 항상 좋다고, 재미있다고 해주시는 말씀에 내가 남규만을 잘 하고 있구나 생각할 수 있었고 굉장히 큰 힘이 됐다. 그간 배우들이 상을 받으면서 수상소감에서 감독부터 스태프들을 나열하면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사실 식상하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이번 경험으로 그 말의 진정성을 알게 됐을 정도로, 감독님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만약 다음번에 또 악역이 들어온다면 응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나는 괜찮은데 주변에서 온갖 우려가 들려올 것이 뻔하다(웃음). 다만 나 스스로도, 악역이 들어온다면 TV방송에서의 모습은 아니지 않을까 한다.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악역 캐릭터는 특히 최근에 여러 인물들이 많이 그려졌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고, 이와 또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에서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형태라면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남규만’을 연기한 소회로 그는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했고, 연기를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항상 묻는데 혹시 19, 20회 막바지로 오면서 슬렁슬렁하는 건 아닐까 그런 물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는 칭찬을 해주고 싶고, 어떤 역할을 맡든 모든 분들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열의 열 명을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열에 여덟은 만족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음번에 다시 착한 역할을 한다면 또 지금처럼 그냥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배우 남궁민이 악역 전문 배우로 이미지가 굳어지지 않을까 염려하시는 분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을 수 있도록 다음에는 진한 인간애를 가진 캐릭터로 돌아와서 남규만 때 했던 ‘잘 해내겠다’는 약속을 그 때에도 꼭 지키도록 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시 생각하면 그는 사실, 선하고 자상한 인물이나 '백마 탄 본부장'님 역할을 주로 해왔다. 잘하던 것을 다시 잘 해보겠다는 그의 각오가 무척이나 남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권재희'와 '남규만'의 여운이 짙은 때문이리라.

한편, 남궁민은 오는 3월 27일, 2년 만에 일본에서 팬미팅을 진행하고, 중국과 태국 등에서 쇄도하는 팬미팅 요청을 조율 중에 있다. 또한 본인이 연출을 맡은 25분짜리 단편영화 ‘라이트 마이 파이어’의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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