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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보급 현대무용수’ 이선태, ‘STL Art Project’의 대표가 되다.

  • 입력 2014.07.07 11:35
  • 기자명 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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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지난해,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시즌1에서 첫 드래프트 무대부터 양 팀 마스터들의 영입 전쟁을 촉발하며 ‘국보급 댄서'라는 극찬을 받은 현대무용수 이선태가 최근 흥미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현재 ‘LDP 무용단’에 소속되어 있는 그가 단독 무용단 ‘STL Art Project’(이하 ‘STL'로 표기)를 창단한 것.

화려한 수상 경력은 물론, 무용계가 인정하는 실력과 비교적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시점에서 홀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의 속내가 자못 궁금했다. 홍대 모처에서 ‘STL’ 대표 겸 현대무용수 이선태를 직접 만났다. 이하 연예투데이와의 인터뷰.

 

- 먼저, ‘STL’의 창단 이유가 궁금하다.

어려서부터 성격상 무슨 일을 하든지 스스로가 주체적인 작업을 좋아했다. 춤을 시작한 이후 본격적으로 춤이 현실적인 꿈이 되면서부터는 언젠가 나만의 공연이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다. 그러다 작년, 댄싱9에 출연했던 경험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애초 예상은 했지만 방송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많았다. 혹시나 방송에서의 모습이 현대무용의 전부로 비춰질까 그 부분이 가장 염려스러웠다. 반면 대중이 보다 쉽게 받아들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위한 노력을 쉼 없이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현대무용이 대중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방송 이후에도 춤에 관심을 가지고 무용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들을 이제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만 지금껏 고수해온 방식의 접근은 현대무용의 외로운 현실을 되풀이할 것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 다양한 갈등과 경험, 의문, 해답을 찾는 과정이 결국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나 스스로의 성향은 보다 대중적인 작업이 잘 맞는다는 판단이 확고해졌다. 그렇다면 나부터가 오로지 대중이 관객인 작품을 그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STL’ 창단은 그런 결심을 구체화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 ‘STL’의 활동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STL’의 모토는 ‘예술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예술화’다. 중요한 것은, 내가 현대무용수라고 해서 내가 추는 춤이 무조건 현대무용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작업을 시도하든 그 안에는 분명 현대무용을 표현한 작가정신이 담겨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내가 가진 순수 예술과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예술성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이 실상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작업들을 보다 많은 대중이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해서, 최근 영상 작업을 시작했다. 이제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대중이 언제 어디서든 무용을 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도입하고 일반인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한다거나 보다 친숙한 장르와의 콜라보를 연출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대중과 현대무용이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을 꾸준히 시도할 계획이다. 점차 체계가 잡히는 대로 정식 사이트 오픈을 통해 보다 쉽게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또한 무용이라고 해서 반드시 무대에 올리는 공연으로 국한하고 싶지 않다. 정면에서만 관람하는 식의 공연이 아닌, 공연장도 관객도 하나의 입체적인 배경이 될 수 있는 작품이나  관객과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소규모 공연도 만들어보고 싶다. 오는 10월 중순에 있을 ‘STL‘의 정식 공연은 그런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열심히 구상 중이다.

- 다른 장르에서는 가족 뮤지컬, 청소년 연극, 영화 음악을 재해석한 클래식 연주회 등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시도가 활발한 반면 현대무용은 아직 대중들에게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려운 질문이긴 한데, 사실 그것이 ‘STL’ 창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그동안, 대중이 무용을 외면한 것이 아니라 무용이 대중을 고려하는데 소홀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르나 작품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현대무용은 워낙 주제와 표현이 자유롭다보니 대중의 입장에서는 매 공연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하고픈 관객에게는 그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제 막 현대무용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에게는 그에 맞는 프로그램이 동시에 존재해야 하는데 실상 후자가 제외되다보니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인식이 지속되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요즘 관객들은 수준 높은 공연을 관람하고픈 예술적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다. 복불복인 위험을 감수할 바에 비교적 대중적이면서도 예술성을 갖춘, 확실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장르를 찾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후자를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오로지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작품 활동을 꾸준히 연구하고 실행하다 보면 언젠가는 분명 현대무용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이야기를 듣다보니 ‘STL‘ 10월 공연이 상당히 궁금하다. 콘셉트를 살짝 공개한다면?

