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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상징적 존재를 대변하는 김혜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영화 <차이나타운>

  • 입력 2015.04.20 22:57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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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 그리고 모든 지하철 역내에 설치되어 있는 코인로커는 짐이 많은 승객과 관광객들에게 고마운 공간이 되곤 한다. 그리고 그 코인로커에는 가끔 발견되어서는 안 될 물건이 보관되거나, 때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물건이 보관되곤 한다. 영화 <차이나타운>은 무라카미 류의 『코인로커 베이비스』처럼 지하철 코인로커에서 탯줄도 잘 잘려지지 않은 한 아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김고은)은 지하철에 기거하는 노숙인에게 발견되어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간다. 어느 날, 경찰이 지하철 역사 내에 있는 노숙인들을 내쫓으면서 경찰 '탁'(조복래)의 눈에 띄게 된 일영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김혜수)라 불리는 여자에게 팔린다.   '엄마'는 일영을 비롯해 자신의 필요에 의해 아이들을 거둬들이고 식구를 만들어 차이나타운을 지배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가 일영에게는 유일하게 돌아갈 집이었다. 일영은 '엄마'에게 없어서는 안될 아이로 자라고, '엄마'의 식구가 되어 엄마의 오른팔 우곤(엄태구), 일영과 함께 자란 쏭(이수경), 지능은 모자르지만 일영을 친누나처럼 따르는 홍주(조현철)와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일영은 '엄마'의 돈을 빌려간 악성채무자의 아들 석현(박보검)을 만난다. 석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으며 일영에게 '엄마'와는 전혀 다른 따뜻하고 친절한 세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일영은 처음으로 차이나타운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이 궁금해진다. 그런 일영의 변화를 감지한 '엄마'는 그녀에게 위험천만한 마지막 일을 준다. 
  영화 <사이코메트리>(2013)의 각본으로 작가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아 <차이나타운>의 연출에 첫 발을 내디딘 한준희 감독은 시종일관 <차이나타운>을 통해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왜 태어났는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삶을 버틸까?'    영화는 '엄마'의 태생과 배경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엄마'가 어떻게 차이나타운에서 정착하고 살아갈 수 있었는지 서서히 알게된다. '엄마'는 자신을 키워준 또 다른 엄마에 의해 지금의 모습으로 자라났고, 차이나타운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기만의 조직을 일구고, 차이나타운에 군림한다. 지역의 경찰들조차 그녀에게 함부로 하지 못하고, 그녀의 신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일을 처리할 때는 한 치의 망설임이나 감정의 동요도 없다. 
  '엄마'라는 캐릭터의 강렬함은 어두운 뒷골목 그림자에 숨어 스멀스멀 잔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차이나타운의 버려진 존재들을 대변한다. 뿌리가 없이 차이나타운까지 와서 정착하고, 코인로커에 버려진 아이는 '엄마'가 뿜어내는 '생존의 잔임함'을 몸으로 체득한다.
  눈빛과 표정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아니 차가움으로 무장한 '엄마'의 표정은 냉혹하고 비정한 차이나타운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 하나의 생존방식이다. 그런 그녀도 자신의 새끼 들 중 유독 일영만은 쉽게 내치지 못한다. 직접 낳지는 않았지만, 키우고,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을 직접 가르친 '엄마'는 '치도'(고경표)가 일영을 잘못되게 했다는 이유를 치도를 잔인한 그녀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엄마'는 일영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보고, 자신의 미래를 비춰본 것처럼 일영을 위해 다져놓은 길을 알게 모르게 터준다. 그렇기에 '엄마'는 일영을 가리켜 "워 하이즈(내 아이입니다)"라고 다른 이에게 소개한다. 자신이 거느린 다른 식구들은 단칼에 쳐낼지언정 오직 일영에게만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었던 '엄마'는 일영이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을 다져놓는다.
  '엄마'를 연기한 김혜수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는 인간을 쓸모 있음과 없음으로 분류하는 영화 속 차이나타운을 대변할 정도로 대단한 흉흉한 기운을 뿜어낸다. '엄마'라는 상징적 존재로 군림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차가움과 냉정함, 그리고 잔인한 결단력마저 잃지 않는 '엄마'를 연기하는 김혜수의 연기는 영화 <차이나타운>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그린 영화 <차이나타운>은 오는 5월 13일 개막하는 제54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공식 초청되어 국내 관객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4월 29일 전국 극장에서 정식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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