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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유일 "'까사 발렌티나', 배우의 집요함 배운 작품"

  • 입력 2016.10.17 05:00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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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지난 달 막을 내린 김수로 프로젝트 18탄, 연극 ‘까사 발렌티나’에서 신입 크로스드레서 조나단(미란다) 역으로 분한 배우 유일을 만났다.

유일은 뮤지컬 ‘로기수’,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 이번 ‘까사 발렌티나’로 첫 연극무대에 도전했다. 뮤지컬에서의 경험이 있었다고는 하나 세 번째 무대 만에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이면서 극의 최고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일조했다.

자신의 모습을 여성처럼 꾸미고 그를 즐기는 크로스드레서 조나단을 연기한 그는 극중 자신의 여성성을 드러낸 미란다로 변신했을 때 실로 빼어난 미모를 자랑해 여성 관객들의 질투를 사기도 했는데,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크로스드레서들만의 파라다이스 ‘슈발리에 데옹’을 찾았던 조나단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생 최대의 자괴감을 맛보게 되면서 미란다로서의 꿈 같은 시간을 뒤로 하고 하루 만에 도망치듯 빠져나오게 된다. 유일은 그러한 조나단의 극과 극의 감정의 흐름을 훌륭하게 소화하면서 극 전체의 몰입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렇게 첫 연극 ‘까사 발렌티나’를 마친 배우 유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연극 ‘까사 발렌티나’를 끝낸 소감은 어떤가.

“첫 연극 무대였기 때문에 사실 걱정도 많이 했었는데 두 달 반 정도의 시간동안 좋은 연극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는 배우로서의 길에 좀 더 다양한 방향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연극무대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앞으로도 좋은 공연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게 드는 것 같다.”

‘까사 발렌티나’에는 7인의 크로스드레서가 등장한다. 전 출연진을 대상으로 미모 1순위라는 평도 있었다. 알고 있나.

“(웃음) 그것까진 몰랐다. 그냥 항상 관객들이 예쁘게 봐주시는 게 보여서 참 감사했다. 이번에 예쁜 캐릭터를 보여드렸으니까 다음에는 남자답게, 남성스러운 역할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나 싶다(웃음).”

‘미란다’로 변신하면서 여장에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미란다로 변신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눈 화장과 속눈썹이 생기고 가발을 쓴다는 건데, 가발이 얼마나 잘 씌워지느냐 속눈썹이 얼마나 예쁘게 붙느냐, 그걸 가장 많이 신경 쓴 것 같다. 극중 발렌티나(조지)가 속눈썹을 직접 붙여주고 리타가 가발을 씌워주는데, 가발이 잘 씌워진 날은 관객 분들이 깜짝 놀라면서 너무 예쁜 거 아니냐고 리액션이 오더라. 근데 가발이 잘 안 씌워진 날은 엉성한 게 보여서 관객들도 안타까워하시는 게 보였다(웃음). 근데 그걸 내가 직접 하는 게 아니고 다른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면서 직접 해주시는 거라, 나는 되도록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헌데 그렇게 분장을 받을 때는 선배님들이 날 이렇게 예쁘게 바꿔주신다는 게 감사한 생각도 들면서 더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

이번 ‘까사 발렌티나’를 통해 성소수자 역할은 처음이기도 했는데, 어떤 마음으로 연극에 임했나.

“연극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극의 이야기 자체가 결코 가볍지 않다. 해서 처음부터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았었고, 연극에 들어가기 전에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대니쉬 걸’이라는 영화를 참고하기도 했는데, 그를 통해 내가 생각했던 느낌은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 누구나 평범함을 꿈꿀 수 있고 어떻게 보면 사람으로서 가장 원하는 행복이 바로 평범함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무대에 오르면서도 좀 더 그들을 이해하고 좀 더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매 회에 임했던 것 같다.”

‘까사 발렌티나’는 폭발했던 사건에 비해 조지(발렌티나)와 부인 리타의 결말을 열어두면서 ‘슈발리에 데옹’의 미래를 관객의 상상에 맡겼다. 그로 인해 관객들의 갑론을박도 상당했는데 직접 무대에 선 배우로서 그러한 현상을 접한 소감은 어땠나.

“사실, 작품에 대해 관객들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는 걸 보면서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미처 그렇게까지 생각지 못한 부분들까지 관객들이 말씀하시는 걸 보고 깊게 공부하지 않고 깊게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더 크게 갖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특히 이런 결말에서는 누구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마련인데 후반으로 갈수록 배우들과 관객들의 생각이 점차 하나로 모아지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었고 그걸 알아주시는 구나, 하는 게 느껴지면서 뭔가 같이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면서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도 조나단이 ‘슈발리에 데옹’을 떠난 이후에는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그런 생각을 놓지 않으면서 연기하려 했었고 어차피 해답이라는 것은 없지만 연기를 하면서 그러한 마음을 갖고 느끼게 됐다는 점이 배우로서는 가장 큰 수확이 아닌가 싶고 또 다음 작품을 만나면 이런 부분을 더욱 집요하게 가져가야겠다는 다짐도 생겼다.”

그렇다면, 스스로 생각하기에 조나단이 리조트를 뛰쳐나간 이후 어떤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을까.

