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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창근, 무명부에서 일약 '국민가수'.."앞으로도 무대에서"

  • 입력 2021.12.31 14:01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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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창근/제공=n.CH엔터테인먼트, TV조선

[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1993년 대학가에서 노래를 시작해 1999년 정식 앨범 발매와 함께 데뷔했건만 20여 년 무명가수였다. 스스로 오디션에 어울리는 가수인지 의문도 있었다. 그러나 대중은 그의 진정성에 기꺼이 화답했다. TV조선 K팝 오디션 ‘국민가수’에서 제1대 국민가수에 등극한 박창근의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TV조선 글로벌 K팝 오디션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는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집계로 최종회 18.849%를 기록했을 정도로 대성공한 프로그램이다. 한풀 꺾인 K팝 오디션 분위기를 다시금 끌어올렸고, 탑10에 오른 참가자들은 현재 가장 핫한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박창근의 우승은 단연 화제다.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승부’에 연연할 것 같지 않은 초연함과 고수의 내공이 담긴 덤덤함은 오히려 그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됐다. 일반인이 참여하는 오디션은 일단 대중이 익히 알법한, 그러면서도 자신의 역량을 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선곡이 당락의 결정적 요소로 꼽히는데 박창근은 최종 라운드인 결승 2차전에서 자신의 자작곡인 정규 4집 수록곡 ‘엄마’를 들고 나왔다. 그의 마니아들이나 알법한 곡이지만, 막상 노래가 시작되자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그렇게, 20여 년 음악 외길을 달려온 그가 마침내 ‘떴다’. 이제는 번듯한 팬클럽도 생겼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n.CH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국민가수’ 탑10의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박창근은 우승 상금을 어떻게 쓸 계획이냐는 물음에 좀 민망하다고 너털웃음을 지으면서도 빚을 갚은 후에는 그동안 음악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이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탑10 멤버들에게 선물을 하나씩 한다는데 그것이 “편의점 단위”라고 말해 현장을 폭소케 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돌아가서 일단 빚을 좀 갚고 싶고, 집에 누전, 누수도 좀 수리하고, 그리고 제가 이렇게 자존감을 지키면서 노래하고 음악을 창작하고 공연을 하고 또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지인분들에게 보답을 좀 하고 싶고요. 그리고 이 약속은 꼭 지켜야 할 것 같은데 우리 (멤버들) 한 선물 하나씩, 일단 단위는 편의점에서 가능한 것으로(웃음). 그리고 또 욕심은 제가 관계하고 있는 ‘맑고 향기롭게’라는 단체에, 제가 홍보대사로 있는데 제가 해드린 게 너무 없어서, 좀 드릴 수 있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전투력 제로’의 경연 참가자에게 대중이 열광했다. 감성을 건드리는 노래, 인위적이지 않은 진정성에 시청자는 주목했다. 그의 무대로 ‘힐링한다’는 평이 많았던 이유다. 방송 버프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나 박창근은 앞으로도 직접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무대로 자신을 ‘활용’해주었으면 바람이다.

“연예인, 엔터테이너 개념의 길로 일단 시작이 됐다고 하지만, 저는 모르겠어요. 저라는 캐릭터는 조금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온전히 그냥 극장에서 관객들하고 같이 울고 있는 그런 시간을 많이 마련한 그런 가수로 저를 사용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방송에서도) 제가 거리 공연을 오랫동안 하면서 축적됐던 것들, 제 몸에 그냥 체화된 것이 나온 건데 좋아해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창근은 애초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갈 계획이 없었다. 그는 1999년 정규 1집 발매로 정식 데뷔한 이후 지난 2020년까지 EP, 싱글 앨범 등을 거의 매년 발표할 정도로 포크씬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가수다. 비단 방송에 나오지 않는다고 무명가수로 통하는 것도 억울한데 방송에서도 '무명부'로 출전하게 됐다. 제작진 측에서는 드라마틱한 반전을 노린 것일 수 있겠으나 그의 음악을 아는 이들은 박창근이 왜 무명이냐고 지적했고, 박창근 역시 이날 "무명가수라는데, 우리끼리는 '우리가 왜 이름이 없냐'고 한다"고 말하기도. 

당시 출연 제안을 받고 거듭 거절했으나 프로그램 작가의 이야기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그러나 방송이라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버리지 않았다. 경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신이 우승까지 거머쥐게 되자 박창근은 우승 소감으로 “너무 많이 온 것 같다”는 소회를 전한 바 있는데, '찐'으로 솔직한 심정이었던 듯하다. 

“사실은 제안이 왔었어요. 작가님이랑 계속 오랜 이야기를 했는데, 한번은 작가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제 말이나 제 생각이나 모두 존중하는데, 그래도 박창근 씨의 행위나 노래하는 모습, 노래들, 목소리, 그런 것들을, 일반 대중들도 그것에 갈구하는 분들이 계실 거다. 이분들은 또 궁금해하실 수 있지 않나. 나가서 한번 보여봐라, 저한테도 또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이런 얘기들이 저에게 좀 움직임을 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 회 할 때 제가 ‘이런 모습으로 노래해 왔던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가겠습니다’라고 멘트를 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 마음이 저는 그냥 계속 그대로였어요. 해서 '너무 많이 갔다'는 말도 있었죠.”

출전할 마음은 없었으나 막상 후배들과의 시간은 정말 좋았다고 한다. 90년대만 해도 대학가 위주로 순수 음악 동아리가 많아 주로 선배들에게 음악을 배우고 영향을 받았다. 72년생 아날로그 감성 세대인 박창근이 오랜만에 많은 음악 후배와 함께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명색이 서바이벌이기에 혼란도 컸다. 방송을 통해 눈물을 보이거나 한 것도 그러한 정서적 충돌이었다.

“팀 미션 같은 걸 하면서는 다 그렇겠지만, 우리 친구들이 좋아졌어요. 진짜 마음도 좋아졌고, 음악을 갈구하는 모습들이, 저는 후배분들이 이렇게 음악을 하고 싶어 하고 뭔가 궁금한 것도 많고, 그런 것들을 나누는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고요. 그런데 이제 경연이다 보니까 저희가 무대에서는 싸워서 이기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야 또 시청자들도 재미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부분이 굉장히 머리가 복잡했고, 그런 요구를 받았을 때 힘들고 그랬어요. 그래서 정서가 좀 불안정했죠. 정말 수고 많이 해주신 우리 제작진분들도 ‘무대에서는 약간 좀 방송에 나올 모습을 좀 보여달라’고, 그때 좀 많이 힘들었어요(웃음).”

실상 방송 버프는 2,3년 가지 않는다. 각종 오디션에서 두각을 보였던 이들이 재차, 삼차 다른 오디션에 참여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방송가 풍경이 됐는데, '국민가수'는 오랜만에 높은 화제성과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만큼 비로소 무명을 털고 진짜 국민가수로 꾸준한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우승자 박창근을 포함한 ‘국민가수’ 탑10은 2022년 2월 26~27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투어 콘서트에 나설 예정이다. 이 서울 콘서트 티켓은 이미 매진됐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전국투어에서는 탑10의 단체 무대가 다수 포함될 예정이라는 귀띔과 함께 향후 행보에 성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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