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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철쭉산행

  • 입력 2012.05.21 08:15
  • 기자명 유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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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40분 : 남원역도착

3시10분 : 정령치 도착, 옷을 껴 입고, 화장실 다녀 옴, 3시40분 출발 처음은 평탄 10여분 가니 계속 오르막.약 20여분 가니 남원 시내의 불빛이 찬란하게 보임. 고리봉(1305) 정상부분 나옴

5시30분 : 쉬어가며 주먹밥 먹음

6시00분 : 세걸산 정상도착(1220). 예상시간보다 약50분 늦음. 물을 마시고 잠깐 사진을 찍음. 이곳에서 멀리 바래봉과 팔랑치가 보임. 약 20여분을 더 가니 헬기장 나옴

6시27분 : 세동치 도착 다시 산을 오르고 내리길 반복

6시49분 : 1140고지 도착

7시29분 : 부운치 도착

7시39분 : 1123고지 도착, 발아래가 철쭉 군락지임. 철쭉옆에서 아침을 먹음, 이리저리 사진을 찍음

8시50분 : 팔랑치 도착

9시30분 : 바래봉 도착

10시00분 : 바래봉아래 갈림길 도착

10시20분 : 하산

11시30분 : 주차장 도착

12시00분 :  운봉읍 버스정류장 도착

바래봉은 우리나라 3대 철쭉 군락지중 한 곳으로 3대 철쭉 군락지는 황매산, 소백산, 바래봉을 말한다. 산의 형상이 꼭 스님의 밥그릇(발우, 바리때)을 엎어 놓은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발우봉, 바리봉 이라 했던 것을 음이 변해 바래봉이라 했다한다. 바래봉은 지리산 주능선이 노고단에서 살짝 내려선 성삼재에서 만복대, 정령치, 고리봉을 지나 세걸산, 세동치, 부운치, 팔랑치로 이어지는 지리산 서부능선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1971년 우리나라와 호주 간 면양 시범 목장 계획에 의해 국립종축장 운봉지장이 처음 설립된 이후 1990년대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바래봉 방목이 중단되기까지 바래봉 일대에 방목한 면양들이 독성이 있는 철쭉만 남기고 잡목과 풀을 모두 먹어버림으로써 자연적으로 철쭉만 남아 군락을 형성한 탓이다. 산철쭉의 독성은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으로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즉, 철쭉에는 살충력이 있고 재채기를 유발하는 '그라야노톡신(grayanotoxin)'이란 독성물질이 들어 있음이 학술적으로도 밝혀졌다. 양떼들에게 20여년간 주변의 많은 나무와 울창한 숲들도 희생이 됐지만 점차 무성해진 산철쭉은 오히려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해마다 그곳에서는 운봉애향회와 운봉읍이 주관하는 지리산 '바래봉 철쭉제'가 바래봉 기슭에서 열린다.

그 곳만을 올라갔다 온다면 왠지 아쉬울 것 같아 정령치를 들머리로 고리봉-세걸산-세동치-부운치-팔랑치-바래봉을 거쳐 운봉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했다.

밤10시10분 영등포에서 일행을 조우하고 열차에 올랐다. 산행 초보인 동료 2명의 야간산행이 조금은 걱정이 되었으나 일단은 산에 가서 걱정을 하자하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차창밖으로 금요일밤의 열기가 가득한 네온사인이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이내 잠에 빠졌다.

남원역, 문을 열고 광장에 나가니 한기가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광장 한 쪽으로 택시들이 즐비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맨 앞의 차에 올라 정령치로 향했다. 3시10분, 이리저리 짐짝처럼 흔들리는 우리들을 바람이 부는 고갯마루에 떨구고 방향을 바꿔 횅하니 멀어져간다. 우리는 빛을 쫒아 빛이 비추는 곳으로 향했다. 화장실이었다. 그곳에서 점퍼를 꺼내 걸치고 신발끈을 조이고 산행을 시작했다.

평탄하고 고른 등반로를 지나 10여분 가니 본격적으로 등반이 시작되었다. 간간히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와 열이 오른 몸을 식혀준다. 이제는 빛도 사라져 헤드랜턴으로 비춰지는 부분 외엔 캄캄 절벽이다. 좌측으로는 남원시내의 새벽 불빛이 졸음 가득한 눈을 가늘게 뜬 채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일행들의 말수도 점점 줄어 헉헉거리는 숨소리와 저벅저벅 발소리만이 우리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야간 산행은 백미는 잡생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위는 고요하고 또 어두워 랜턴이 비추는 방향만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다른 쪽에 시선을 둘 수도 없고 다른 소리에 귀 기울 필요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30여분 만에 오른 고리봉, 그것이 고리봉이란 걸 표지안내판이 알려 줄 뿐 어둡기만 해서 어디를 봐도 산 정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힘든 산행을 계속 세걸산을 약200m 쯤 남겨놓았을 때 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등산 초보자들을 생각해 그곳에서 쉬기로 했다. 동료가 싸온 주먹밥과 물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다시 산행을 재촉 10여분만에 헉헉대며 세걸산에 올랐다. 우리의 예상시간에 50분이나 늦은 시간이다. 배낭을 잠시 내리고 멀리 지리산 줄기가 보이는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멀리 팔랑치가 보였다. 다시 20여분을 더 가니 헬기장이 나왔다. 그리고 내려가니 바로 세동치이다.그리고 오르내리길 반복  약 20여분 더 가니 1140고지이다. 멀리 팔랑치의 철쭉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20분을 더가 부운치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약40여분을 더 가니 1123고지이다. 텐트를 치고 야영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해는 이미 뜬 지 오래인데 아직 자는 지 기척도 없다. 아래로는 철쭉의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래봉도 손에 잡힐 듯 보인다.그 곳에서 아침을 먹자 조르는 동료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래로 내 달렸다. 그리고 카메라를 꺼내 정신없이 이리저리 뛰니 허기가 진다. 사진 찍기에 골몰하는 동료들을 불러 철쭉사이의 그늘 잔디위에 자리 잡고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시원한 물이 식도를 타고 내린다. 때때로 눈을 내리 누르던 졸음이 화들짝 놀라 달아난다.

다시 팔랑치로 이동하며 사진을 찍었다. 꽃이 많은 듯, 화려한 듯 보였으나 가까이 가보니 2일전이 절정이었던 듯 빛을 조금씩 잃어갔다. 나도, 동료들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시계를 보니 너무 지체한 듯싶어 다시 바래봉으로 향했다.

 

바래봉, 정령치를 떠난 뒤 6시간 만에 도착을 했다. 멀리 지리산을 조망하고 10시에 삼거리에 내려와 쉬면서 아이스케키를 사먹고 바로 하산을 했다. 하산길은 돌을 깔아 놓은 약 5km의 임도로 보행자들에겐 최고의 무릎피로도를 제공하는 길이다. 실제로 나도 내려오는데 무릎을 주물렀을 정도이니 알만한 도로이다. 내려올수록 사람이 밀려온다.저 많은 인파가 계속 올라가는데 바래봉에 핀 철쭉보다 더 많으면 어찌될까 하는 엉뚱한 상상이 든다. 11시30분 주차장 도착 8시간 만에 아래로 내려왔다.

서울행 열차, 동료가 가져온 복분자주를 한 모금 마셨는데 몸이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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