“조나단이 가방(미란다로 살아보기 위해 꾸렸던 짐)을 리조트에 놓고 떠나게 되는데 우선 개인적으로 가방을 놓는다는 의미는 미란다를 두고 온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그래서 조나단의 삶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으려고 했던 모든 노력들이 짧은 시간 안에 수포로 돌아간 것이 사실이고 그로인해 큰 상처를 입게 되는데, 조나단으로서는 그렇게 수줍음이 많고 조심스럽게 행동했던 사람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보겠다고 리조트를 찾은 것 자체가 정말 큰 용기이기도 했다. 헌데 그것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어서 모든 것을 종합해본다면 조나단은 다시는 미란다로 돌아올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그럼에도 혹시 그가 정말로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언제가 될까 생각해 봤는데, 만약 그의 아내가 조지의 아내 리타처럼 그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극중 리타가 조나단에게 아내에게 기회를 줘봐라, 스스로를 드러내는 용기를 내봐라 하는데 만약 아내가 이해를 해준다면 조나단도 아내 앞에서 미란다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해서 같이 행복하게 춤도 출 수 있다면 어떨까. 어려서부터 간직해온 미란다를 그냥 정말 딱 하루만이라도 보여줄 수 있으면 어떨까. 근데 아마도 조나단은 다시는 미란다는 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같이 무대에 선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사실 나는 연극이 첫 도전이었고, 함께하신 배우들은 연극무대에서 이미 내로라하는 선배님들이셨기 때문에 그저 배운다는 생각이 컸다. 연극이 진행되고 점점 시간이 갈수록 더 깊이 파고들려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특히 무대에서 그 캐릭터에 혼연일체가 되어 움직이는 선배님들의 열정이 보일 때는 나 역시도 거기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었고, 뭔가 그런 전체적인 시너지가 만들어졌을 때 더 좋은 공연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연극 무대는 처음이었는데 애초 연극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더불어 직접 연극무대를 소화한 후 그에 달라진 생각이 있나.

“사실 연극이라 하면 그냥 어려운 공연? 내가 하는데 있어서, 무대에 서는데 있어서 어려운 공연일 것이다 하는 생각이 가장 컸다. 준비를 하면서 연출님에게 연극과 뮤지컬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그냥 숨 쉬는 것도 연기의 일부분이고 온전히 배우의 호흡만으로 무대에 서 있을 줄 알아야 되는 게 연극이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사실 더 부담스러웠었고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한편으로 그래서 더 부딪혀보고 싶었다. 공연을 진행하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호흡들이 무대 위에서 온전히 제 시간에 쓰이고 있을 때, 관객들이 완전히 집중해서 나에게 주목해줄 때 짜릿한 공기의 흐름 같은 게 느껴지면서 이것이 연극만이 가진 매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첫 연극으로 심도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다. 전에는 뭣 모르고 불타오르는 취지로 접근했다면, 물론 그런 열정이 수그러든 것은 아니지만 이번 작품으로 좀 더 치열하게 생각하게 된, 또 다른 방향들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극중 조나단(미란다)이 아니었다면, 혹시 욕심나는 다른 캐릭터를 꼽아보라면 어떨까.

“음.. 샬롯이 어떨까 싶다. 개인적으로 ‘까사 발렌티나’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하고, 타당성과 자신의 신념이 확실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데 관객들이 보기엔 샬롯에 악역이다, 샬롯 때문에 모든 일이 꼬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샬롯이 리조트에 와서 사람들을 설득해 자신의 신념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역할로 봤다. 해서 내가 샬롯을 했다면, 내가 가진 샬롯의 신념을 관객들에게 풀었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주실까 되게 궁금하기도 하고,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이다 보니까 그래서 더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로 인해 또 다른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으면서 또 반대로 너무 어려워서 도망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웃음).”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에 출연했던 소감이라면.

“사실 연극 속 이야기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부분은 사회적으로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숙제이지 않나. 중요한 건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심이 있고 권리가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이제는 좀 더 넓은 생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이 작품을 통해서 얻어진 것 같고,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로 다시 섭외가 온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나.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할 것 같다. 이야기의 소재가 무엇이냐 보다는 이야기가 말하는 중심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 같고 앞으로도 그렇게 쭉 작품을 찾고 해나가고 싶다.”

이번 작품으로 김수로 프로젝트에 첫 입성하기도 했는데.

“김수로 프로젝트가 대학로에서는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프로젝트여서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김수로 프로젝트로 굉장히 다양한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는데 그만큼 관객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기회가 온다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다.”

무대를 마치면 늘 팬들과 대화를 나누기로 유명한데, 이번 조나단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던가.

“이번만큼 퇴근길에서 극에 대해 밀도 깊은 질문을 많이 받아본 공연이 없었던 것 같다. 단순히 나 하나의 개인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라 극 전체에 대한 궁금증을 말씀해주시는 걸 보고, 아 정말 관객들에게는 금방 들통이 나는 구나, 깊게 하지 않으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해서 더 집요하게 생각하려고 했고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내가 확신이 없으면 횡설수설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더 치밀하게 연구하려고 했던 마음이 컸다. 그런 부분이 또 배우로서의 성장을 도와주시는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끝으로 ‘까사 발렌티나’를 찾아준 관객들에게 한 마디.

“공연기간 내내 한 번을 찾아주셨든 수십 번을 찾아주셨든, 다 똑같은 마음으로 감사하다. ‘까사 발렌티나’라는 작품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찾아오셨던 게 아닐까. 해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렸어야 되는데, 어떻게 보면 처음부터 완벽한 합으로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그 부분에서는 스스로도 안타깝고 죄송하기도 한데, 그래도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고 다음에 또 좋은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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