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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과 가상 캐릭터의 조화가 못내 아쉬운 영화 <순수의 시대>

  • 입력 2015.02.24 23:27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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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남궁선정 기자] 
  1392년 이성계는 위화도 부근에서 말머리를 돌려 요동이 아닌 개성으로 향하고, 우왕과 최영을 제거하고 공양왕으로부터 선양의 형식으로 왕위를 이어받은 후, 조선을 건국, 태조의 자리에 오른다. 그리고 건국 이후 외세침략과 세자책봉 문제로 나라가 어지러웠던 시기인 1398년, 이방원에 위해 첫번째 왕자의 난이 발생한다.
  영화 <순수의 시대>는 제 손에 피를 묻혀 개국을 일군 왕자 이방원(장혁)과 정도전의 사위이자, 태조의 사위 진을 아들로 둔 장군 김민재(신하균)라는 가상인물, 정도전의 외손자이자 군 총사령관인 삼군부사 김민재의 아들인 진(강하늘)이라는 또 다른 가상인물을 중심으로 세 남자의 야망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가희라는 여인의 등장으로 인해 얽히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398년은 정사(正史)인 『조선왕조실록』에는 후일 조선의 3대 왕 태종이 되는 태조의 다섯 번째 아들 정안군 이방원이 반대파인 정도전 일파를 대상으로 피의 숙청을 펼치는 제 1차 ‘왕자의 난’으로 기록된 해다.
  여진족 어미 소생으로 정도전의 개로 불린 민재는 북의 여진족과 남의 왜구로부터 끊임없이 위태로운 조선의 국경선을 지켜낸 공로로 군 총사령관이 되지만, 언제나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민재는 연회자리에서 어미를 닮은 모습의 기녀 가희(강한나)에게서 난생 처음 지키고 싶은 제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의 최초의 반역, 야망의 시대를 거스르는 그의 순수는 난세의 한가운데 선 세 남자와 막 태어난 왕국 조선의 운명을 바꿀 피바람을 불러온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신선한 발상으로 새로운 캐릭터, 영리한 전개를 보여주며 여성이 주인공인 스릴러 <블라인드>를 통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안상훈 감독이 연출한 <순수의 시대>는 영화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가희라는 인물에 얽혀있는 남자들과의 치정멜로인지, 아니면 야망과 권력에 사로잡힌 남자들의 정치적 권력암투를 그린 것인지 영화의 정체성을 가늠할 수 없다.
  영화 속 주요인물이자 가상인물인 민재라는 캐릭터에 대한 배경과 심리적 갈등을 관객들이 이해하기에는 영화적 설명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오롯이 왕자 이방원에 대한 치밀한 권력야망을 그린 것이라면 좀 더 재미있었을 법한 내용이 멜로와 권력암투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영화의 재미가 한없이 반감된다.
   영화를 마지막까지 보고 나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떠오를 정도로 영화 <순수의 시대>는 가희라는 가상인물에 너무 큰 부담을 안긴다. 그녀 때문에 왕자의 난이 발생하고, 그녀 때문에 남자들의 생사가 결정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인 경순공주 또한 남편 진의 배신으로 무시무시한 결단을 선택, 남편의 생사여탈을 결정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실존 인물과 가상 캐릭터의 부조화로 인해 영화적 드라마의 긴장도와 극적인 재미를 떨어뜨린다. 방원이 1차 왕자의 난을 일으키게 되는 경위에 대한 설명도 부족할 뿐더러(물론 대부분의 관객들은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 민재라는 가상 캐릭터가 왜 가희라는 여인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개연성도 부족하다.
  조선 초라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서로 다른 욕망을 좇는 세 남자, 그리고 세 남자와 관련이 있는 한 여인의 사랑. 드라마적 대의명분이 아쉬운 영화 <순수의 시대>는 3월 5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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