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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뮤지컬 '모래시계', 느와르 대신 감성..얼마나 통할까

  • 입력 2017.11.15 13:1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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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한때 ‘귀가시계’로 명성을 떨치며 화려한 도심을 잠재웠던 드라마 ‘모래시계’가 창작뮤지컬로 탄생해 20여년 만에 무대 위에서 재현된다. 그러나 뮤지컬 ‘모래시계’는 당시 큰 주목을 받았던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시대적 배경보다는 격동기 억압 속에 사랑과 우정을 꽃 피운 세 남녀의 이야기에 주목하면서 2017년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예정이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연습실에서 뮤지컬 '모래시계(연출 조광화)' 연습실 현장이 공개됐다. 이날 행사에는 조광화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가를 비롯해 태수 역의 김우형, 한지상, 혜린 역의 장은아, 조정은, 김지현, 우석 역의 강필석, 최재웅, 종도 역의 박성환, 강홍석, 재희 역의 김산호, 손동운, 이호원, 도식 역의 이정열, 성기윤, 윤회장 역의 손종학과 앙상블 배우들이 참석해 작품의 주요장면을 시연하고 이후 간담회를 통해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지나 작가의 원작 드라마 ‘모래시계’는 대한민국의 격동기였던 80년대를 배경으로 태수, 우석, 혜린이라는 3명의 젊은이를 통해 그 시대의 삶을 들여다 본 드라마로 당시는 금기시 되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묘사가 등장해 큰 충격을 전한 바 있다. 또한 건달 태수, 재벌가 딸 혜린, 정직하고 우직한 검사 우석의 사랑과 우정은 이 격동기를 타고 비극적인 결말을 그려 대중의 신금을 울리기도 했다. 그간 방영된 드라마 속 소재나 인물구도에서 완벽한 차별화를 보여주는 데 성공하면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다.

뮤지컬 ‘모래시계’의 작업은 ‘죽도록 노력한 끝에’ 탄생했다. 조광화 연출은 “힘들 것 같아서 두려워하면서 망설였는데 역시, 해보니 몹시 힘들었다. 그만큼 죽도록 노력했다.”며 인사말을 대신해 원작의 무게를 가늠케 했다. 이어 “아무래도 뮤지컬이니까, 드라마에서는 태수나 재희가 말이 없고 과묵한 캐릭터인데 뮤지컬이다 보니 대사나 노래를 해야 해서 드라마보다는 훨씬 청년다운 활력이 있을 것이고, 서정적인 감성을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드라마와 뮤지컬의 차이를 명료하게 설명했다.

