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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KBS 연기대상, 공동수상 남발에 트로피만 51개..'민망'

  • 입력 2022.01.01 05:49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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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021 KBS 연기대상' 대상 지현우 / 제공=KBS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2021 KBS 연기대상 시상식이 참 민망한 지경이다. 연말 시상식이 이제는 넘버원을 가리기보다 두루 챙기는 의미로 변형되었다고는 하지만 명색이 시상식인데 가히 '출연상' 급이다.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성시경, 김소현, 이도현의 진행으로 '2021 KBS 연기대상'이 열렸다. 이날 대상의 주인공은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의 지현우가 깜짝 수상했다. 역대로 KBS 주말극의 아버지, 어머니를 연기한 대선배들이 대상 트로피를 가져갔던 것에 비하면 오랜만에 파격적인 시상이었다.

그러나 대상을 제외하고 일일극, 주말극, 미니시리즈 각 부문의 조연상, 우수상, 최우수상은 물론 청소년연기상까지 공동수상이 아닌 부문이 드물고, 생애 단 한 번이라는 신인상은 남녀 총 6명에 베스트 커플상은 이름도 무색하게 7팀이 선정됐다. 트로피만 무려 51개다. KBS 드라마에 주, 조연으로 출연했는데 상 하나 못 받으면 창피한 지경이다.

▲ 사진='2021 KBS 연기대상' 최우수상 (상좌부터 시계방향) 차태현, 이도현, 김소현, 박은빈 / 제공=KBS

깜짝 대상을 차지한 지현우는 “'신사와 아가씨' 대표로 받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요즘 촬영 중에 식당에 가면 어머님들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반찬도 챙겨주시고, 그런 것에서 사랑을 많이 느낀다. 드라마 보는 게 낙이라고 말씀해주시는데, 항상 이분들께 힘이 되고 즐거움을 줄 수 있고, 마음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감수성을 전달하고자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날 신인상을 차지하기도 한 상대 배우 이세희를 언급하면서 “신인이라 제가 많이 고생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제가 세희 씨한테 감사하다. 세희 씨의 존재로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날 ‘신사와 아가씨’는 지현우의 대상을 포함해 김사경 작가의 작가상, 박하나의 우수상, 지현우·이세희의 베스트 커플상, 서우진의 청소년연기상, 이세희의 신인상 등 6관왕을 차지했고, 박은빈·로운의 대활약으로 KBS 드라마 연말 분위기를 끌어올린 ‘연모’ 역시 박은빈의 최우수상·인기상, 로운의 신인상·인기상, 박은빈·로운의 베스트커플상, 최명빈의 청소년연기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이어 ‘오월의 청춘’이 5관왕, ‘달이 뜨는 강’, ‘경찰수업’이 4관왕, ‘오케이 광자매’, ‘달리와 감자탕’이 3관왕, ‘암행어사:조선비밀수사단’, ‘희수’, ‘학교 2021’ 등이 2관왕을 차지했다. 작가상 외에 촬영, 미술과 같은 제작 부문 시상이 없는 데도 배우상만 20개 부문에 50개의 트로피를 수여했으니 공동수상 남발이 당연했다.

▲ 사진='2021 KBS 연기대상' 신인상 (상좌부터 시계방향) 로운, 나인우, 김요한, 이세희, 정수정, 박규영 / 제공=KBS

그렇게 고루 퍼줬으나 정작 상을 받은 배우들의 기쁨도 같을지는 모르겠다. 대표적으로 ‘연모’의 로운과 ‘달이 뜨는 강’의 나인우, ‘학교 2021’의 김요한이 공동 남자 신인상을 차지했는데, ‘연모’의 로운의 활약은 두 말이 필요 없고, 특히 ‘달이 뜨는 강’의 나인우는 배우 교체로 7회부터 긴급 투입됐음에도 작품에 잘 녹아들어 월화극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에 그 공이 혁혁했다. 그뿐인가, VOD 교체를 위해 1~6회까지의 주인공 분량을 새로 촬영하는 생고생도 있었다. 두 배우의 공동수상이라면 기꺼이 인정하고 축하할 만했으나 ‘학교 2021’ 김요한의 끼어들기는 실소를 자아냈다. 덜컥 16부작 주연을 맡았지만, 주인공으로서 무게감도 연기력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인데, KBS가 ‘신인등용문’이라고 자랑하는 ‘학교’ 시리즈의 주연이니 신인상은 줘야 했을까,

