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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위해 영원한 악역이기를 자처했던 아버지. 영화 <나의 독재자>
남궁선정 기자  |  zeno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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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21  01: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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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준 감독의 <나의 독재자>는 21세기를 향해가는 대한민국의 중심에서 자신을 김일성이라 굳게 믿는 남자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인생 꼬여버린 아들을 그린 작품이다. 첫 남북정상회담 당시 리허설을 위해 김일성이 대역이 존재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이해준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하여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 때는1972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무명 배우 성근(설경구)은 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의 대역 오디션에 합격한다. 생애 첫 주인공의 역할에 말투부터 제스처 하나까지 필사적으로 몰입하는 성근. 하지만 결국 남북정상회담은 무산되고, 그는 김일성 역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그로부터 20여년 후인 1994년, 스스로를 여전히 김일성이라 믿는 아버지 성근 때문에 미치기 직전인 아들 태식(박해일)은 다단계 판매로 양아치같은 생활을 이어나간다. 태식은 조여오는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다시 옛집으로 모셔오고 김일성이라 믿는 아버지 독재자 수령동지(?)와 조용할 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한다. 자신을 김일성이라 철썩같이 믿는 아버지 성근은 태식을 더욱 곤경에 처하게 만들고 어느 날 드디어 국가의 부름을 받게 된다. 
   
▲ 집에서도 태식에게 등을 돌리고 김일성이라는 배역에만 몰두했던 성근
  영화 <나의 독재자>는 "나의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악역이었습니다"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나의 독재자>는 이 한마디 내레이션이 영화 전체의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무대 위 주인공을 꿈꾸지만 현실은 잡일만 도맡아 하고 있는 무명배우 성근은 남의 집에 세를 살아도 아들 태식이 있기에 가장으로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성근은 태식이 보는 앞에서 생애 첫 무대를 망치자 하늘이 무너져 내릴 듯한 좌절에 빠진다. 극단의 무대에서는 실패했지만 성근은 허교수(이병준)에 의해 난생 처음 주연으로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자신이 맡은 배역이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을 위한 김일성의 대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최고의 무대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붓던 그는 어느새 스스로를 진짜 김일성이라고 믿게 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도 김일성처럼 연기 하기 위해 모든 행동거지, 심지어 태식을 대할 때조차 김일성처럼 독단적인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태식은 그런 아버지에게 실망해서 아버지를 더 이상 아버지처럼 대하지 않고 부자(父子)의 거리는 더욱 더 멀어진다.
 
   
▲ 다시 만난 아버지와 아들은 완전히 다른 곳을 바라본다
  <나의 독재자>는 김일성이라는 한 배역에 목숨을 바쳐 배역에 먹히는 성근의 일생, 그리고 배역에 먹혀버린 아버지를 잊고 살아가지만 다시 아버지와의 끊을 수 없는 끈끈한 아버지의 부정(父情)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두 가지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던 탓인지 어찌할 수 없는 어긋난 조화를 보인다. 영화가 진심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 아버지와 아들인지, 한 배역에 목숨을 바쳤던 배우의 일생인간지 애매해 보인다.
  다만 아버지를 연기한 설경구와 아들을 연기한 박해일의 연기 앙상블은 영화의 방점을 찍어 두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영화가 살아나는 듯하다. 영화의 후반부, 연극 [리어왕]과 김일성을 연기하며 아들 태식을 유일한 관객으로 생각한 태식의 생애 최고의 그리고 생애 최고이자 최후의 연기를 펼치는 부분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뭉클하게 만든다.
  어린시절 아버지를 세계최고의 영웅으로 생각하던 아들을 위해 영원한 악역이기를 자처했던 아버지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의 독재자>는 10월 3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 아들을 위해 영원한 악역이기를 자처했던 아버지. 영화 <나의 독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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