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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뗄 수 없는 우아한 미장센! 영화 <자객 섭은낭>

  • 입력 2016.01.27 22:38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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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제68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 제52회 금마장에서 작품상 포함 5개부문 최다 수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연출한 <자객 섭은낭>은 기존 무협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우아한 미장센으로 관객들을 단숨에 스크린 속으로 빨아들인다. 영화는 정혼자와 이별 후 자객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검객 ‘섭은낭’이 사랑했던 남자 ‘전계안’의 암살명령을 받게 된 후 갈등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위관료의 딸로 태어났지만, 정혼자였던 전계안(장첸)과의 이별 후 부패한 관리를 살해하는 암살자로 키워진 섭은낭(서기). 어느 날, 스승(허방의)으로부터 위박 지역의 절도사이자 자신이 과거 사랑했던 전계안을 암살하라는 명을 받는다. 자객의 정도와 사랑, 일생일대의 선택 기로 앞에서 은낭의 마음은 흔들리게 된다. 계안을 찾아 칼을 겨누게 된 은낭은 번번히 실패하고, 결국 새로운 운명인 마경소년(츠마부키 사토시)과 함께 신라로 떠나게 된다.
   <자객 섭은낭>은 고요, 고독, 그리고 관조로 이미지와 내러티브를 이어간다. 영화는 무협 액션 장르지만, ‘무엇보다 현실에 기반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감독의 연출론처럼 관조적이고 정적인 시선으로 인물을 바라보며 새로운 방식으로 무협을 이야기 한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롱숏, 롱테이크로 이루어진 특유의 연출 스타일이 반영된 액션과 감각적인 영상미가 어우러진 <자객 섭은낭>으로 ‘새로운 무협영화’를 완성해 내며 거장의 인장을 확실히 새긴다.
  영화는 클로즈업이나 과장된 영상을 사용하지 않고 멀리 칼싸움 현장으로 부서지는 햇살, 은낭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붉은 노을 등을 캐릭터화하면서 자연과 배경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관객들은 기존 무협영화의 요란함과 과장 대신에 ‘고요’속의 칼의 긴장과 자연의 ‘충만함’ 가운데 펼쳐지는 아름다움 속에서 인간들의 두려움과 헛된 욕망을 발견하게 된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미쟝센으로 아시아 촬영감독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리 핑빙 촬영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기 위해 프롤로그를 흑백으로 촬영했고,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1.37:1과 1.85:1 비율을 오가며 촬영해 독창적인 무협영화를 만들어냈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판타지 대신에 리얼함, 그리고 인륜의 정을 끊지 못해 냉혈한이 될 수 없었던 자객 섭은낭 내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은 필요 이상의 대화를 나누지 않을뿐더러 카메라는 칼과 활에 맞아 피 흘리는 사람을 비추지 않는다. 감독은 어린 나이에 어른들의 정치싸움에 이용되어 원치 않던 칼의 길을 가야 했던 섭은낭의 슬픔과 아픔을 담담히 담아낸다. 단지, 고독한 표정이 그녀가 지닌 아픔의 깊이를 대신해주고 살인 앞에서의 머뭇거림은 살생하는 킬러가 될 수 없음을 드러낸다. 
  흑백이라기 보다는 은빛으로 빛나는 미장센의 아름다움, 격렬하고 피가 튀기는 무협액션씬으로 점철되기 보다는 고요한 정적에서 벌어지는 고독한 액션. 무협영화지만 정적인 이미지만으로도 스토리가 진행되는 눈을 뗄 수 없는 우아한 미장센을 자랑하는 영화 <자객 섭은낭>은 2월 4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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