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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직시하는 영화 <남영동 1985>

  • 입력 2012.11.05 22:51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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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부러진 화살>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하고 흥행까지 거머진 정지영 감독의 두 번째 문제작 <남영동 1985>가 부산영화제에 이어서 공개됐다.
  영화 <남영동 1985>는 무겁다. 하지만 절대로 그 무거운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라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외치는 듯하다. 영화는 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자서적 수기『남영동』을 바탕으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김근태 자신이 겪은 비인간적인 고문을 고발하고, 어두운 역사의 한 부분이며 역사가 만들어낸 괴물, 희대의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의해 고문을 당했던 22일간의 행적을 담고 있다.   정지영 감독은 주인공을 김근태 개인에게 한정시키지 않고 고문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김종태'(박원상)라는 이름을 부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고문기술자 역시 시대가 만들어낸 괴물이라는 의미로 실명 대신 '이두한'(이경영)이라는 가명으로 등장한다.

  영화의 대부분이 영문도 모른 채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간 김종태가 간첩 활동에 대한 거짓 진술을 토해내는 고문의 과정 22일을 그리고 있으니 영화는 각종 가혹한 고문장면이 가감없이 스크린에서 묘사된다. <남영동 1985>는 제목이 주는 시대적 상징을 생각하게 만들면서, 고문 장면을 보는 관객들을 '고문'하는 영화이지만 눈을 뗄 수 없도록 역사를 직시하라고 관객들에게 호소하는 듯하다.    
  영화 속 또 다른 캐릭터인 남영동 대공분실 515호에서 고문을 담당하는 윤사장(문성근), 박전무(명계남), 강과장(김의성), 백계장(서동수), 김계장(이천희), 이계장(김중기)은 역사의 일부인 군부독재시절의 충실한 졸개로서 그 명분을 다한다. 고문실에 원인도 모르고 불려온 김종태를 폭행하고, 가장 잔혹한 고문의 동조자로서 무지한 정권의 '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문은 죽음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보여준 배우 박원상은 코와 입으로 물이 세차게 쏟아져 들어오는 물 고문 장면에서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외마디 비명이 나올 정도로 온 몸을 던져 연기를 펼친다. 악마같은 고문기술자 역할을 맡은 배우 이경영은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고문을 마치 '일상'처럼 연기한다. 마치 당연한 일인 것처럼.     영화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대변해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사실들을 덤덤하면서 날카롭게 들이미는 한편, 고문공화국이라 불렸던 대한민국의 한 시기였던 독재정권 하의 고문 실체를 낱낱이 밝히고 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김종태가 20년 후 교도서에서 이두한과 만나는 장면은 보는 이들을 고통스러우면서도 숙연하게 만든다.

  세월은 흘렀을지언정, 고문을 견뎌낸 희생자들에게는 죽어도 잊지 못하는 아픔인 '남영동' 시절은 역사의 고통을 직시하고, 역사의 과오를 뉘우치고, 새로운 역사를 받아들이라고 한다.
  경제성장을 이유로 유신정권과 군부독재시절을 합당화하도록 주장하는 이들과 근대사를 모르는 젊은 관객들, 그리고 학생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남영동 1985>는 11월 22일 전국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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