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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소년, 소녀의 이야기 영화 <범죄소년>

  • 입력 2012.11.11 00:36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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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범죄소년>은 아주 단순하지만 우리가 오랫동안 외면해왔던 사회적 소외계층의 진실에 대한 접근으로 시작된 영화다. 영화의 제목이자 법률적 용어이기도 한 '범죄소년'이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으로서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를 말하며 형사책임을 지는 소년을 뜻한다.
  영화 속 캐릭터 장지구(서영주)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는데 나쁜 친구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빈집털이에 가담해 절도죄로 체포되고 그를 구제해 줄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1년 동안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 곳에 있는 동안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한 그 때, 죽은 줄만 알았던 엄마 장효승(이정현)이 나타난다. 엄마와의 만남 이후로 지구는 행복을 찾은 것 같았지만, 곧 충격적인 삶의 파란이 찾아온다.    영화는 17살에 아들을 버리고 도망가버린 33살의 미혼모 장효승과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자라버린 15살 지구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세상살이에 어리숙한 소년과 어린엄마, 그리고 세상살이에 서툰 소녀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살이에 서툴어서 참지 못하고 자꾸만 사회의 틀과 규칙을 어기는 아들과 그 아들에게 세상살이를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 모르는 엄마는 길거리를 헤매고 살 곳을 찾아 떠돈다.
  몸은 어른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이 아직 자라지 못한 소년은 되물림되는 가난과 되물림되는 비행으로 끊을 수 없는 악순환에서 헤어나올 수 없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사회적인 구조와 구들을 구제할 수 없는 사회의 구성원들은 구렁에 빠진 그들에게 일말의 따뜻한 시선도 던져주지 않는다. 미혼모, 전과범, 범죄소년, 독거노인 등 영화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많이 보여준다. 환경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는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향한 담담한 시선으로 사회의 문제를 비추는 감독의 연출은 빛을 발한다.    영화에서 지구의 엄마를 연기한 이정현은 사실 가수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무척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음을 영화를 보면서 실감하게 된다. 1996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에서 강렬했던 그녀의 연기는 전혀 녹슬지 않았고, 오히려 세월의 내공을 쌓아 출중한 연기자로 그녀또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화려한 의상과 멋진 퍼포먼스로 무대에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가수 이정현보다는 진솔한 배우 이정현으로 돌아와있었다. 미혼모 역할이 힘들었음에 틀림없었겠지만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효승 캐릭터에 동화된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의 내용은 무겁지만 <범죄소년>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가 전달하는 현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내러티브의 힘이 강하고 두 주연배우인 이정현과 서영주는 현실에서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캐릭터를 그 어떤 배우 못지 않게 잘 표현했다. 영화속 인물들이 처한 현실은 쓰디 쓴 약을 삼킨 것마냥 계속해서 입안에 쓴 맛이 맴돌아 영화속 두 인물이 처한 현실의 잔상도 오래도록 남는다.
  영화 <범죄소년>은 지난달 폐막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남우상과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더욱이 이번 최우수남우상을 수상한 서영주는 15살의 나이로 국내 최초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영화적 판타지가 아닌 극적 리얼리티가 살아있어 관객들이 가슴 속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 <범죄소년>은 11월 22일 전국의 관객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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