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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모산 무등산

  • 입력 2012.12.20 20:24
  • 기자명 유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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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덜컹하는 요동으로 잠을 깼다. 전날 교통사고 후유증인지 찌푸등한 몸은 최악의 컨디션을 예고하고 있다. 창밖을 보니 을씨년스런 모습을 한 터미널로 버스가 미끌어져 들어서고 있었다. 3년전 도보여행시 한밤중에 담양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잠시 들렸다 간 기억이 있어서 낯설지는 않았다. 겨울 무등산을 가기 위해 다시 찾았다.

원래 한라산 등반 계획을 잡았다 취소하고, 백운산 칠족령을 계획했다 갑작스런 폭설 소식으로 갑자기 방향을 바꿔 계획한 무등산, 광주의 모산이자 호남의 명산인 무등산(無等山)은 비할 데 없는,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 이라는 뜻으로, 광주와 화순, 담양에 걸쳐있는 높이 1,187M의 완만하고, 식생의 밀도가 높은 토산(土山) 이다.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나오자마자 상행선 버스를 예매 후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밥을 먹고 난 후 혹시 올지 모를 통증을 미리 예방하고자 근육이완제를 입에 털어 넣고 정류장으로 가 증심사행 버스에 올랐다.

약35분 후 버스는 한적하지만 한쪽으로 아웃도어 매장이 즐비 한 곳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이곳이 증심사입구란다. 그러나 절 입구가 소란하다. 기호1번, 기호2번 하며 대통령선거의 열풍이 조용한 산사입구까지 점령한 것이다.

증심교를지나자 그제야 조용한 산길 느낌이 든다. 길옆으로는 한겨울이 무색하게 푸른 이끼와 남부지방에서 흔하게 보는 마삭줄이 아직도 푸른기를 머금어 겨울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벌써 봄을 느끼는 기분이다.

 증심사를 지나 질퍽이는 약간 경사진 길을 걸어 오르니 커더란 당산나무가 앞을 막아섰다. 우리는 그곳에서 커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두꺼운 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가벼운 차림으로 다시 길을 재촉했다. 다시 질퍽이는 길을 지나 넓은 능선 길 쪽으로 나가니 갑자기 밀리는 안개가 발목을 잡아맨다.

 우리는 서로의 머리를 보며 큭큭 웃었다.

“아니, 1시간도 안 됐는데 왜 그리 늙었어?” 그렇다 하얀 안개가 머리 위에 내리고 그것이 다시 얼어 머리가 하얗게 변했으니 늙었다고 할 수 밖에....

안개속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놀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10여분 더 오르니 중머리재가 코앞이다. 중머리재는 고갯마루가 넓은 초원지로 마치 스님의 머리 닮아 '중머리[僧頭峯]'이라고도 한단다. 고갯마루에 오르니 한길 앞도 구분이 되지 않는 지독한 안개가 앞을 가려 한겨울 이불 뒤집어쓰고 쿡쿡 기침을 하는 결핵환자의 가슴팍처럼 답답함이 가슴을 콱 막는다. 지체하지 않고 그냥 길을 올랐다.

아래 계곡에는 마삭줄이 푸르름을 자랑했다면 이곳을 어르다 보니 인동덩굴이 아직도 푸르름을 유지하며 잡목사이를 점령하고 있었다. 점점 말수는 줄어들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헉헉대는 숨소리와 질퍽대는 발소리가 우리를 동무하며 따라 온다. 약 25분을 올랐을까 용추 삼거리가 나올 무렵 갑자기 숨통이 트이는 듯 하더니 안개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밀리고 하는 반복이 계속되었다. 발밑은 눈이 질퍽거리며 녹고 있고 일부는 돌 사이로 얼어붙어 힘든 발길을 더 힘들게 붙잡고 있다. 언뜻 언뜻 파란 하늘이 열리는 사이 우리는 마지막 언덕을 올라서고 있었다.장불재 쉼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억새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가을 등산객의 사진 촬영 명소 이다. 좌측 멀리 왼쪽 높은 봉우리가 서석대, 오른쪽 절벽처럼 보이는 곳이 입석대가 보인다. 우측으론 군부대가 주둔 해 있다. 그리고 아래쪽으로는 융단처럼 구름이 펼쳐져 장관을 이로고 있었다. 무등산에 흔해 빠진 돌기둥은 쉼터의 입구 표지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다시 커피 한잔으로 식어가는 몸을 덥히고 입석대를 향해 길을 나섰다. 오르는 길 양 옆으로는 갈대 우거진 수풀사이로 부러진 기둥모양의 주상절리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되돌아 본 장불재 쪽은 낙타봉을 운해가 휘감고 넘어 굽이쳐 흐르고 있었다. 장불재를 지나 200m 지난 지점부터 주상절리대가 시작되어 조금 더 가면 입석대가 나온다.불쑥불쑥 하늘을 찌를 듯 한 거대한 돌기둥들이 사열을 하듯 도열을 하고있었다. 입석대는 무등산의 정상 1,017m 지점에 있는 돌기둥의 무리이다. 무등산의 대표적인 절경의 하나로 높이 10∼15m의 돌기둥이 반달모양으로 둘러서 있는 석경은 다른 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운 경관이다. 돌기둥은 5∼8면체의 각석(角石)이며, 하나의 바위기둥이나 3,4단의 돌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 서석대로 가는 길에 올려다본 하늘이 어찌나 파란지 파란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 같다.입석대에서 서석대로 가는 중간지점에 승천암이란 묘하게 생긴 바위결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용이 승천하였다는 승천암은 실제로 하늘을 향해 올라간 모양이다. 올라가는 사람들 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길을 오르고 있었다.마침내 최종 목적지 서석대. 해발 1,100m 많이 올라 왔다. 표지석 뒤로 무등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보인다. 현재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민간인 등반은 여기 까지 이다. 무등산 옛길 종점 표지판도 보인다. 선조들이 이용했던 무등산의 옛길을 얼마 전 복원 했다한다. 사면은 구름바다가 이어지고 그 구름들은 산등성이를 휘감고 돌다가 사라지고 또 사라졌다가는 이내 파도처럼 밀려 환상적인 정경을 연출 해 냈다. 서석대 방향으로 길을 내려서니 돌기둥이 병풍처럼 펼쳐진다.무등산도립공원측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주상절리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위해 8개월동안의 공사를 거쳐 2008년 12월 서석대(1,100m)를 개방하였다. 개방된 등산로에 나무판을 깐 산책로를 만들었고, 산책로는 서석대에서 조금 떨어진 입석대(1,017m)까지 이어져있다. 등산로 위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며 다시 길을 나섰다.북사면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다져진 눈이 녹기 시작하여 미끄럽고 질퍽하여 자칫하면 미끄러지기 쉬워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 그리 10여분을 내려가니 차츰 눈도 줄어들고 이내 임도를 만났다. 장불재로 가는 임도는 꼭 스믈스믈 봄볕이 아스라이 내리는 것 같아 잠시 계절을 잊게 했다.장불재에서 다시 옷을 정리하고 하산길을 재촉했다. 그리곤 50분만에 주차장에 도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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