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애틋한 연인의 해후,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되는 비극

드라마 리뷰: 해를 품은 달 13~18회

  • 입력 2012.03.09 13:12
  • 기자명 이정현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꾸 떠오르는 기억들에 혼란스러워 하던 무녀 월(한가인)은 극적으로 ‘허연우의 기억’을 다시 되찾는다. 모진 고문 끝에 내 이름이 월이 아니라 허연우라는 것, 부모님이 나를 버리기는커녕 아직도 너무 많이 사랑해주신다는 것, 심지어 아버지는 본인의 손으로 예쁜 딸을 그렇게 보내버렸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자결시고 어머니는 아직도 자신이 그리워 울고 계신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허연우는 지난 날 이 나라의 세자빈이었고, 지금 무녀 월로서 사랑하는 것처럼 과거에도 이훤(김수현)을 그토록 사랑했다는 것 모두를 기억해냈다.

그리고 잃어버린 지난 8년을 재구성하고 다시 되찾기 위해 숨을 고른다. 누가 적군이고 아군인지 구별하기 힘든 상황. 하지만 그 속에서도 명확하게 빛났던 건 허연우의 존재가 더 이상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8년 동안이나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두 남자, 훤과 양명(정일우)의 사랑이다.

애초에 충격과 슬픔 속에 단단히 봉인되어 있던 연우의 기억이 봉인 해제 주문이라도 맞은 듯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한 건 훤과 운명적으로 8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허연우를 다시 데려온 건 정말 8년 동안이나 그리 절절한 순애보를 보였던 훤의 간절한 마음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한편 월이 혼란스러워하며 지난 8년의 기억을 더듬으려 할 때, 같은 여자에게 두번이나 반한 훤 역시 그 세월을 주의 깊게 되짚어보고 있었다. 월을 만난 이후부터 훤의 직감은, 분명 연우의 죽음에는 어떠한 흑막이 있어서 억울하게 죽게 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형선(정은표), 운(송재림)과 트리오를 결성하며 본격적인 사건 수사에 돌입한다. 그리고 마침내 실로 놀라운 추리력을 바탕으로 그 모든 사건의 전말과 연루된 사람의 리스트까지 파악해내고, 연우와도 감동적으로 재회에 성공한다.

이렇게 8년 만에 해후한 연인의 모습은 잠시나마 보기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시작되는 비극이 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더랬다. 훤은 사랑하는 여인이 억울하게 잃어야만 했던 그 8년의 세월을 어떻게든 보상해주고 싶지만 그러려면 자기 가족을 단죄해야만 하는 딜레마를 앞두고 있고, 양명은 결국 이승에서 자신에게 허락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에 허탈함, 내지는 무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양명이 늙은 너구리 영상 앞에서 종묘제례의 제주 자리와 연우를 원한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을 때 식겁할 수 밖에 없었다. 원작의 스포대로 간다면 그대로 비장하고 장렬한 최후가 되겠지만, 곱씹을 수록 양명의 인생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휘리릭 몰아서 보니 아무래도 타이트한 리뷰 쓰기는 조금 힘들었는데, 이번 주 종영이 되기 전이나 아니면 그 후에라도 <해를 품은 달> 캐릭터들에 대한 짤막한 단상들은 써내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러면 이 드라마를 좀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사랑을 잡자니 가족이 울고, 사랑을 하자니 여기저기서 방해꾼들의 공작이 쉼 없이 이어지고. 훤과 연우의 애절한 감정을 따라 새삼 놀라운 체감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해를 품은 달>은 이렇게 종영을 앞두고 있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당연히 그럴 수가 없을 거란 예감에 왠지 모르게 씁쓸해진다.
 

 


※ 본 컨텐츠는 TV스토커(TVstalker) 공식 블로그에서 제공되었습니다.

저작권자 © 연예투데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