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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뮤지컬 '멸화군', "대극장 재난 활극" 고지 향한 첫걸음

  • 입력 2021.11.03 21:23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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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뮤지컬 ‘멸화군’이 참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 주옥같은 넘버 등을 무기로 초연의 막을 올렸다.

뮤지컬 ‘멸화군(시작프로덕션 제작)’은 조선 시대 세조 13년 정원 50명으로 24시간 화재 감시를 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 소방대원이자 국가 공식 조직인 멸화군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의문의 연쇄방화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사명을 지켜나간 멸화군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극 범죄 추적 드라마다.

2017년 콘텐츠 창의인재 동반사업을 통해 리딩 공연으로 개발되어 2019년부터 시작프로덕션과 함께 본격적으로 작품 개발 과정에 돌입했고, 2020년 창작산실-올해의 신작 후보로 선정되어 작년 5월 무관중 리딩 쇼케이스와 7월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두 차례의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드라마와 캐릭터들의 전사를 보완하고 뮤지컬 넘버를 개편하는 등 지속적인 수정작업을 거쳐 지난 10월 대학로 TOM 1관에서 정식으로 초연의 막을 올렸다.

3일 오후, 대학로 TOM1관에서 뮤지컬 ‘멸화군’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우진하 연출, 임채리 작가, 이정연 작곡가, 마창욱 음악감독, 황보주성 안무가를 비롯해 배우 이경수, 박민성, 정원영, 황민수, 최재웅, 황순종, 최은실, 지새롬, 임예진이 참석했고, 배우 이석준이 진행을 맡았다.

신념을 지키고자 스스로 희생을 선택하게 된 멸화군 대장 ‘중림’ 역에 배우 이경수, 박민성, 정원영이 출연하고, 금화군이었던 형의 뒤를 이어 금화사에 입성하게 된 ‘천수’ 역에는 배우 황민수, 최재웅, 황순종이 출연한다. 관비가 된 비운의 여인 ‘연화’ 역은 배우 최은실, 지새롬, 임예진이 맡는다.

 
 

멸화군이라는 독특한 소재, 어떻게 탄생했을까. 임 작가는 “(세종실록에 따르면) 당시에는 불이라는 것이 아주 큰 난제였다고 하더라. 멸화군이 세조 13년에 창설됐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존속, 폐지, 개편이 거듭됐더라. 그중에서 세조 13년 멸화군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소방관의 시초라 할 만큼 멸화 체계가 잘 잡혀 있었고, 500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시의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며 “저는 항상 이 작품을 얘기할 때 천수라는 인물을 생각한다. 천수가 처음에는 멸화군이 되게 멋있고 하고 싶고 좋은 모습만 그리고 들어가게 되지만, 그 안에서 많은 사건을 겪고 상처받고 좌절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거기서 그만두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게 된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작은 희생이라고 생각해서, 누군가의 작은 희생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전했다.

우진하 연출은 초연부터 큰 성공을 거둔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으로 연출 데뷔해 ‘멸화군’까지 한국적 소재의 창작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어느 정도 검증된 해외 라이선스 작품에 비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은 둔 연출을 시도했을까.

