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불타는 고려산 진달래산행

  • 입력 2013.05.08 11:11
  • 기자명 유형상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화는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아침7시 조금 넘은 시각 버스는 엷게 낀 안개사이를 뚫고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읍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직까지 잠에서 설 깬 강화의 맨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굳은 표정으로 길을 걷는 학생들, 부지런히 빗자루로 길을 쓸던 노파, 막 자리를 펴고 물건을 진열하는 노점상들과 함께 강화는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고려산 산행을 계획할 때 첫 번째 고려한 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그 다음이 일찍 산행 하자는 것, 마지막이 역 산행을 하자는 것이다. 즉 남보다 발 빠르게, 남보다 불편하게, 남이 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행을 하는 것이 결국은 편하게 여행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여행을 하기 시작 한 뒤 10년이 지난 다음에야 깨달았으니 내 감각이 무디긴 무딘가 보다.

 

강화터미널에 도착해 대게의 사람들이 등산하는 백련사나 청영사에서 미꾸지고개로 향하는 역순인 미꾸지고개에서 청련사로 향하는 등산로를 택했다. 미꾸지고개를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다 비슷한 34번 버스기사분께 물으니 내려 조금만 가면 된단다. 바로 버스에 오르니 이내 출발을 한다. 시골버스는 노인분들의 사랑방이다. 시끌벅적한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소란스런 이야기를 싣고 한적한 시골길로 내쳐 나간다.

20여분 후 다운리 정미소부근에 우리를 내려놓고 “저 위 언덕이 미꾸지고개이니 즐거운 산행하세요.” 하고 인사까지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도 이런 친절은 이젠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국민의식수준이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미꾸지고개에서 등산화를 조여매고 카메라를 꺼내 목에 걸고 길을 올랐다. 길은 고려산이 육산이어서 그런지 부드러운 흙길로 계속 이어졌다. 20여분 길을 걸으니 차소리 조차 몸을 감춰 저벅거리는 발자국소리와 헉헉 거리는 숨소리만이 우리를 뒤따랐다. 그 때 먼 곳의 새소리가 아직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나의 감각을 깨웠다. 꾀꼬리소리이다. 어릴 적 노오란 꾀꼬리들이 지천으로 많았는데 이제는 어쩌다 깊은 산 숲속에 가야만 그것도 소리만 들을 정도로 귀한 새가 되어 버렸다.

항상 걷는 여행을 할 때는 눈과 귀를 모두 열어 내 감각을 총동원한 채 여행을 하는 게 내여행스타일로 굳어졌다. 그래서 발밑에 깨알 같은 꽃을 찾아낼 때, 반가운 새소리를 들었을 때 그 기쁨은 여행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출발 후 약 40여분에 큰 봉우리에 올랐다. 옆으론 눈이 시릴 정도로 진분홍의 진달래들이 합창을 불러댔다. 우리는 그곳에서 간단한 아침을 해결하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길을 재촉했다. 조금 가니 조그만 암봉같은 봉우리가 나타났다. 이곳부터는 약1km 암릉 구간이다. 암릉 이래야 워낙 바위가 없는 산이니 바위가 조금씩 보여 암릉이라 했을 뿐 등산에는 아무런 지장을 주지는 못했다.

 

약 10여분 후 낙조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낙조봉은 사위가 탁 트여 일망무제의 바다가 펼쳐져 바다 쪽으로 지는 해가 압권이라 하나 아직 보진 못했다. 여기서 고려산 정상이 2.7km, 멀리 정상이 조망이 되었다. 아래로는 적석사로 가는 이정표가 나 있었다. 그리고나서 이어지는 부드러운 길, 실은 부드럽다기보다 흙먼지 풀풀 날리는 그런 길이 소나무 숲속으로 계속 이어졌다. 숲속에는 관목인 진달래가 사람 키보다 훨씬 크고 굵기 또한 어른팔뚝만한 크기로 자라 분홍의 꽃을 피워 소나무와 어우러져 황홀경을 연출했고, 진달래 꽃 위로 떨어지는 햇살에 꽃이 속살을 드러내고는 부끄러운 듯 살포시 바람에 몸을 맡기고는 이리저리 몸을 흔든다. 우측으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군이 자리를 했으나 관리는 소홀해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이 많이 보였다.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솔숲길로 오르고 내리길 반복, 내가면으로 향하는 길이 있는 삼거리를 지나 3,4분 걸어가니 갑자기 온산이 환해진다. 이리 봐도 진달래 저리 봐도 진달래, 진달래 천국이요 진달래 꽃밭이었다. 약2시간을 호젓한 산행을 하다 이제 한두명씩 사람들과 마주쳤다. 8년 전에 이곳에 와 진달래꽃을 실컷 보고 갔었는데 또 그 진달래와 마주쳤다. 그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인공적인 구조물이 많아졌다는 것, 그래서인지 진달래 속으로 사람들이 오가지 않는 다는 것이다.

 

진달래를 그야말로 즐겼다. 아니 만끽을 하고 하산길에 들어섰다. 헬기장으로 다시 올라 먼곳에서 고려산을 보고는 길을 돌려 내려가는 코스는 청련사 코스, 이 코스도 어렵지 않은 흙길이다. 그러나 하산하는 과정에 인파와 마주쳤다. 거의 여행 끝 무렵까지 호젓하게 여행을 했는데 하산길에 올라오는 인파와 마주 한 것이다. 그러나 어차피 내려가는 길이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30여분을 내려가니 청련사가 나왔다. 청련사는 유서깊은 절이지만 퇴락하여 1979년 다시큰법당을 지은 절로 비구니절이란다. 차라리 그 앞을 차지한 수령300여년의 느티나무가 주인공인 냥 더 고티가 난다. 내려오는 길 건너편 먼 곳에는 산벗꽃이 만개를 했고 서글프게 뻐꾸기 울음소리만이 고요한 산골을 메우고 있었다. 어쩌면 알을 낳자마자 자식과 이별하는 서글픈 자신의 운명을 노래 하듯..........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