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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르미' 진영, 연기호평 감사할 따름 "아직 멀었죠"

  • 입력 2016.11.06 13:32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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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 진영의 인터뷰 전편에 이어.

‘구르미’ 속 김윤성은 최고 세도가의 자제로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결국 사랑과 우정에 올인하게 되는데, 어떻게 보면 어른의 그것이 아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대사에 많이 표현되지 않았나 싶고. 할아버지가 뭔가를 이야기할 때 윤성이가 자신의 생각을 모두 말하잖아요. 처음엔 그냥 듣는 입장이었고 당연히 그에 따라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결국 사랑이 윤성이를 깨워주지 않았나 싶거든요. 만약 라온이 아니었다면 할아버지의 뜻에 반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해요. 원래 성품이 바른 아이여서 안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라온이와의 관계가 생기면서 본격 사건들을 접하게 되고 그것들로 사랑하는 여인과 친구 영이까지 위험에 처하게 되니까. 어쩌면 어른들의 세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윤성에게는 그 부분이 더 중요했던 게 아닌가. 할아버지가 윤성을 통해 원하는 것이 싫었다기보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확실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을 살려야한다는 게 가장 컸던 거죠.”

극 초반과 후반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후반 홍경래의 등장으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구르미’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한편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것은 초반 부각된 멜로였음에는 분명하다. 이 멜로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나.

“초반엔 일부러 멜로를 많이 넣으셨던 것 같아요. 어쨌든 영이와 라온이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사이잖아요. 그 두 사람이 헤어졌을 때 더 애틋함을 보여주려고 멜로가 더 많이 들어간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박보검, 김유정, 곽동연 등 또래 연기자들과 함께한 현장이었는데 서로간의 호흡은 어땠을까.

“일단 비슷한 나이 또래 친구들이고,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이야기를 했을 때도 너무나 착하고 말도 잘 통하고 하다보니까 연기를 하면서 그런 시너지가 좀 더 발휘된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 제가 제일 오빠고 형이었는데, 실제 연기로는 다들 저보다 선배들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저도, (같이) 하면서도 제가 형이라고 자존심을 세울 필요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같이 연기를 하고 호흡을 맞추면서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 제가 먼저 물어보기도 하고 유정이나 보검이가 ‘이건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요’라고 하면 그렇게도 한번 해보고. 그러면 감독님도 더 좋다고 하실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고맙기도 하고, 이번에 진짜 이 친구들한테 배운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전작 ‘칠전팔기 구해라’에 이어 이번 ‘구르미’에서도, 어쩌다 벌써 두 번의 죽음을 맞았는데.

“그러게요(웃음). 처음엔 느낌이 좀 이상하긴 하더라고요. 제 앞에 제 관이 있고 하니까 느낌이 너무 이상한 거예요. 근데, 드라마에서 죽는다는 것 자체도 어떻게 보면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그런 말씀도 하셨어요. 사극에서 죽으니까 죽으면서 이렇게 말도 많이 할 수 있는 거다(웃음). 현대극에서는 죽으면 그냥 바로 죽을 텐데 사극이다 보니까, 제가 죽으면서도 말하는 신이 한 5분은 되거든요. 그러니까 감독님이, 사극이니까 이런 것도 해보는 거라고, 좋은 경험으로 알아라,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씀이 정말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한텐 더 의미가 깊었던 게, 제가 죽을 때 제가 만든 OST가 흘러나오더라고요. 근데 더 신기했던 건, OST 제목이 ‘안갯길’이거든요. 헌데 이상하게 그날, 제가 죽는 신을 촬영한 날이 부여 야외였는데, 정말 그런 게 처음이었어요. 안개가 너무 많아서 앞이 안보일 정도인 거예요. 뭔가 윤성이의 가는 길을 하늘이 위로해주는 건가, 그런 생각이 막 들더라고요. 실제로 방송 장면도 안개 때문에 전체가 다 뿌옇게 보이거든요. 그 모습이 뭔가 너무 몽환적이고, 기분도 되게 묘하고 이상하더라고요.”

이번 ‘구르미’를 통해 첫 사극에 도전했음에도 연기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진영의 재발견’이라는 말까지 있었는데 기분이 어떤가.

