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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설움, 운명의 기로에 선 세 사람의 비극. 영화 <해어화>

  • 입력 2016.04.04 22:43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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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해어화(解語花)'란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기생이자 예인을 일컫는 말로 일제시대에는 기생도 허가제가 되어 기생은 예인을 양성하는 기관이자 당시 기적에 오른 기생들을 총괄하던 기생학교인 '권번(券番 )' 에 기적을 두고 활동할 수 있었다. 권번에 소속된 기생은 예의 범절, 서화, 기조, 창, 가야금, 유행가, 일본 노래 등 가무와 풍류는 물론이고 예능과 교양을 겸비한 교양인으로서 대우 받았다. 당시 평양 기생 왕수복과 선우일선을 비롯해 기생 출신의 가수들이 데뷔했고, 라디오 방송에서 권번 기생을 빼놓고는 방송이 불가능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박흥식 감독이 연출한 영화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 가수를 꿈꾸는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다.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기생 학교 ‘대성권번’. 빼어난 미모와 탁월한 창법으로 정가(正歌)의 명인이자 최고의 예인으로 불리는 소율(한효주)과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타고난 목소리를 가진 연희(천우희)는 권번 선생 산월(장영남)의 총애와 동기들의 부러움을 받는 둘도 없는 친구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윤우(유연석)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작곡하려 하고 윤우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소율은 예인이 아닌 가수를 꿈꾸게 된다. 하지만 윤우는 우연히 듣게 된 연희의 목소리에 점차 빠져들고 소율과 연희는 노래 ‘조선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엇갈린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 <해어화>는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를 부르게 된 연희, 그리고 정가(正歌)를 부르지만 한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소율이라는 두 여인의 운명과, 그리고 사랑인줄 알았던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사랑으로 가슴겨워하는 한 남자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무엇보다도 두 시간여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세 명의 남녀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빛나게 한다. 영화 <한공주>로 연기의 참면모를 관객들에게 선사한 천우희의 연기는 <해어화>에서 만개한 듯 절정의 연기를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영화 속 천우희가 부른 '조선의 마음'은 그 시대의 아픔을 담아낸 애절한 목소리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심금마저 울릴 정도로 천우희는 빼어난 노래실력을 뽐낸다.    한효주는 사랑을 이루지 못해 점점 악독해지는 소율 역을 맡아 생애 최초 악역 연기를 펼친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노인 모습의 연기 또한 영화의 마지막을 수려하게 장식한다. 한 여자를 향한 마음이 사랑인줄 알았지만 새로운 사랑으로 다시 가슴을 졸이는 남자를 연기하는 유연석은 사랑과 꿈을 버리지 못하는 작곡가 윤우를 온전히 연기한다.
  <해어화>는 청춘시절, 꿈과 사랑으로 괴로웠을지언정 그래도 그때처럼 치열하게 사랑하고 마음을 쏟아부었던 그 시절이 더 좋았음을 그 때는 왜 몰랐을까...라고 추억을 감내하는 영화의 마지막 모습으로, 한으로 맺혀있던 과거의 아픔을 아우른다.
  다만 영화는 일제 말기 온갖 수탈과 전쟁의 말미에 괴로웠을 시대의 아픔을 잘 녹여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긴다. 설움, 운명의 기로에 선 세 사람의 비극을 담아낸 영화 <해어화>는 4월 13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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