얼마 전 공개된 영상 중 故 김광석 씨의 곡에 안무한 ‘기다려줘’가 10월 공연의 일부다. 공연의 러닝타임은 한 시간 정도, ‘아날로그’를 모토로 故 김광석 씨의 곡에 안무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클래식 곡의 안무가 두 작품 정도 포함될 듯하다. 사이사이 작품설명이 들어간 공연으로 계획하고 있다.

- ‘STL’ 10월 첫 공연의 성패를 가늠할 기준을 생각해 본적이 있나.

당장은 수익 면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공연에 대한 반응이 좋다면, 그리고 내가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가 관객 분들에게 잘 전해졌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연을 보신 분들이 다음 공연에는 지인 분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게 된다면, 그래서 그 분들도 현대무용의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대 성공이지 않을까.

- 어찌 보면 관객들의 반응이나 피드백이 상당이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사실 많은 무용수들이 자신의 공연에 대해 무용인이 아닌 대중의 평을 듣고 싶어 한다. 특히 현대 예술에서 예술성, 대중성, 상업성을 극적으로 분리하기는 어렵지만 순수예술을 빙자한 상업 문화는 분명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STL’ 활동의 경우 순수예술의 대중화 작업을 꾀하지만 결코 상업적인 대중화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의도가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혹시 그렇지 않다면 대중은 어떻게 다르게 느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영상 작업들이나 여타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에 듣기 좋은 말이나 무조건적인 칭찬은 가끔 독이 되기도 한다. 칭찬만 듣다보면 잘 하고 있다고 자만에 빠지기도 쉽고 좋다고 말하는 쪽으로 치우치기도 십상이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점은, 제 공연에 와주시는 팬들은 외모나 개인적인 관심보다는 저의 춤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웃음)

- 그렇다면 평소 관객이나 팬들의 피드백을 작품 구상에 반영하는 편인가?

그렇지는 않다. 만약 이번 공연에서 내 의도와 관객의 느낌이 전혀 다른 부분이 있었다면 그 자체가 새로운 공부가 되는 셈이다. 내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더니 객석에서는 이렇게 느낄 수 있구나, 이렇게도 보일 수 있구나 라고 배우는 것이다. 그런 배움은 다음 작품을 구상할 때 더 많은 생각을 가지고 안무를 연구할 수 있는 틀이 된다.

- 방송 이후 자신의 스타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팬들도 더러 있을 것 같은데.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무조건 감사한 일이다. 어쨌든 공연을 보러 오신다는 것이 고맙고, 공연이 좋았다면 분명 다음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다시 공연장을 찾아주시리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긍정적인 반복이 지속되다보면 언젠가 무용수를 좋아하던 팬심이 점차 무용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공연이 좋아야하고 매 회 공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댄싱9 시즌2가 시작되었는데, 참가자 중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댄서가 있다면?

클래식 무용수들끼리는 대부분 아는 사이고 친하기도 해서 다른 장르와 해보고 싶기도 한데, 시즌2에서 꼽으라면 김설진 선배와 같이 해보고 싶다. 아직 작품을 함께 해본 적이 없고 워낙 예술성이나 안무, 표현이 뛰어난 분이라 기회가 된다면 같이 작업을 하면서 여러모로 배우고 싶은 생각은 있다.

- 우스개 질문 한 가지, 팬 분들이 ‘선태형’이라고 부르던데 대부분 여성 팬들 사이에서 거부감은 없나.

(크게 웃음) 댄싱9 방송에서 후배 정건 씨가 개인인터뷰 때 롤 모델을 묻는 질문에 저를 지목했는데 워낙 친하다보니 ‘이선태 씨’가 아니라 그냥 ‘선태형’이라고 대답했다. 방송이 나간 후에 한 분은 제 이름이 이선태가 아닌 선 씨에 이름이 태형인줄 알았다는 분도 계셨다. 아마 그게 발단이 된 것인지.. 하하.. 지금은 그냥 편하고 익숙하다. 오빠라는 호칭은 왠지 오글거리기도 하고. 그래도 실제 공연장에서 ‘선태형’이라고 부르시는 분은 한 분도 없었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팬 분들이 원래 다 남자들인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현대무용수 이선태 씨의 팬들이 가진 평소 궁금증이 궁금했다. 무용수의 골수팬들은 어떤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까, 사전 설문을 통해 '팬들이 직접 묻는 기발한 질문 베스트 3.’를 추려봤다.

