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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한 약속, 무시무시한 저주가 되어 돌아온다. 영화 <손님>

  • 입력 2015.07.02 23:03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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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흔히들 이삿날을 정할 때 '손 없는 날'을 잡는다고 한다. 여기에서 '손'이란 날짜(日數)에 따라 네 방향으로 돌아다니며 인간 생활을 방해한다는 귀신인 ‘손’에 님자를 붙인 말이다. 이사나 결혼 등 큰 일을 치를 때 ‘손 없는 날’을 골라 행하는 전통이 남아있을 정도로, 민간신앙에서 ‘손’은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김광태 감독이 연출한 영화 <손님>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민간 전승과 독일의 민간 전설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모티브를 결합한 독특한 판타지 호러 장르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1950년대의 어느 날,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과 영남(구승현) 부자는 서울로 가던 길에 우연히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마을에 들어선다. 전쟁 통으로 시끄러운 바깥세상과 달리 촌장(이성민)의 강력한 지도아래 모든게 평화롭고 풍족한 마을이지만 단 하나,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쥐떼들이 골칫거리다.
  마을의 골칫거리인 쥐떼를 쫓아주면 목숨보다 소중한 아들, 영남이의 폐병을 고칠 목돈을 준다는 약속을 믿고 우룡은 피리를 불어 쥐떼를 쫓아낸다. 촌장의 아들 남수(이준)는 우룡을 대 놓고 무시하지만, 우룡은 마을의 젊은 과부 미숙(천우희)에게 연정을 품고 함께 서울로 가자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쥐떼를 몰아 낸 그 날 이후, 마을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우룡과 마을 사람들은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영화 <손님>에서 공포의 대상은 한국 호러 영화의 단골 소재인 원혼이 아니다. 마을 주민들의 골칫거리인 쥐가 등장하지만 이 또한 직접적인 공포의 발원지는 아니다. 오히려 <손님>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공유한 마을 사람들이 외부로부터 온 이방인인 ‘손님’ 우룡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에서 두려움의 단초를 찾는다. 자신들과 다른 존재에 대한 마을 전체의 적개심과 배타적인 태도는 선의를 가지고 쥐떼를 쫓은 우룡을 공포에 빠트린다.
  또한 약속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대표적 동화인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손님>의 스토리는 쥐를 없애주면 아들의 병을 고칠 큰 돈을 주겠다는 약속이 이행되지 않는 그 순간, 판타지를 넘어 음산한 공포로 이어진다. 낯선 존재 혹은 타자에 대한 완고하고 이기적인 배척과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야말로, 삶에 있어서 큰 공포의 원천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촌장과 다른 마을 사람들이 마을에 정착하기 전, 마을을 지키고 있었던 무당으로부터 "달이 없는 밤, 해가 없는 낮에 모두 다 흉측하게 죽을 것이다"라는 저주를 받은 촌장과 마을 사람들은 우룡이 마을 밖으로 나가 마을의 비밀을 발설할까봐 우룡에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기로 하고, 미숙 또한 이 마을이 살려고 죄 지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며 우룡에게 어서 떠나라고 한다.
  오직 아들의 폐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촌장의 제의를 받은 우룡은, 약속을 어기고 끔찍한 짓을 저지른 촌장과 마을 사람들에게 예정되어 있었던 그러나 자신은 몰랐던 저주를 실행에 옮긴다.
  영화는 우룡을 연기한 류승룡의 능청스러운 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연기, 이상민의 어두운 카리스마가 넘치는 섬뜩한 연기, 마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무당을 연기하는 천우희의 신들린 듯한 접신 연기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과 약속의 중요성이 만나 독특한 공포를 유발하는 영화 <손님>은 7월 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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