뮤지컬로 각색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청년’이라고 밝혔다. “일종의 바람 같은 건데, 말하자면 청년 문화라는 게 없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예전엔 정치적 또는 사회적인 투쟁이나 사회적인 참여를 하면서, 그 절박한 가운데에도 낭만을 즐긴다든가 그런 젊은이들의 문화라는 게 있었는데 요즘은 그냥 먹고 살기 바쁜 것 같다. 꿈을 위해 공부를 하는데 정작 경제적인 부분에 쫓겨서 힘들어하는 게, 이것 또한 일종의, 시대가 청년들에게 배려를 못해준 게 아닌가. 우리 모두 청년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애정을 갖고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다.”며 뮤지컬 ‘모래시계’가 시대의 변화에 묻힌 청년문화를 다시금 일깨울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워낙의 유명세도 유명세지만 1회 40분 분량, 24부작의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 반 안에 함축해야 하는 고난의 작업이다. 실상 유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 경우 하이라이트 짜깁기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조광화 연출은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원작의 주요 스토리는 가져오면서 세 남녀의 로맨스에 보다 초점을 맞춰 각색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렇다보니 애초 드라마 원작이 말하고자 했던 기획의도를 얼마나 충실히 담아낼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광화 연출은 “저도 우려를 하면서 만들고 있다.”는 속내를 먼저 털어놓으면서 “그러한 현상은 원작을 가진 작품이라면 다들 가지고 있는 고민일 텐데 사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작품들은 원작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해서 방대한 작품을 요약하는데 있어서 스토리의 전달을 염려한다면, 그런 부분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이 ‘레미제라블’인 것 같다. 그 방대한 소설 원작을, 그 시간 안에 어떻게 저 많은 인물을 녹여냈을까? 그랬을 때 결국엔 인간에 주목한 게 아닌가 싶다. 그 작품을 보면 배경이 된 프랑스 혁명에 대한 설명은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이 뜨거운 마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어떠한 부당함과 싸우는 모습만 보여주는데 그것이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며 “보편적인 상황, 보편적인 공간, 보편적인 인간이라는 조건이 있으면 구체적인 스토리는 사실 별 의미가 없어진다. 특히나 뮤지컬은 사실 스토리에서 관객을 움직이는 장르가 아니라 음악이 중심에 있고, 어떤 감성을 갖느냐. 간단한 상황을 주고 어떤 마음으로 노래를 하면 그 마음에 노래의 힘 때문에 쉽게 공감이 가는. 그게 어떻게 보면 스토리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로맨스만이 중심이 아닌 사랑과 우정이 동시에 중요하고 그 모든 것들을 ‘청년’이라는 코드로써 방점을 찍게 된다. 해서 시대가 나오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묘사하려고 하지 않았다. 시대가 억압하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구체적인 스토리를 몰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세 인물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따라갈 수밖에 없는 그런 감성을 포착하려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뮤지컬 ‘모래시계’를 추억하는 관객이라면 드라마 속 최고의 명장면이자 명대사 박태수(최민수 분)의 사형 집행 장면인 “나 지금 떨고 있냐”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클 것이다. 또한 이 장면을 누가 누가 잘하나, 실상 이것이 가장 큰 호기심으로 작용할 것인 만큼 설령 이 대사가 직접적으로 포함되어 있든 아니든 조광화 연출이 의도하는 인간의 보편적 감성이 원작 드라마의 매력과 얼마나 적절하게 뒤섞여있을 것인가가 뮤지컬 ‘모래시계’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만약 원작의 색채가 너무 옅어서는 어차피 창작일 바에 왜 굳이 ‘모래시계’여야 했느냐는 의문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은 총 7개의 넘버를 시연했다. 뮤지컬만의 특색인 앙상블과의 어우러짐이 돋보였고 특히 드라마의 분위기보다는 한층 밝고 경쾌한 느낌이 눈길을 모았다. 드라마의 메인 테마 '백학'의 멜로디가 배우들의 휘파람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뮤지컬 ‘모래시계’의 넘버들의 특징에 대해 김문정 음악감독의 설명이 있었다. “오늘 작곡가께서 이 자리에 오셨어야 했는데 사실 아직도 수정 작업에 있다.”며 “연출님의 말씀처럼 굉장히 어렵고 방대한 작업을 음악에서도 표현해야 되는 과정은 음악인으로서도 한 단계 어려운 작업이었다. 극중 주축이 되는 세 주인공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중년의 문턱까지 가는 과정에서, 시대별로 그들이 느낀 감성을 대변했어야 했기 때문에 학창시절의 순수함과 거친 20대를 거쳐서 30대의 기로에 섰을 때, 또 마감하는 넘버에 있어서 록을 가미하기도 하지만 힐링을 담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해서 아직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아마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캐릭터에 맞게 표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선호 안무가는 뮤지컬 ‘모래시계’의 안무 포인트에 대해 “일단 제가 잡은 콘셉트는, 음악과 드라마 안에 튀지 말자는 것이었다. 신과 신, 장면별,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움직임이 다 다르니까 거기에 맞춰서 너무 과하지고 모자라지도 않게 드라마에 녹아들 수 있는 움직임을 찾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품이 안무만 하고 노래만 해서 딱 끝나는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 안에 또 춤이 있고 계속해서 연결이 돼서, 학창시절엔 활기차고 어떨 때는 열정이 있고, 그리고 자신의 인생의 길로 들어서는 시점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을 만들어보자, 또 남자들이 가야하는 군대에서는 근엄함, 체계, 그런 것들을 풍자해보자, 그리고 또 하나는 세상에 또 다른 희망이 있겠지, 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작업을 했다. 배우들 모두가 빛나고 살아있을 수 있도록, 장면에 잘 녹아들 수 있게 잘 만들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대되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다 좋다”며 너털웃음과 함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꽤나 무겁고 어두운, 흔히 느와르 색채가 짙은 작품이다. 그러나 그래서 더욱 열광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1995년이기에 가능했다. 2017년의 뮤지컬 ‘모래시계’는 그에 비하면 보다 경쾌한 표현으로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겠다는 포부다. 원작의 무게감을 딛고 무대에서만의 매력을 한껏 뽐낸 새로운 명작이 탄생할 것인지, 남은 3주의 기다림이 매우 흥미롭다. 과연 원작의 감흥을 깊이 간직한 중년층과 원작을 모르는 젊은층을 두루 사로잡을 수 있는 웰메이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을지.

한편, 창작뮤지컬 ‘모래시계’는 오는 12월 5일부터 서울 중구에 위치한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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