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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고은성, 어느덧 서른둘.."채우기보다 비우려 노력"

  • 입력 2021.04.21 16:3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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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배우 고은성의 인터뷰, 1편에 이어.

본 기자와 1:1 인터뷰로는 2016년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5년 만인데, 어느덧 서른을 넘겨 다시 만난 고은성은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특유의 악동 이미지가 씻긴 반면 그만큼 성숙하고 성장한 모양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군백기' 후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다짐을 담아 첫 솔로 앨범 ‘스타트 오버(Start Over)’를 발매하기도 했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원제: Natasha, Pierre & the Great Comet of 1812, 제작:㈜쇼노트)'에서 아나톨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고은성과의 전화 인터뷰, 후편을 전한다. 

▶ 이제는 채우기보다 비우려 노력..본능을 믿어보자.

“전에는 연기할 때 인물을 분석하고 설정해서, 캐릭터 전체를 탑재한 상태로 무장을 해서 공연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뭔가를 채우는 작업은 오히려 안 하고요, 계속 비우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공연에 올라가기 전에 작품이나 인물 분석은 전과 똑같이 하는데 무대에 설 때는 어떤 디테일이나 선택들을 정해두고 올라가진 않아요. 실제로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내가 할 행동이나 말을 정해놓고 하지 않잖아요. 그냥 내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지면 그걸 듣고, 보고, 그에 대한 반응은 자기 가치관이나 본능에서 나오는 행동이고 말이고 선택이니까. 해서 인물 분석은 이미 작품 들어오기 전에 끝냈으니까, 그 본능을 믿고 해보자. 그래서 요즘은 제 안에 뭔가를 많이 채우기보다 내 안에 자꾸 뭔가가 채워진 게 있다고 느끼면 그걸 계속 비우려고 해요. 그게 더 관객을 설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그 인물에 생명력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공연을 봐도, 배우가 준비해서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그냥 연기를 잘하는 형태가 되는데 연기를 잘 해내는 것과 연기를 안 하는 것 같은데 연기를 잘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잖아요. 노래도 그런 것 같아요. 전에는 노래를 하려고 했는데 요즘엔 노래를 안 하려고 해요. 제 경우엔 그게 더 좋은 노래가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요즘 조금씩 드는 생각이, 예술은 뭘 안 해야 되는 게 아닌가(웃음). 제 경우에 특히 뭘 안 하려고 했을 때 결과가 더 좋았더라고요.”

 

▶ 20대의 무쌍한 자신감, '세상에 이런 일이?'

▶ ‘상명하복(上命下服)’ 군 생활, 나를 내려놓는 계기 되기도.

“사실 제가 군대에서 고민이 되게 많았거든요. 나이를 먹고 군대에 갔기 때문에 ‘이 직업을 너무 사랑하는데 과연 제대해서도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게 있었어요. 저의 부족한 점, 모자란 점들을 너무 많이 느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제가 예전에 얼마나 철이 없었냐는 게, 군대에서 예전 영상들을 보는데 제가 막 ‘남자는 뭐다? 섹시함이죠!’ 그런 얘기를 했더라고요. ‘패기와 섹시함을 무기로’ 그런 얘기를 내뱉던 과거의 저를 생각하면, 진짜 막 미칠 것 같아요(폭소). 인터뷰들을 다시 보는데 너무 오글거려서 눈 뜨고 못 보겠더라고요. 진짜 군대에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요. 군용 이불킥을 얼마나 했는지.. "

"근데 군에서는 그런 걸 다 내려놔야 생활이 되거든요. 1년 7개월 금방 가겠지 했는데 막상 가보면 진짜 한 달도 잘 안 가요(웃음). 군생활 초반에, 예전 저의 성격과 여기서 취해야 할 나의 모습이 너무 다르니까, 그게 너무 힘든 거예요. ‘아, 이게 내 머릿속 세팅값을 아예 바꿔야하는구나’.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인정하지 못하면 내 스스로 너무 힘드니까, 그래서 일단 모든 걸 다 내려놓고 하나하나 하다 보니까 차츰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있고, 내가 뭘 추구하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저에 대한 여러 부분을 객관적으로 보게 됐죠."

▶ 자연스럽게 바뀐 삶의 모토..'겸손하자 그리고 존중하자'

"노래를 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뮤지컬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연기를 너무 재밌어했지만, 그렇다고 뭔가 특출나게 잘하는 건 없는 것 같은 거예요. 내가 겨우 이 정도 실력을 가진 채로 그런 자신감을 갖고 살았던 게 너무 부끄럽다고 해야 하나. 세계 최고의 실력이라는 분들도 스스로 늘 부족하게 생각하고 항상 겸손한데, 어떻게 보면 저는 욕을 먹기 쉬운 형태였던 거죠. 그러다 이제 군대도 다녀오고 저도 서른을 넘고 하면서 요즘은 자연스럽게 삶의 모토가 좀 바뀌었어요. ‘겸손하자, 그리고 존중하자’. 그러려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랑 다른 저 사람을 내가 인정하고 존중하고, 이런 마음이 있어야 내가 겸손해질 수 있겠더라고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되겠다는 건 아니에요. 전에도 지금도 똑같은 저예요, 단지 생각이 달라진 거죠. 이제는 주변을 좀 더 생각하게 되고, 내가 어떻게 말하는 게 주변에 피해를 안 줄 수 있는지, 그런 식이에요. 연기도 ‘척하지 말자’. 느끼는 대로 하나하나 소중하게, 진실하게 하자. 이제 서른둘이면 나 재밌자고, 재미만 가지고 덤빌 나이는 아니다(웃음).”

 

▶ 무대 위 정제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배우 되고파.

“제가 오디션이란 오디션은 다 보거든요. 저는 오디션이란 시스템이 굉장히 공정하다고 봐요. 왜냐면 전에는 못했어도 그걸 채우고 이번에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잖아요. 해서 오디션은 항상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거든요. 현재의 저를 선택해주신 작품에 최선을 다하면서 더 많이 채워서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길 바라고요. 또 배우로서는 마냥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노는 게 아니라, 관객분들에게 잘 정제된 즐거움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제가 동경하는 배우분들의 공연을 봐도, 뭔가 되게 자유로워보이는데 사실 오밀조밀 따지고 보면 해야 할 건 다 있더라고요, 배우로서의 기본기도 굉장히 잘 돼 있고. 제가 그런 배우들을 볼 때 프로페셔널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 또 배우는 무대나 조명, 그 외 많은 것들이 잘 맞춰졌을 때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무대를 빛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서, 늘 겸손하게 임하려고 합니다.”

한편, 배우 고은성과 함께 홍광호, 케이윌, 정은지, 해나, 이충주, 박강현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오는 5월 30일까지 서울 광진구 소재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편집자주 : 배우 고은성의 인터뷰는 사진 촬영의 특성상 충분한 거리 확보(2m 이상), 본인 외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엄격히 지키며 촬영이 진행되었고, 혹시의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본 인터뷰는 유선으로 진행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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