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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화 연출, "뮤지컬 '스모크' 시인 이상의 일대기 아닌 절정의 한 순간"

  • 입력 2017.03.24 03:4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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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비운의 천재시인 이상의 삶이 뮤지컬로 탄생했다.

23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유니플렉스2관에서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의 창작뮤지컬 ‘스모크’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추정화 연출, 허수현 작곡가, 프로듀서 김민종을 비롯해 출연진에 (‘초’役) 김재범, 김경수, 박은석, (‘해’役) 정원영, 고은성, 윤소호, (‘홍’役) 김여진, 유주혜가 참석해 작품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고 이후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스모크'는 이상의 시 '오감도 제15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탄생된 작품으로 당시 세상에 맞지 않았던 천재시인 이상의 삶과 예술, 고뇌, 희망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지난 해 12월 선보인 트라이아웃 공연 이후 대대적인 수정 작업을 거친 끝에 지난 18일 정식 공연의 첫 막을 올렸다. ‘난해시인’의 대표인물 이상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을까. 제작진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먼저 들여다보자.

먼저 추정화 연출은 이번 ‘스모크’를 연출한 이유로 “윤동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 같은 작품을 보면 그냥 좋지 않나. 헌데 이상의 시는 너무 어려워서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잡아준 한 구절이 있었는데 소설 ‘날개’에서 ‘날자날자 딱 한번만 날아보자꾸나’라는 대목이었다.”며  "나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좌절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 좌절 속에 있다 보니 그 구절이 정말 좋더라. ‘한번만 더 날아볼 수 있다면, 한번만 더 도전해볼 수 있다면’ 그것을 붙잡고 여기까지 왔다. 언젠가 나에게 기회가 된다면 이 어려운 이상의 시를 붙들고 꼭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 트라이아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해 추정화 연출은 “당시 물론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트라이아웃 공연은 굉장한 비난 속에서 막을 내렸다. 그 중에 많은 이야기가 연출가가 혼자만의 세상에 있다, 난해하다, 어둡다, 그런 말들이 일관적이었는데 사실 처음부터 그 말을 받아들이긴 좀 어려웠다. 헌데 가만히 보다보니까 그 말이 다 맞는 말이더라. 어느 순간 내가 이상의 시에 너무 젖어있었던 게 아닌가. 종이가 마치 물에 흠뻑 젖어서 너덜너덜해진 것과 같이, 마치 그렇게 트라이아웃 공연을 만든 것 같았다. 해서 이번에는 ‘스모크’의 결은 살리되 좀 더 극적이고 훨씬 더 흥미롭고 금방 받아들일 수 있는, 재밌게 따라올 수 있는 극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했고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이라는 것이 100이면 100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작품에도 혹여 혹평이 따른다면 그에 맞춘 재수정을 가하게 될까. 아니면 연출가로서 이번 작품으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을까. 그 부분에 대해 추정화 연출은 “비난을 받아서 극을 고친 건 아니다. 내가 모자라다고 생각을 해서 극을 고친 거다. 또, 모자름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쳐갈 것이다. 창작뮤지컬이든 무엇이든 매번 똑같이 올린다는 것은, 사실 그것 역시 힘들다. 매번 배우가 바뀌고 같이 하는 감독님들이 바뀌고 공연장이 바뀐다. 그 공연장마다 가지고 있는 이점이 있고 단점이 있고 또 배우들마다의 매력이 다르고 배우들마다의 해석이 또 다르다. 그리고 이왕이면 퇴보하는 것보다 발전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스모크’도 이번이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비상을 꿈꾸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이상의 일상이나 평생을 담으려고 시작하지 않았다. 그냥 그 비난받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왕지사 비난을 받는다면 스스로에게 비난받을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플 거라고 생각을 해서 이 작품이 만들어지게 됐다. 딱 한순간의 이야기를 좀 더 세밀하게,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흥미 있게 다가갈 수 있을까. 여기까지가 이 작품으로 전해드리는 이야기이고, 그 다음부터는 이 작품을 보고 이상에 대해 궁금해진 분들이 그의 시와 소설을 찾아보게 된다면 연출자로서는 그것으로 뮤지컬 ‘스모크’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음악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관객들은 이미 ‘스모크’의 넘버로 음원발매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허수현 음악감독은 “넘버는 20곡정도 되는데 전체적으로 미스터리하고 어두운 드라마이기 때문에 마이너 풍의 곡들이 많다.”며 “다른 뮤지컬에 비해서 이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곡 중에 10곡을 다시 썼다. 그만큼 드라마도 어려웠고, 연출님이 물론 가사를 다 쓰셨지만 거기에 이상의 시가 같이 녹아있어서 처음에 그것들을 캐치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 부분에서 연출님과 배우분들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 이 시점에 왜 하필 이상일까. 현재의 대중이 이 작품에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있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추정화 연출은 “특히 이상은 시를 쓸 때 현실과 전혀 타협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렇게 ‘미친놈의 헛소리’라고 얘길 하는데도 절대 바꿔서 쓰지 않았다. 심지어 띄어쓰기도 하지 않았고 알아듣듯 못 알아듣든 상관하지 않고 글을 쓴 것 같더라. 해서 그의 시를 보면 시대와 발이 맞지 않아서 절름발이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고통 한가운데에 있는 예술가의 모습이 보였다. 굳이 왜 하필 이 시점에 이상인가, 라고 묻는다면 사람은 누구나 행복만큼이나 고통과 절망을 가까이에 두고 살지 않나.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았던 한 시인의 모습을 통해서, 그리고 마지막 노래를 통해서 고통의 한 자락이 치유될 수 있는, 어떤 약이 될 수 있는 뮤지컬이 되었으면 한다. 나 혼자 아픈 것이 아니라 우리 다 같이 아프고 있고 그 아픔을 견뎌내다 보면 언젠가 우리도 나비처럼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주제를 담고 있는 뮤지컬이다.”라고 밝혔다.

대대적인 수정을 거친 뮤지컬 ‘스모크’는 이번에야 말로 관객들 사이 나비의 옷을 입을 수 있을까. 뮤지컬 ‘스노크’는 오는 5월 28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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