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 시리즈로 시간과 기억에 관해 독특한 감성을 전달한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새영화 <보이후드>(원제: Boyhood)는 한 명의 감독, 한 명의 아이, 12년 동안 같은 배우들과 함께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이야기로 제 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고, 지난주 폐막한 부산영화제에서도 공식 상영되어 많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화 <보이후드>는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영화를 촬영하는 12년 동안 있을지도 모를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시에도 영화의 큰 틀을 정해놓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12년의 진심이 담겨있다. 영화는 한 아이가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그리고 어엿한 성인이 되어가는 그 찬란한 인생여정을 그린다.   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엘라 콜트레인)와 그의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싱글맘인 ‘올리비아’(패트리시아 아퀘트)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아빠인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메이슨’과 ‘사만다’를 데리고 캠핑을 가거나 야구장에 데려 가며 친구처럼 놀아 주곤 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다. 게다가 엄마의 일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져 계속해서 낯선 도시로 이사를 다녀야 하는 메이슨은 외로운 나날을 보내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의 인생을 고민하면서 점차 성장해간다.
  <보이후드>는 12년간의 기록이기에 12년간 있었던 역사적 궤적을 관통한다. 영화에는 메이슨이 가지고 놀던 게임보이에서 X-BOX, 그리고 Wii 게임기가 차례로 등장하고, 부시와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기, 2G 접이식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세상의 흐름이 모두 담겨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 <보이후드>는 영화의 주인공인 메이슨의 성장기가 오롯이 담겨있다. 6살 천진난만하던 아이에서 친구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소년시절, 그리고 청소년기가 되어 진로를 고민하고, 16살이 되어 운전면허를 따서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드디어 18살 대학입학을 앞두고 무한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동경을 동시에 품고 있는 메이슨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는 아이에서 소년으로, 그리고 청년, 어른이 되어가는 것까지 매일매일의 시간의 흐름을 마치 강의 흐름처럼 항상 같을 수만은 없는 인생의 길을 보여준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는 대학에서의 생활이지만 자신이 선택한 일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하는 어른이 되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언제나 메이슨의 곁에서 메이슨을 응원하는 엄마 올리비아는 메이슨의 인생의 중심이기도 하다. 격주에 한번씩 만나는 생물학적인 아빠 메이슨 시니어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시기에 메이슨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지만 결국 메이슨을 지탱해 준건 메이슨의 엄마 올리비아다. 그렇기에 엄마 올리비아는 딸 사만다와 메이슨이 대학으로 진학해 혼자 남겨졌을 때 자신에게 남은 인생의 무게에 힘겨워한다. 자신이 목표로 했던 모든 것이 이뤄지자 더 이상 인생에 이뤄야 할 것이 남아있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메이슨의 이야기와 엄마 올리비아가 품안의 자식들을 키워내고 모두 떠나보내는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12년을 지켜온 경이로운 영화 <보이후드>는 영화의 엄마 올리비아를 연기하는 패트리시아 아퀘트가 영화의 묵직한 중심을 잡아준다. 
  인생의 매 순간이 스펙터클한 드라마일 필요는 없다. 소소한 일상과 자신을 둘러싼 테두리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 안에 있는 무수한 갈등과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이는 성장해간다. 소소한 일상이 켜켜이 쌓이면 위대한 일생을 위한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생의 밑거름이 되는 것처럼 영화는 시간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의 아름답고 찬란한 인생을 이야기한다. 165분이라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12년의 진심과 소년기의 진정성,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인생을 찬미하는 영화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 <보이후드>는 10월 23일 국내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