▲ 사진=(왼쪽부터) 우진하 연출, 임채리 작가, 이정연 작곡가, 마창욱 음악감독, 황보주성 안무가

우 연출은 “사실 모든 부분에서 부담되고 한순간도 쉬웠던 적은 없던 것 같다.”고 운을 떼면서 “그중에서도 관객분들이 ‘멸화군’이라고 하면 가장 궁금해하고 어떻게 구현될지 예측했던 게 불의 사용이었다. 불을 어떻게 사용해야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관객들한테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며 “어떤 때는 조명만으로도 해볼까, 아니면 온전히 다 안무로 풀어볼까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이 작품의 특성을 좀 더 잘 살리기 위해서, 또 관객분들에게 시청각적으로 만족감을 줘야겠다라는 생각이 커서 조명, 영상, 스모그, 음향 효과들을 최대한 많이 살리고 거기에 맞는 배우분들의 액션, 이런 동선적인 것들까지 포함해서, 불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초기 기획보다 규모가 축소된 만큼 그 고민은 더욱 컸을 듯하다. 앙상블의 도움이 없다 보니 애초 ‘멸화군’이라는 제목 자체가 풍기는 액티브함을 구현하기엔 다소 역부족이다. 그러나 소극장 공연의 묘미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의 열연과 밀도를 감상하기엔 부족함이 없고 특히 서사를 돕는 다채로운 넘버와 안무, 영상, 조명 등의 구성은 뮤지컬 ‘멸화군’의 생명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 연출은 “2017년 창의인재 동반사업에서 시작했을 때는 출연 배우가 9명이었다. 그래서 애초에는 재난 활극에 가까운 공연으로 기획했었고 굉장히 규모가 있는 작품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대극장으로 가는 게 사실 많은 위험 요소도 있고, 당시에는 많이 풀어져 있던 인물들의 밀도를 더 살리기 위해 소극장 5인 구성으로 수정하면서 구성 자체가 조금 많이 달라지기는 했다.”고 밝히면서 “‘사이즈가 조금 더 커야 할 것 같다’는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저는 이 작품이 이렇게 첫발을 이렇게 내디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도 차츰 규모를 키워가듯이 이 작품도 지금 이렇게 시작했던 지점에서 2막 구성으로 규모를 키워서, 이 안에 다 담지 못했던 것들을 더 큰 극장에서 할 수 있게 발전시킬 생각”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보탠 임 작가는 “이번에 연쇄방화범 연화라는 인물을 만들었고, 소극장으로 줄이면서 세계관을 고민하다가 조선 시대에 불이 가진 이중적인 의미를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불이 두려움의 존재지만 또 어느 순간 숭배의 대상이 되는구나 싶어서 연화라는 인물이 불과 어둠을 담당하고, 멸화군들은 불의 빛을 보지 않고 어둠을 들여다보고 싸우는 인물이어서 둘을 잘 엮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민성은 리딩 쇼케이스부터 이번 초연까지 참여하고 있다. 그는 “소재 자체가 너무 참신했다. 지금 대학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소재였기에 너무나 혹했다.”며 “그래서 처음부터 너무 재미있고 너무 해보고 싶은 작품이고 역할이었다. 그런데 음악까지 들으니까 정말 찰떡이더라. 제가 좋아하는 풍의 음악이기도 했고 잘 살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해서 오히려 제가 먼저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과정에서 조금씩 축소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름대로 TOM 극장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것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다 한 것 같다. 모든 배우, 스태프가 한마음이 돼서 잘 표현한 것 같고, 말씀하셨듯이 이게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그 첫발을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리딩 쇼케이스부터 참여하고 있는 지새롬은 “당시에 대사가 한 석 줄이 다였다면 이번에는 연화라는 이름이 생겼고 노래와 대사가 생겨서 부담감이 컸다. 이 소극장에서 배역을 맡아서 한다는 자체가 저에게는 큰 숙제였고, 어떻게 관객을 설득할까 걱정을 많이 했다. 연습실에서 많이 울면서 저 자신을 깨고 자꾸 나오려 했다. 어느 정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민성은 “개인적으로 리딩 쇼케이스부터 참여한 작품은 ‘멸화군’이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내 작품, 내 새끼,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어떻게든 끌고 가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지금도 그런 마음이다.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경수는 “창작 작품은 어떤 작품보다 참여한 사람이 주인 의식이 확실히 있다. 그게 라이선스 작품과 분명 다른 점”이라며 “연습실에서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그와 반대로 열정의 한계는 느끼지 못했다.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졌다. 또,정원영은 “저희 작품은 천수 같은 작품이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는데, 저는 이 작품을 하면서 불이 주는 모든 이미지를 순간순간 표현하면서, 따뜻하고 무겁고 감사한 마음까지 담아서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무대에서 불타오르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우진하 연출, 이정연 작곡가와 대학 동문이자 친구이기도 한 황민수는 “일단 이 친구들이 믿어주는 만큼 그들의 믿음에 해가 되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며 “연출님이 연습 때 강조하긴 했지만, ‘끝까지 고민하고 수정을 거듭해서 막공 날 공연했을 때, 그때가 여러분 초연의 최종 대본이 될 것이다, 됐으면 좋겠다’ 그런 얘기를 입에 달고 살았는데, 그 말처럼 좋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 1월 2일에 뮤지컬 ‘멸화군’이 세상에 나온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며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한편, 뮤지컬 ‘멸화군’은 2022년 1월 2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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