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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 초점] 김구라, '라디오 스타' 속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 입력 2017.08.31 17:4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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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라디오 스타' 속 독설가 김구라의 역할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30일 방송된 MBC '라디오 스타'에서는 조민기, 손미나, 김응수, 김생민이 출연했다. 이 날의 주제는 '염전에서 욜로를 외치다' 편으로 꾸며졌다. 

방송이 전파를 탄 후, 시청자 게시판에서부터 각종 SNS 등에는 MC 김구라의 하차 요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유인즉 김구라가 게스트를 대하는 태도가 무성의하고, 답변이 곤란한 질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등 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생민은 팟캐스트로 방송 중이던 '김생민의 영수증'이 초대박이 나면서 프로그램 자체가 지상파 KBS에까지 진출했다. 데뷔 25년 만에 찾아온 첫 전성기다. 그는 그동안 여러 프로그램들에서 MC 자리를 지켰지만 '김생민'하면 떠오르는 직업이 개그맨인지 방송인인지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 사이 김생민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서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새벽 5시에 기상하는 생활이 수년간 이어졌다고도 밝혔다. 그렇게 모은 돈을 아껴 생활하는 자신의 생활패턴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김생민의 영수증'이기도 하다.

조민기는 그런 김생민의 절약 생활을 두고 철이 든 것 같다며 자신도 배워야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MC 김구라는 "짜다고 철이 든 건 아니다. 짜긴 짠데 왜 저런 행동을 하지? 절약하는 방식을 자랑하 듯 얘기하는 것을 철들었다고 얘기할 수 있나"라는 식으로 의문을 표했다. 김생민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받아쳤고 윤종신은 "알아들을 필요 없다."며 무마에 나섰다. 시청자들은 이 부분에서부터 김구라의 태도를 지적했다.

이후에도 김구라의 태도가 문제된 부분들은 지속됐다. 김생민은 23년 동안 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지만 자신의 출연료는 한 달을 합해도 김구라의 30분 출연료 정도라고 밝혔다. 그만큼 자신이 절약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정을 말한 것. 거기에 김구라는 자신의 출연료를 봤느냐고 되물었다.

이후 김생민은 '개그콘서트' 복숭아학당 코너에 출연 중이던 시절 아침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오면서 코미디를 떠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과정 중, 봉숭아학당이 분명 기회였지만 울렁증으로 대사 한 마디를 못했었다고 밝히면서 여기에 출연한 이들 88%가 성공했다, 자신은 거기에 들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김구라는 그렇다면 그 12%에 든 이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생민은 "형님식 개그 별로 안 좋아한다."며 방어에 나섰지만 김구라는 특정 인물의 이름을 재차 삼차 언급하며 그가 아니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다. 시청자의 궁금증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대답을 강요하기도 했다. 김생민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과연 이 질문이 게스트를 당혹스럽게까지 하면서 시청자가 궁금할 이야기인지 그것이 궁금한 대목이었다.

그동안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출연자들의 가장 최근의 이슈를 가감없이 묻고 평하는 역할을 하면서 독설가, 사이다 등으로 통했다. 민감한 질문은 대부분 김구라의 몫이었고 시청자들은 내심 김구라에게서 언제 '그 질문'이 나올지 기대한다. 게스트를 포함 MC들과의 물고 뜯는 설전도 '라디오스타'의 빅재미가 되기도 한다. 허나 그 수위가 아슬아슬해 일각에서는 김구라식의 진행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지도 오래다.

특히 이번 김생민 편의 사태는, 말하자면 을의 입장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최대한 아끼고 절약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두고, 적어도 그 보다는 형편이 한참 나아보이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느냐"는 식의 태도를 노출했다는 점이 많은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에서 정직하게 살아가는 이가 예능이라는 핑계로 조롱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 결국 시청자들은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의 하차를 요구하는 청원에까지 나섰고 벌써 만 명에 가까운 서명이 이루어졌다. 이후 김생민은 '출연만으로 영광'이라며 김구라를 감쌌고 김구라는 김생민과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김구라의 '라디오스타'에서의 역할은 분명 지대하다. 이번 사태로 인해 그가 자신 하차를 결심하지 않는 이상 제작진 측에서 그를 '해고'할 리는 없을 것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오직 김구라에게만 물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방송은 결국 완성된 편집이다. 이번 김구라의 태도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음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 역시 한편으로 진행자이자 출연자일 뿐이다. 보다 큰 웃음을 위해 무리수가 있을 수 있다. 하여 필요한 것이 편집이다. 그들의 녹화 당시 이모저모는 편집으로 무마되기도 부각되기도 한다. 결국 제작진부터가 논란의 여지를 사전에 파악했어야 한다. 여타의 토크쇼와 '라디오스타' 만의 차별화가 '김구라표 사이다'라는 점은 제작진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를 지키고 싶다면 제작진부터의 각성과 주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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