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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역사를 잊지 않는 영화 <26년>

  • 입력 2012.11.23 00:15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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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시대 최고의 스토리텔러 강풀의 원작 '26년'이 제작과정의 우여곡절 끝에 영화로 완성되었다. 강풀 작가는 "우리세대보다 어린 세대들이 5.18과 8.15를 헷갈려 한다. 그건 그 친구들 잘못이 아니다. 나이가 좀더 들고 알고 기억하는 우리가 제대로 전달자 역할을 못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만화를 재미 위주로 그렸는데 이번 만화는 광주를 기억하게 하고 싶었다는 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잊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만화 '26'년을 그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영화<26년>의 제작진은 '제작두레'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하여 소셜 네트워크 기반으로 펀딩을 형성하여 1만 5천여 명, 실 입금액을 기준으로 7억여 원의 제작두레 회비를 모아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26년>은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조직폭력배, 국가대표 사격선수, 현직 경찰, 대기업 총수, 사설 경호업체 실장이 26년 후 바로 그 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작전을 펼치는 액션 복수극이다. 영화는 1980년 5월에 일어난 광주의 아픔을 재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26년이 흐른 '현재'로 시점을 옮겨 그 날의 비극이 결코 박제된 역사가 아닌,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아픔과 상처라는 점을 이야기한다. 특히 역사적인 사실에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한다는 과감한 상상력을 더한 파격적인 소재로 결코 잊어서도, 결코 잊혀져서도 안 되는 비극적인 역사를 상기시키며 관객들에게 단죄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영화 속 캐릭터 조직 폭력배 출신으로 '작전'의 행동대장 곽진배를 연기한 진구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로우리스>의 톰 하디처럼 강렬한 마초적 매력을 풍긴다. 그가 연기한 곽진배는 '그 날'의 아픔을 간직하고 주체할 수 없는 열을 품은, 하지만 그 열은 마음 속에 칼날을 세운 것 마냥 독을 품은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진구는 광주 사투리를 맞깔나게 구사하며, 광주 건달의 행동파 대장이자 작전에 몸을 사리지 않고 돌진하는 진배를 마치 자기자신인 것처럼 완벽하게 연기했다.    <도가니> 이후로 사회적인, 또는 국가적인 악역의 이미지를 연기한 장광은 '그 사람'으로서 말투와 행동, 심지어 눈빛마저도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된 연기를 펼친다. 국가대표 사격선수 심미진을 연기한 한혜진은 원수 '그 사람'에게 오로지 총구를 겨냥하기 위해 살아가는 가슴아픈 연기를 펼치며, 영화에 데뷔한 임슬옹은 소심한 캐릭터인 현직 경찰 권장혁에 알맞는 연기를 펼치며 안정적으로 영화에 동화된 모습을 보인다.
  작전의 브레인인 김주안 역을 맡은 배수빈은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호소력 짙은 눈빛으로 작전의 멤버들을 진두지휘하며, 과거의 죄를 단죄하기 위해 작전을 설계한 김갑세 역을 맡은 이경영은 온화하고 사려 깊으면서 동시에 강인한 결단력 있는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에게 호소력을 발한다.   연출을 맡은 조근현 감독의 대담한 연출도 돋보인다.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디테일한 부분들을 일부 수정하거나 생략, 변경하여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했고, 또한 최후의 저격 시도에서의 '그 사람'과의 대치 장면은 영화화되면서 더욱 극적으로 재구성되어 결말에 대한 기대감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 그리고 뜨거운 감동이 담겨있는 영화 <26년>은 출연 배우들이 모두 입을 모아 영화에 출연하길 잘했다고 말하는 만큼 배우들의 열정과 연기의 완성도도 높다. 초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1980년 '그 날'의 잔인한, 하지만 아픈 이미지들은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생채기를 남길 정도로 묘사가 생생하다. 26년 전의 아픈 역사를 가슴에 묻고,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복수극을 그린 영화 <26년>은 11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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