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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일그러진 슬프고 씁쓸한 자화상. 영화 <약장수>

  • 입력 2015.04.02 00:56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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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 남궁선정 기자]
  영화 <약장수>는 외로운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일명 '떴다방'이라 불리는 홍보관을 배경으로 아픈 딸의 치료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홍보관 직원으로 취직한 주인공 일범의 눈물 겨운 생존기를 담담하게 다룬다. <연예의 온도>(2012), <시선>(2013), <가시>(2013)에 라인 프로듀서로서 참여하며 커리어를 쌓아온 조치언 감독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아들을 연기한 소시민 가장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통해 우리 시대에 만연한 실업 문제와 노인 고독사를 다큐멘터리보다 더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대리운전, 일용직 등을 전전하던 일범(김인권)에게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는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다. 아픈 딸의 치료비를 위해 어머니들에게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홍보관 ‘떴다방’에 취직한 일범은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다. 그런 그에게 홍보관 점장 철중(박철민)은 “우리가 자식보다 낫다”며 당장 처자식 먹여 살리려면 목숨 걸고 팔라 한다. 그의 말처럼 오히려 즐거워하는 어머니들을 보며 일범 역시 보람을 느끼기 시작하고 그러던 중, 자랑스런 검사 아들을 뒀지만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홀로 외로이 노년을 보내던 옥님(이주실)이 홍보관을 찾아와 일범을 만나게 되는데...
  일본에서 들려오던 소식이었던 고독사의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하루 평균 4.7명이 노인 고독사라는 충격적인 한국사회 실태가 보도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예전 삼대 이상이 모여 살았던 대가족 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눈 앞의 현실이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디지털 사회가 심화되면서 개인주의와 가족의 유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작금의 사태는 누구나 늙어간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영화 <약장수>는 언제나 반짝이는 청춘일 것만 같은 환상과 착각 속에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오만했던 젊은 자신에 대한 반성을, 그리고 늙어버린 부모님께 소홀했던 자식세대들에게는 당장 부모님께 전화 한 통, 아니 찾아뵈야겠다는 슬픈 다짐을 하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고령화되고 홀로사는 노인 비중이 늘어가는 현재의 세태를 우리는 바꿀 수가 없다. 아마도 각박한 산업사회는 작금의 현실을 유지하거나 더욱 각박해질 것이 틀림없다. 다만 이런 씁쓸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하기에는 영화 <약장수>가 던지는 화두가 어둡기만 하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감정을 한껏 끌어올리지도 않고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저 묵묵히 이런 현실을 담담히 보여줄 뿐이다. 우리가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그런 쓸쓸한 현실을.
  온갖 가면을 쓰고 떴다방에서 온 몸을 바쳐 노래하고 춤추며 어머니들을 위해 재롱을 떠는 연기를 하는 김인권의 연기는 웃는 가면 분장임에도 웃음보다는 안타까움을 전달하는 일범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연기한다.   홍보관 점장 철중을 맡은 박철민은 현란한 말솜씨로 능수능란하게 어머니들을 다루지만, 물건 판매가 저조하면 강압적으로 윽박지르고, 물건 값을 내지 못하면 손가락에 낀 반지까지 뺏어오는 짓도 서슴지 않는 악랄한 인물을 철저하게 표현한다.
  자랑스런 검사 아들을 두고 장한 어머니상을 받은 옥님은 그런 귀한 아들과 식사 한 번 할 수 없는 현실에 아쉬워하며 일범에게 아들의 정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힘 없는, 그리고 쓸쓸한 노인을 연기한다. 
  극 중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어"라는 대사가 이 시대의 일그러진 슬픈 자화상을 함축할 정도로 영화는 관객들에게 씁쓸한 현실을 일깨워준다. '당신을 대신해 孝를 팝니다'라는 영화 홍보의 문구가 가슴에 깊숙히 와 닿는 영화 <약장수>는 4월 23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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