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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욕망이 들끓던 그 시절. 온 몸을 던진 두 젊음. 영화 <강남 1970>

  • 입력 2015.01.14 00:09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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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의 '강남 스타일' 노래로 대변될 만큼 지금 우리에게 강남이라는 지역은 모든 문화와 향락의 중심지로 땅값 비싸고, 물가 비싸고, 부자들이 많은 동네로 회자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땅 강남.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유행을 선구하는 동네인 지금의 강남이 어떻게, 그리고 무슨 연유로 개발됐는지를 보여주는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2004), <비열한 거리>(2006)에 이은 유하 감독의 '거리 3부작'으로 <강남 1970>은 전작들이 그러했든이 '남성다움'으로 무장한 남성 캐릭터를 기초로 삼는다.
  영화는 특히 겁 없는 젊음을 무기로 저돌적인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는 남성들에 초점을 맞춘다. 일제시대를 거쳐 남북분단이 되고, 곧 이어 터진 한국전쟁은 대한민국을 절대적 빈곤 최하위 국가로 기록되게 만든다. 이런 난리통에 태어난 아이들, 그리고 전쟁통에 생겨난 고아들은 호적도 없이 거리를 전전하며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온갖 고생과 더럽고 힘든 일을 도맡게 된다. 그들은 폐허에서 잔재들을 그러모아 삶의 터전을 세우기 위해 아둥바둥 살아간다. 영화 <강남 1970>은 그렇게 힘들고 더러운 일을 먹고 살기 위해 해야만 했던 그 시대의 젊은 청춘을 이야기한다.   호적도 제대로 없는 고아로,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친형제처럼 살던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 유일한 안식처였던 무허가촌의 작은 판자집마저 빼앗기게 된 두 사람은 건달들이 개입된 전당대회 훼방 작전에 얽히게 되고 그 곳에서 서로를 잃어버린다. 3년 후,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 준 조직 두목 출신 길수(정진영)의 바람과 달리, 잘 살고 싶다는 꿈 하나로 건달 생활을 하게 되는 종대는 정보와 권력의 수뇌부에 닿아있는 복부인 민마담(김지수)과 함께 강남 개발의 이권다툼에 뛰어든다. '땅놀음'으로 세가 좋아진 종대는 전당대회 이후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용기와 만나게 되는데, 용기는 어느새 명동파의 중간보스가 되어 있었다. 남서울 개발계획이 은밀하게 추진되면서 종대와 용기 두 사람은 정치권까지 개입된 의리와 음모, 배신의 전쟁터 그 한 가운데에 놓이게 되고 종대와 용기는 시대의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1970년대 그 시절, 인왕상, 남대문, 광화문 일대에서 정권을 유지하고 대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정부 수뇌부와 중앙정보부 부장, 그리고 국회 위원들은 당시 모래밭과 논, 밭 일색이던 강남지역을 타깃으로 삼아 남서을 개발계획을 밀어부친다. 그리고 정치적 이권이 개입된 이 '땅 놀음'에 온갖 뒷골목 패거리와 정치요인이 뛰어들어 강남지역은 들썩이기 시작한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 오직 큰 한탕으로 신세탈피를 꾀했던 '땅종대', '돈용기' 두 젊음을 중심으로 영화 <강남 1970>은 격동의 시대를 다룬다. 다만 영화는 요동치는 격동의 시대를 다루었기 때문인지 수 많은 등장인물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드라마 전개상 굳이 조망할 필요가 없는 캐럭터도 담고 있기에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지루함을 던져준다는 사실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또한 종대와 용기가 폭력 조직의 일원이 되고, 폭력 조직의 행동대원으로 활동하면서 발생하는 격투씬과 액션씬들의 폭력성과 잔임함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문학에 몸을 담고 있었던 유하 감독은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자신의 색으로 그려낸다. <강남 1970>에는 지금의 강남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 그리고 권력과 정치권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안목을 가진 고집스런 유하 감독의 아집마저 녹아들어 있는 듯하다.
  어둡고 힘들었던 자신의 터전보다 좀 더 빛나고 그럴 듯해 보이는 화려한 세상을 꿈꾸던 종대와 용기는 품 안의 빛보다는 터널 밖에서 찬란하게 빛나 보이는 세상에서 살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주먹질로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며 편하게 세상을 살아보려고 발악하지만 어둠은 더 무거운 어둠으로 잠식당할 뿐 종대와 용기의 길은 찰나의 순간 빛이 비쳤을지언정 점점 더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종대를 연기한 이민호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선 굵은 남성을 연기하고, 용기를 연기한 김래원은 위험한 욕망을 온 몸으로 연기한다. 잔인하고 냉혹했던 시절, 오직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자신의 집과 가족을 꾸려 남 부럽지 않게 살고 싶었던 두 젊음을 이야기하는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 1970>은 1월 2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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