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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다페(MODAFE) 2014’의 선택, 신진 무용수 한선천

  • 입력 2014.05.31 13:22
  • 기자명 이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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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net ‘댄싱9’을 통해 스타 무용수로 거듭난 한선천(25)이 ‘제 33회 국제현대무용제(MOdern DAnce FEstival, 이하 ‘모다페’) 2014‘에서 첫 안무작을 포함 두 개의 작품을 25일, 28일 양일에 걸쳐 소개하는 영광을 누렸다.

‘모다페 2014는’ 7개국 19개 단체가 참여해 '본능을 깨우는 춤'(Arouse your instinct with dance)을 모토로 23일-31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을 포함,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 등 대학로 일대에서 펼쳐지는 국내 최대의 현대무용 페스티벌이다.

모다페는 우리 작품은 물론 해외 주요 작품들을 국내에 발 빠르게 소개함과 동시에 한국 안무가들이 유럽에서도 현지의 그들과 대등한 위치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공모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하여 이듬해 모다페 본 무대에 올리는 등 국내 무용인들에게 폭넓은 기회의 장이 되어주는가 하면 질적인 추구와 현대무용의 저변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꿈의 무대가 마침 2014년, 젊은 무용수 한선천을 선택했다는 점은 단연 눈길을 끈다. 왜일까?

한선천은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에서 생방송 파이널 무대에 진출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데 성공한 현대무용수다. 완벽한 테크닉은 물론 매력적인 외모와 더불어 여자 무용수보다도 아름다운 춤선과 세심한 표현력으로 뭇 여심을 사로잡아 팬덤을 형성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그는 각종 행사와 공연을 통해 아이돌 못지않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방송의 후광이 주는 반짝 효과가 아니겠냐는 우려와 순수예술가로서의 정체성 훼손에 대한 의심이 일고 있기도 하다. 반면 그의 활동이 현대무용의 저변확대에 기여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방송부터 이어진 1년여 동안 각종 행사와 공연 등을 통해 무용수 한선천이 너무 많이 소진되었다는 점이다.

가깝게는 지난 3월 28-30일 대학로 홍익아트센터에서 열린 ‘D4U again’ 5회 공연 이후 약 두 달간, 4월 11일 영화 ‘Make your move’ 쇼케이스 축하무대, 5월 17일 D4U-부산국제무용제 특별홍보공연 2회, 23일 가전제품 CF촬영, 25일 모다페-Turning Point, 28일 모다페-전혁진 안무의 Digilog , 29-31일 이화여대 삼성홀 '댄싱9 시즌1 앵콜 갈라쇼'의 6회 공연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4월 26일 부산 의류매장 홍보공연, 5월 13일 GDF-전혁진 안무 신세계 공연이 계획되었다가 세월호 참사로 취소되었는데 이 중 전혁진 안무의 Digilog, 신세계, 댄싱9 앵콜 갈라쇼를 부분적으로 제외하면 대부분 본인이 직접 안무에 참여한 초연작이다. 게다가 이 스케줄을 소화하기 위한 각종 회의와 미팅, 인터뷰, 사전 촬영, 연습 등 비공식 스케줄까지 감안한다면 실로 살인적인 스케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이는 결국 무용수 한선천의 최고의 무기인 고도의 집중력과 흡입력을 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비단 어떤 무용수가 다를까마는 한선천이 구사하는 춤은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결동작 하나하나에도 완벽을 추구하는 세심한 표현으로 객석의 몰입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감동을 자아내는데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그의 무대에서는 이러한 면모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또한, 이제 막 프로 무용수에 들어선 그가 짧은 기간 안에 여러 무대를 동시다발로 계획하며 번득이는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것은 무리였음에 분명하다. 이를 십분 감안하고서라도 공연 자체의 준비 기간이 촉박했다는 느낌이 객석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져 ‘무용계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던 치기어린 젊은 무용수의 한계를 어림짐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모다페 2014’를 통해 기자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확인시켰다. D4U에서 5분여 길이로 초연한 작품을 15분 길이로 재구성한 첫 단독 안무작 ‘Turning Point’는 그가 가진 ‘아름다운 춤’의 완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이전 무대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그가 말하고자 했던 자신의 이야기, 한때나마 춤을 포기하려던 차 한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무대에 옮기고 싶다던 그의 노력은 작품 ‘Turning Point’ 안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굳이 프로그램 북을 미리 보지 않아도 오로지 춤을 통해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한 작품이었다. ‘어렵고 난해하다’는 것이 훌륭한 작품의 필요조건은 결코 아닐 것이다.

 

또한, 전혁진 안무의 초연작 Digilog에서는 무용수 한선천의 진가를 만날 수 있었다. 훌륭한 무용수가 훌륭한 작품을 만나니 마치 신이 난 듯 훨훨 날고 있었다. 강렬한 빛이 한동안 무대를 휘돌며 시작된 공연은 두 무용수의 빠르고 날카로운 동작이 쉼 없이 이어지는 사이에도 합은 정확했고 동작에서는 연신 강한 남성미가 드러났다. 야들야들한 그의 춤에서 보기 힘든 새로움이었다.

잠시 작품을 살펴보자면 안무가 전혁진은 작품 Digilog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서 기계화 될 수 없는 감성들에 대해서 말해보고 싶다고 했다. 극에 달하는 기계화된 인간을 표현해보고 그렇지만 결국 인간이기에 지칠 수 있다는 것을, 그 속에 따뜻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녹여내고 싶다고 했다.

두 무용수의 지극히 기계적이면서 직선적이고 빠른 움직임에 한동안 눈을 뗄 수 없던 차, 어느 새 언플러그드 음악이 흘러나오며 두 무용수는 인간의 유대와 따뜻한 감성을 말하고 있었다.

모다페 한 관계자는 Digilog에 대해 “나 또한 대중의 눈으로 봤을 때, 춤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두 사람의 호흡, 아귀가 잘 맞으면서 언밸런스하지만 일치하는 교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선천은 선이 고와 여성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디지로그에서 남성적인 박진감이 느껴지는 몸의 움직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자칫 위험한 시도임에 분명했지만 ‘모다페 2014’가 선택한 젊은 무용수 한선천은 적중했다. 모다페가 현대무용의 저변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스타 무용수 한선천을 선택했다면 한선천은 이 최고의 무용페스티벌을 통해 단순히 인기스타가 아닌 훌륭한 현대무용수임을 재 입증했다. 결국 모다페와 한선천이 '따로 또 같이' 윈-윈한 셈이다.

한편, 오늘 31일로 ‘모다페 2014’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단편적인 대중화의 바람에 공연의 질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현대무용의 저변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꾀하는 모다페의 고심에 이제는 우리 대중이 화답할 때다. 문화는 결국 대중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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