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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까사발렌티나', 묵직한 여운에 반전을 더한 참신함 '좋아요♥'

  • 입력 2016.08.22 08:20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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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본 리뷰에는 공연의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연극 ‘까사발렌티나’는 흔히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깨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지만 이 연극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그냥 우리네들의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

연극 '까사 발렌티나'는 201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김수로 프로젝트 18탄으로 기획된 국내 초연작이다.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의 최신작으로 그는 뮤지컬 ‘라카지’, ‘킹키부츠’ 등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아왔는데 이번 ‘까사발렌티나’ 역시 크로스드레서(여장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여기서 말하는 크로스드레서란 성별 자체를 완전한 여성으로의 변환을 추구하는 트렌스젠더와는 다르게 평소에는 남성으로서의 삶을 영위하면서 단지 자신에게 숨은 여성성을 즐기는데 그 방식이 화장부터 의상까지 겉모습을 여성으로 꾸미고 예쁜 여성의 모습으로 변신한 자신을 즐긴다.

1962년의 뉴욕, 크로스드레서 6인의 남성들은 주말을 맞아 그들만의 은밀한 파라다이스 '슈발리에 데옹'으로 모여든다. 그곳은 또 다른 크로스드레서 조지와 그의 아내 리타가 운영하는 리조트다. 이미 수년간 이곳에서 은밀한 파티를 즐겼던 그들은 그들만의 끈끈한 유대를 가지고 있을 만큼 돈독하다. 이번 주말은 조나단이라는 신입생이 찾아오면서 초보 크로스드레서의 메이크오버에 덩달아 한껏 흥이 났다. 헌데 이날, 또 다른 손님 이자도어는 목적을 숨겨 이곳을 찾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의 모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서류에 회원들의 사인을 받아가려는 것. 그러나 세상의 돌팔매질을 감당하겠다는 이들은 선뜻 나타나지 않았고 그 일로 파티의 분위기는 싸늘해진다. 그들에게 있어 파라다이스였던 그 공간엔 첨예한 갈등만이 남게 되고, 거기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는데, 십년을 넘게 함께해온 이가 동성애자였던 것이 드러나는 계기로 인해 꽃길만 있을 줄 알았던 신입생 조나단은 극한의 모멸감과 함께 36계 줄행랑을 친다.

이 연극이 흥미로운 지점은 소수자들 역시 평범한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다. 이 작품에서는 크로스드레서들의 평범함을 평범하게 호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생활방식이나 개인사 등은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풀어내는데, 그러한 그들이 결국 자신의 실리를 따지면서 벌이는 갈등과 대립은 그 자체만으로 ‘나’, 또는 ‘우리’라는 느낌을 준다. 이는 그들이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아닌 일반인들이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은 곧 우리라는 역설을 내놓는다. 더불어, 과연 사람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 그래서 나는 지금 무엇으로 행복한가. 

특히, 이 모임을 정식모임으로 인정받으려는 이자도어는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동성애자를 극히 혐오하는데, 그는 크로스드레서들은 자신의 외모만을 여성으로 바꾸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어떠한 악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반드시 이번 기회를 통해 동성애자와 자신들의 다름을 설파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바로 세워야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자신도 소수자이면서 또 다른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어서 ‘도 긴 개 긴’의 어리석음을 보여주지만 2016년의 현재라고, 일반인들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지금 시대야 말로 사회적 지위, 직업, 학벌, 성별, 인종 등의 이유로 온갖 편견 속에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가해자와 피해자를 반복하며 살아가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조지는 리조트의 운영이 점차 어려워지자 그를 타계할 방법으로 크로스드레서들의 모임이 정식 단체가 되면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자도어에 동조해 이를 밀어붙이는데 그의 이면에는 자신의 여성성 ‘발렌티나’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숨어있다. 헌데, 만약 그가 앞으로 자신의 여성성 ‘발렌티나’로 살아가는 것이 평범해진다면 그의 아내 리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미 그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리타는 절망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면서도 숨죽여 그의 처분(?)을 기다릴 뿐인데, 마침 부상을 입은 자신의 아버지를 데리러 ‘슈발리에 데옹’을 찾은 판사의 딸이 평생의 한을 담아 그들에게 비수 같은 말들을 쏟아낸다. 이자도어의 자신감에 찼던 주장마저 비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이다. 과연 그들은 이후에도 그곳에 모여 마냥 행복할 수 있었을까. 리타가 절망과 함께 뱉은 푸념.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은 결국 조지의 여성성 ‘발렌티나’의 집이 되어 ‘까사 발렌티나’가 되었을까.

이 작품의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단연 신-구 조합이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케미다. 기자가 공연을 관람한 20일(토) 첫 공연은 윤희석(조지/발렌티나), 정연(리타), 유일(조나단/미란다), 문성일(마이클/글로리아), 신창주(알버트/베씨), 김대곤(이자도어/샬롯), 장용철(판사/에이미), 정상훈(테어도르/테리), 김난수(일리아노)가 출연했다.

극의 전체를 이끌어가는 조지/발렌티나의 윤희석은 그야말로 능구렁이다. 캐릭터의 긴장과 완화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극 전체의 초-후반 뒤틀린 분위기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주고 그의 애드리브는 무대 위 배우들에게까지 웃음을 유발하는데 그 또한 극의 흐름에서 더 할 나위 없는 시너지를 낸다.

조지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서 결혼 후 현재까지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는 리타의 정연은 헛웃음에서조차 그녀의 속내를 느낄 수 있다. 그녀야말로 이 작품 속 최고의 신 스틸러이자 활력이다.

‘슈발리에 데옹’에 첫 입성한 조나단/미란다의 유일은 그의 여장을 보는 순간 크로스드레서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오죽하면 조나단이 미란다로 완벽하게 변신한 순간, 여성 관객들에게서 한탄 섞인 감탄이 터져 나와 웃음을 자아내는데, 한 마디로 ‘그 미모 남자로 쓰려면 나나 줘’ 뭐 그런 거다. 특히 이번 ‘까사발렌티나’를 통해 연극무대에 처음 선 그는 뮤지컬 ‘로기수’,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보다 한껏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이 작품에서는 누구 하나 미흡한 캐릭터를 찾아볼 수 없다. 개연과 부연이 단단한 각각의 캐릭터를 노련하게 움직이는 배우들의 합은 단연 이 작품의 백미다. 또한 그들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여운은 잘 만들어진 연극의 여흥을 만끽할 수 있다.

한편, 연극 ‘까사발렌티나’는 오는 9월 11일(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DCF대명문과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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