1. 아무래도 남자 무용수는 흔치 않은데, 처음 춤을 추겠다고 했을 때 집안에서 반대는 없었는지, 지금껏 춤을 추는 동안 가장 순수하게 몰입했던 시절? 내지 공연을 꼽는다면?

아버지께서 많이 반대하셨다. 어릴 때 춤추는 것까지는 별말씀 안하셨는데 전공으로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반대가 크셨다. 어느 날 춤추다가 죽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허락해주셨다.

몰입했던 공연을 들자면 학부 때 유미나 교수님 작품 ‘불협화음’과 제 작품 ‘Interweave’가 그랬다. ‘불협화음’ 때는 교수님께서 몰입할 수 있도록 끌어내주셨다. 가장 친한 동기와의 듀엣이었고 서로 꼴도 보기 싫은데 봐야만 하는 콘셉트였는데 그 작품 이후 정말 꼴도 보기 싫어질 정도였다. ‘Interweave’는 실제 나의 이야기여서 몰입하기 쉬웠던 것 같다.

2. 사진에서 종종 인형이나 피규어, 장난감 같은 것들이 많이 보이던데 수집에 취미가 있는지?

관심 있는 것은 수집하는 걸 좋아한다. 뭔가 꽂히면 엄청 빠지는 편이라 모아야지 싶은 건 잘 모으는 편이다. 요즘은 LP에 관심이 있어서 모으고 있고, 전에는 장난감도 모았고 술을 모으기도 했다. 먹으려고 사는 술 말고 집안 꾸미기를 좋아해서 특이한 병에 담긴 술을 모았는데 면세점에 들르면 그런 술이 있는지 꼭 확인했었다.

3. 댄싱9 출연 중 시축에 실패해서 시축 유례사상(?) 첫 노골을 기록했는데, 제의가 들어온다면 다시 도전할 의향이 있는가.

있다! 정말 잘 할 수 있다. (웃음) 당시에, 시축에서는 경기 전 선수들이 워낙 예민한 상태라 시축 행사 자체가 시축만 간단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우리는 그 때 양 팀 라이벌 미션 때문에 퍼포먼스까지 준비한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경기장에 들어서기 직전까지 시축을 빨리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셔서 정말 들어가자마자 바로 공을 찼다. 마음이 급하다보니 공을 차는 순간 디딤 발이 삐끗하면서 공이 떴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다시 한다면 꼭! 멋있게 성공할 수 있다.

- 추가 질문으로, 팬들의 질문 중 가장 많은 수는 역시나 다음 공연 일정이었다. 소개한다면?

아직 정확한 일정을 듣진 못했는데 대전에서 LDP 무용단 <No Comment>(대표 신창호 안무)와 <No Film>(김성훈 안무) 두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다. 날짜는 8월 22일로 알고 있다. 다음 날 23일은 댄싱9 시즌1 멤버들과 부산에서 사인회 겸 짧은 공연이 있다.

이후 8월 29일-3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국립발레단 <왕자호동> 공연의 ‘흰 사슴’역 객원 솔리스트 참여가 있고, 9월 중순-10월 중순 사이 국립현대무용단의 <춤이 말하다> 앵콜 지방투어 4회 공연이 부산에서 시작된다. 10월 중순부터는 ‘STL’ 정식공연이 약 한달 간 진행될 예정이다.

- 끝으로, 팬 분들에게 직접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특히 많은 생각을 하는데, 무엇보다 공연을 보실 때는 편견을 놓으시면 좋겠다. 여기서 말하는 편견은 ‘좋아하는 마음’ 이랄까. 공연을 볼 때만큼은 그로 인해 공연을 보는 눈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그냥 부담 없이 공연 자체를 즐기시면 좋겠고, 그렇게 보고 느끼신 소감을 후기나 대화를 통해 가감 없이 말씀해주시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지금의 팬 분들이 없었다면 ‘STL' 창단은 지금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창단을 결심하는 데에만 꽤 오랜 시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더더욱, 제 공연에 와주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D4U’나 ’댄싱9 갈라쇼‘, 그 외에 다른 공연에 보여주신 성원까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그 보답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오로지 대중이 관객의 중심인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현대무용에 작은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88년 2월생인 'STL' 대표 겸 무용수 이선태는 인터뷰 내내 생각보다 훨씬 진지했고 한편 단호했고 나이답게 순수했다. 인터뷰 말미에 지나는 말로 물었다. “선태씨는 나이 50에 뭣하고 있을까요?” 그의 답은 이랬다. “음.. 그 때는 진짜 예술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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