마찬가지로 여자 신인상은 ‘달리와 감자탕’의 박규영, ‘경찰수업’의 정수정, ‘신사와 아가씨’의 이세희가 공동 수상했는데, 어쨌든 상이라고 받았으나 박규영이 무슨 죄인가 싶다. 시청률이 모자랐을 뿐 순수하게 연기력만 보자면 최우수상도 노려볼 만했다.

▲ 사진='2021 KBS 연기대상' 베스트커플상 / 제공=KBS

반면 주목할 부문도 있었다. 남자 최우수상에 ‘경찰수업’의 차태현이 이름값은 했다 치면 ‘오월의 청춘’ 이도현의 수상은 단연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도현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오월의 청춘’에서 황희태 역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로 위태롭고 안타까운 로맨스에 힘을 실었다. 다소 짧은 연기 경력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주인공으로서 작품을 끌어가는 힘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더불어 ‘오월의 청춘’은 고민시, 금새록, 이상이, 오만석 등 주, 조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으뜸으로 꼽히며 호평 속에 막을 내린 바 있는데, 그에 힘입어 이날 고민시가 우수상을, 금새록이 조연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21 KBS 연기대상은 소(小)를 잡고 대(大)를 놓친 듯하다. 일부 시상으로 파격과 안정을 꾀했으나 21개 부문에 무려 51개의 트로피를 수여하면서 스스로 '출연상' 급 퍼주기 시상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이는 지상파 3사 연기대상 시상식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시상식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면서 골고루 나눠준들 의미가 있을까.

이하, '2021 K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명단.

▲대상=지현우('신사와 아가씨') ▲남자 최우수상=이도현('오월의 청춘'), 차태현('경찰수업') ▲여자 최우수상=김소현('달이 뜨는 강'), 박은빈('연모') ▲남자 우수상 미니시리즈 부문=김민재('달리와 감자탕'), 정용화('대박부동산') ▲여자 우수상 미니시리즈 부문=권나라('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고민시('오월의 청춘') ▲남자 우수상 장편드라마 부문=윤주상('오케이 광자매') ▲여자 우수상 장편드라마 부문=박하나('신사와 아가씨'), 홍은희('오케이 광자매') ▲남자 우수상 일일드라마 부문=류진('속아도 꿈결') ▲여자 우수상 일일드라마 부문=소이현('빨강 구두'), 한다감('국가대표 와이프') ▲남자 조연상=이이경('암행어사: 조선비밀수사단), 최대철('오케이 광자매') ▲여자 조연상=함은정('속아도 꿈결'), 금새록('오월의 청춘') ▲남자 드라마스페셜 TV시네마상=박성훈('희수') ▲여자 드라마스페셜 TV시네마상=김새론('그녀들'), 전소민('희수') ▲남자 인기상=로운('연모'), 진영('경찰수업') ▲여자 인기상=김소현('달이 뜨는 강'), 박은빈('연모') ▲작가상=김사경('신사와 아가씨') ▲남자 신인상=김요한('학교 2021'), 나인우('달이 뜨는 강'), 로운('연모') ▲여자 신인상=이세희('신사와 아가씨'), 정수정('경찰수업'), 박규영('달리와 감자탕') ▲남자 청소년연기상=서우진('신사와 아가씨'), 조이현('오월의 청춘') ▲여자 청소년연기상=이레('안녕? 나야!'), 최명빈('연모') ▲베스트커플상=김소현·나인우('달이 뜨는 강'), 김요한·조이현('학교 2021'), 김민재·박규영('달리와 감자탕'), 이도현·고민시('오월의 청춘'), 박은빈·로운('연모'), 지현우·이세희('신사와 아가씨), 차태현·진영('경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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