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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주’ 서현진이 욕먹어야 드라마가 산다

드라마 리뷰: 신들의 만찬 part3

  • 입력 2012.03.13 11:02
  • 기자명 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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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많이들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살리에르 증후군’이라는 병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무한도전’에서 정형돈이 언급하여 유명해진 ‘살리에르 증후군’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상황을 빗대어 말한 것일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살리에르가 실제로 모차르트의 재능을 질투하였는지 역사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적인 재미를 위한 극적설정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역사가들이 많다. 이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살리에르 증후군’이 마치 실제로 존재하는 병처럼 여겨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사회에 ‘2인자 컴플렉스’가 만연하다는 반증이나 다름없다. 아닌 게 아니라, 지독한 엘리트 중심사회인 대한민국에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오로지 1등만을 추구한다. 오죽하면 올림픽에서조차 동메달-은메달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만 영웅대접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1등만이 주목받고 부와 명예를 독점하는 사회이다. 하지만 사회 전체를 통틀어도 1등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상위 1%인 것이다. 반면에 1등이 되지못한 나머지 99%는 단순한 부러움과 동경을 넘어서 자괴감과 패배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것이 바로 ‘살리에르 증후군’이라 포장된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2인자 컴플렉스’의 실체라고 볼 수 있다. 워낙 ‘2인자 컴플렉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드라마에서도 2인자가 더 큰 주목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례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을 놓고 남주인공과 서브남주가 3각 관계를 형성했을 때, 시청자들이 남주인공보다 서브남주를 더 응원하는 현상이 자주 벌어지곤 한다. 또한 ‘선덕여왕’에서 보여진 ‘덕만 vs. 미실’의 대결에 있어서도 여주인공보다 2인자이자 악역인 ‘미실’이 더 큰 인기를 누렸다.

‘신들의 만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남주인공 ‘최재하(주상욱)’보다 서브남주 ‘김도윤(이상우)’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만 한 것이 ‘최재하’는 어느 순간부터 우유부단한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며 캐릭터의 매력이 정체된 반면에, ‘김도윤’은 감추어져 있던 개인스토리가 하나씩 밝혀지며 ‘나쁜남자’로서의 매력이 갈수록 진해져가고 있다. 2인자가 더 주목받는 현상은 비단 남주인공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주인공들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실제로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여주인공 ‘고준영(성유리)’보다 서브여주 ‘하인주(서현진)’에게 더 큰 공감을 보이고 있다. ‘고준영’을 타고난 재능을 내세워 ‘하인주’가 천신만고 끝에 이룬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빼앗으려 드는 ‘민폐녀’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고준영(성유리)’은 ‘하인주(서현진)’에게 자신이 응당 누려야할 것들을 모두 빼앗겨 버린 채 천애고아로서 고생하며 자란 피해자이다. 비록 주 무대인 ‘아리랑’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지는 않았지만, 우도에서 ‘하인주’보다 더욱 혹독하게 실질적인 후계자 수업을 받기까지 했다. 따라서 ‘고준영’이 뒤늦게 ‘아리랑’에 나타나 ‘하인주’와 경쟁을 벌이는 것은 결코 민폐일 수 없다. 오히려 제자리 찾기의 과정이라 봐야한다. 또한 ‘고준영’이 지금까지 ‘아리랑’에서 친 사고들은 능력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하인주’의 음모로 인하여 생겨난 것들이었다. 이처럼 실제로는 ‘고준영’이란 캐릭터는 ‘민폐녀’가 아니라 피해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고준영’을 ‘민폐녀’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시청자들이 ‘고준영’이란 캐릭터보다 ‘하인주’라는 캐릭터의 관점에서 드라마를 바라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식의 시청경향이 계속되면 드라마가 대박을 칠 수 없다는데 있다. ‘신들의 만찬’의 스토리는 ‘고준영(성유리)’이 ‘하인주(서현진)’의 방해와 음모를 뚫고 한식 요리사로서 성공하게 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하인주’가 아닌 ‘고준영’의 성공스토리가 전면에 내세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시청자들이 공감-응원해주지 않으면 드라마가 대박을 치기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하인주’에게로 향한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준영’에게로 돌려놔야만 한다. ‘하인주’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악녀로 만들어서라도 시청자들로 하여금 ‘고준영’의 성공을 바라고 응원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잊지 말아야만 하는 것은 그림자는 빛을 더욱 밝게 만들어주는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림자가 빛보다 더욱 강해지면 그때는 어둠이 초래된다. 마찬가지로 악역의 궁극적인 목적도 어디까지나 선역을 빛내주기 위한 것임을 제작진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사진=‘신들의 만찬’ 캡쳐]

 

※ 본 컨텐츠는 TV스토커(TVstalker) 공식 블로그에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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