“일단 너무 좋게 봐주시니까,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가 일단 다행이라는 생각부터 했었고, 근데 솔직히 모니터를 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디테일한 것도 더 필요하고, 이 장면은 이랬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많이 하고요. 그래서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시작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

자신의 연기에서 특별히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던가.

“음, 감정에 대한 디테일함? 감정을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기술이랄까, 보통 대본을 받으면 그 신을 상상하면서 먼저 머리로 그려보는 그림이 있잖아요. 이런 그림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 정도의 감정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연기를 했다고도 생각했는데 막상 방송을 보면 그 상상에 못 미친 경우가 있어서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많이 생각하고,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임해야겠다는 게, 뭔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그런 생각들이 실제 연기에 있어서도 좀 더 잘 표현이 되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조금 다른 이야기로, 본업이 가수이기도 한데 그룹 ‘B1A4’는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

“일단 ‘B1A4’의 프로듀서이고요. 올해 안에 컴백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고요. 어쨌든 ‘B1A4’는 저에게 집 같은 존재예요. 연기를 하면서도 혼자 나가있으면 외로울 때도 있는데, 간만에 멤버들을 만나면 제 대사를 따라 하기도 하고 그런 장난을 칠 때가 있어요. 장난인데도 저한테는 그게 고마운 거예요. (멤버들이) 모니터도 해주고 SNS에 올려주기도 하고 방송화면을 찍어서 올려주기도 하고. 그런 걸 보면 ‘내가 하는 것을 열심히 지켜봐주고 있구나. 아, 내가 혼자가 아니구나’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또, 어쩌다 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올 때 ‘B1A4’가 같이 올라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너무 기분이 좋은 거예요, 조금이라도 ‘B1A4’를 알렸다는 거? 혼자 활동이긴 하지만 어쨌든 ‘B1A4’의 타이틀을 걸고 활동하는 것도 있잖아요, 저도 팀원이니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별히 스케줄이 없을 땐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아무래도 주로 작곡을 많이 하고요. 취미는 영화를 보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사실 전에는 로코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보고나서 펑펑 운적이 있어요(웃음). 그 뒤부터 로맨스를 엄청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스펙터클한 SF영화도 진짜 좋아하고요. 그런 영화를 보면 ‘와, 저 주인공처럼 삶을 살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도 많이 하고.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아이언 맨’을 보면 진짜 아이언 맨이 되어보고 싶은(웃음).”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구르미’를 통해 얻은 성과를 스스로 정리해볼 수 있을까, 더불어 앞으로의 각오를 함께 전해준다면.

“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좀 더 용기를 얻은 것 같아요. 뭔가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많이 배우고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들을 더 용기 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된 것 같고. 어쨌든 윤성이 같은 역할을 해봤기 때문에 차기작이 어떤 작품이 와도, 갑자기 완전 악역이 들어와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전쟁영화도 꼭 해보고 싶고 아예 유머러스한 로코도 해보고 싶고 정말 여러 가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연기자로서도 또 조만간 찾아뵐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진영은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쫄깃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본업인 가수로서의 인터뷰에 비하면 다소 어려웠을 수도 있다. 기자는 세 명에 불과했지만 하필 연예부 ‘왕고’ 선임기자에 고참 기자까지 같은 시간으로 묶인 바람에 여타의 인터뷰와는 분위기부터가 사뭇 달랐을 게다. 그 스스로도 이런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너스레를 보태기도 했다.

본문의 질문은 매우 간략히 축약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논평과 토론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와중에도 진영은 질문의 요지를 따져가며 실로 성심성의껏 답변을 이었다. 그렇다보니 전편에서 표현한 것처럼 그의 대답까지도 ‘구구절절’이 되었던 것인데, 그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느낀 그의 최고 강점은 똑똑함이 아닐까 싶었다. 그는 상당히 스마트했다. 자신의 생각과 말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에서부터 자잘한 처세술까지, 그 현장과 분위기에서 필요한 딱 그만큼을 본능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점은 본 기자를 적잖이 놀라게 했다. 문체는 다소 서툴고 내내 긴장된 모습도 역력했지만 한편 그와는 다른 자신감과 여유도 보인다. 거기에 집착에 가까운 대본 열공, 겸손한 태도까지 엿볼 수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했던가, 그는 분명 연기자로서도 대성할 떡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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