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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곡진 현대사를 살았던 우리네 아버지들을 향한 헌사. 영화 <국제시장>

  • 입력 2014.11.25 15:16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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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제균 감독의 영화 <국제시장>의 첫 장면은 질곡진 현대사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1950년 한국전쟁 중 속수무책으로 중공군의 남하아래 12월 23일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미군부대가 대규모 해상철수를 하는 장면부터 그려진다. 아버지(정진영), 어머니(장영남), 덕수(황정민), 그리고 4명의 동생들은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간신히 기어올라 배에 타는가 했더니 덕수는 부지불식간에 막내동생 막순과 헤어지게 된다. 그 바람에 아버지는 막순을 찾기 위해 다시 배에서 내리고 그렇게 덕수는 아버지와 이별하게 된다.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의 다섯 식구,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대영극장 앞에서 구두닦이를 하며 평생의 친구인 달구(오달수)를 만나고, 달구는 덕수에게 파독광부에 지원하자고 제안한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 영자(김윤진)를 만난다. 그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다시 한번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게 되는데…
   <국제시장>은 굴곡진 우리 나라 현대사를 관통한다. 1950년 한국전쟁 흥남철수부터 파독 광부와 간호사, 국민의례, 베트남 전쟁 파병, 1983년 이산가족 상봉까지 영화는 덕수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아우른다. 그리고 영화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과거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현재까지 서민들의 일상이 담겨있는 공간이기도 한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살아온 격변의 시대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전쟁통에 아버지와 헤어지고 맏아들 덕수는 오직 '가족'을 지키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가장으로서 살아간다. 동생의 학비를 벌기위해 이가 까매지도록 독일 탄광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광부가 되고, 여동생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위험한 전쟁의 한가운데로 날아간다. 
   윤제문 감독의 연출은 무르익어 격동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와중에도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조절하여 관객들의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눈물을 쏙 빼게 만든다. 질곡진 현대사를 살았던 우리네 부모님 세대 또는 우리의 조부모 세대의 희생과 오직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며 자식의 뒷바라지에만 매달려 자기희생이라기 보다는 당연한 삶을 살았던 그 시절. 가족을 부양해야만 했던 장남 덕수의 한마디 "정말 힘들었습니다"라는 대사는 우리네 전세대(前世代)가 한결같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국제시장> 영화의 영어제목이 <Ode to My Father>임을 감안할 때 영화는 가족을 이끌고 어떻게든 살아가야만 했던 가장인 아버지에 대한 헌사이기도 하다.
  20대 청춘부터 70대 노인까지 생애 전반에 걸쳐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는 황정민과 김윤진, 오달수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더한 만족감을 선사하고, 故 정주영 회장, 故 앙드레 김 디자이너, '님과 함께'로 유명한 남진, 80년대 천하장사 이만기 캐릭터의 등장으로 영화는 깨알같은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웃음과 감동이 살아있는 윤제문 감독의 묵직한 연출. 굳세게 살아야만 했던 우리네 아버지들, 우리의 역사를 지탱했던 세대들의 가슴벅찬 이야기를 담은 영화 <국제시장>은 12월 17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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