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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뮤지컬 '블루레인', 고전의 묘미 현대적 각색으로

  • 입력 2021.04.04 08:5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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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인간의 성찰을 담은 고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각색한 뮤지컬 '블루레인'이 더욱 탄탄한 완성도와 함께 재연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블루레인(제작 (주)씨워너원, 작/연출 추정화, 음악 허수현)’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선과 악의 경계라는 주제를 친부 살해라는 파격 소재를 이용해 흥미롭게 풀어낸다. 원작 속 배경을 1990년대 후반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의 한 가정에 대입시켜 원작의 본질적인 메시지는 물론, 거짓과 진실, 죄와 벌에 대한 참 의미를 고찰케 하고자 했다. 2018년 DIMF를 통해 첫선을 보여 DIMF 창작 뮤지컬상과 2019년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연출상을 차지했고 이후 2019년 대학로 무대에서 정식 초연을 선보였다.  

23일 오후,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뮤지컬 ‘블루레인’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루크’ 역의 테이, 윤형렬, 양지원, ‘테오’ 역의 김산호, 임강성, 임정모, ‘존 쿠리페르 역’의 최민철, 박시원, 최수형, ‘헤이든’ 역의 고은영, 허혜진, ‘엠마’ 역의 한유란, 김명희가 참석했다.

먼저 2년 만에 돌아온 ‘블루레인’에 대해 초연부터 함께한 최수영은 “제목만 들으면 낭만적이고 로맨틱하게 느껴지는데 사실 주제도 무겁고, 하지만 그 안에 사랑도 있고 인간의 타락한 면모와 선과 악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다.”며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고 음악도 좋다. 정말 재밌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역시 초연부터 함께한 조환지는 이번 시즌에 대해 “2년 전에는 DIMF를 준비하던 것도 있었고, 준비 기간이 얼마 없어서, 짧은 시간에 보여드릴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지금 준비한 것에 비하면 많이 비어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것을 많이 채웠고, 채운만큼 무대와 텍스트와 배우들이 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소극장 무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퀄리티의 조명과 또 배우들이 워낙 연기도 노래도 잘하셔서 어떤 캐스팅으로 보셔도 ‘블루레인’이라는 작품을 잘 즐기고 가실 수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더욱 탄탄한 ‘블루레인’을 자신해 기대를 모았다.

 

‘블루레인’은 자신의 이익 외에 아무 관심도 없는 탐욕주의자 존 루키페르가 자신의 저택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후 장남 테오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되고, 그의 이복동생인 변호사 테오가 변호를 맡는다. 루크가 아버지를 살해한 진범일지 사건을 쫓아가다 보면 사건이 일어나 그날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악인을 죽이는 게 나쁜 것일까?’

작품 속 소재가 파격적이다 보니 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 ‘펜트하우스’에 비교되는 모양이다. 이에 ‘존’ 역으로 출연 중인 최민철은 “존과 주단테라는 인물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정말 냉정하게 이용하고 악마 같은 희생을 강요하면서 목적을 이루는 사람이다 보니 둘이 닮았다고 얘기하시는 거 같은데, 그렇게 보면 비슷한 것 같다. 둘 다 죄의식이 없고 가족까지 이용하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한다면, 제가 존에게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존은 신과 천국을 부정하면서 살아서 천국을 누리는 것만이 우리가 천국에 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죽은 후 멀리 생각하는 것보다 살아서 쟁취하고 누리고 욕망하는 것을 이루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것은 결국 곧 돈일 것”이라며 “개처럼 벌어 개처럼 쓰는 인물”이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막장과 고전은 한 끗 차이라는 말도 있다. 여러 고전 작품들에서도 불륜, 패륜, 배신, 탐욕 등과 같은 소재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고전이 고전으로 통하는 이유는 인간으로서 되새겨야 할 여러 본질을 관찰하게 하는 깊이에 있다.

이에 한유란은 “펜트하우스와 비교되는 건 감사하지만 사실 ‘블루레인’은 선과 악에 대한, 인간의 본능에 관해 이야기다. 루크를 따라가다 보면 선과 악에 대해 어떻게 마주하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준다.”며 “한 3주간 테이블 회의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별로 놓치고 있던 서사를 바꾼 것들이 있는데, 그런 것이 잘 표현된다면 단순히 자극으로 표현되기보다 관객분들이 마지막에 극장을 나갈 때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윤형렬은 “(고전의 의미가) 어떤 인물에 내 가치관을 투영해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면, 저희는 그런 해석의 여지를 최대한 줄여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각색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들은 ‘루크’의 서사를 중심으로 봐 달라는 포인트로 입을 모았다.

테이는 작품 ‘블루레인’과 ‘루크’ 역에 대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원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각색해서 ‘블루레인’ 만의 이야기를 풀어낸 거여서, 거부하고 싶은 아버지의 존재를 살의를 가진 아들들이, 결국 그의 유전자를 가지고 그만큼의 폭력성과 욕망을 향해 가는 인간의 욕망을 나타냈다고 생각한다.”며 “루크로 참여하면서, 어린 시절 학대와 불우한 환경 속에 ‘신은 없다. 있다면 아버지를 벌해줬겠지’라고 생각했던 인물인데 그것을 같이 견뎌낸 엠마의 메시지를 듣고 ‘신은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것 같고,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신과 같은 존재의 믿음으로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 해서 엠마와의 장면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루레인’의 주인공은 루크”라고 힘주어 말했는데, 이에 같은 ‘루크’ 역의 윤형렬은 “존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강렬해서 주인공으로 볼 수 있는데 사실은 루크가 주인공이라는 걸 잊지 말아 주시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루크가 변화하는 과정, 인간에 대한 마음이나 사랑, 희생, 용서를 가지고 신의 존재의 유무가 아닌 사림이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사일러스에게 전달해가는 서사가 주된 이야기”라며 “그 인물의 변화를 (루크 역을 맡은) 주인공으로서, 관객분들에게 여실히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재치 있게 전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뮤지컬 ‘블루레인’은 무대 전체를 하나의 어항과 같이 묘사한다. 아무리 헤엄치고 발버둥 쳐도 결국 작은 어항 속일 세계일 뿐이다. 그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푸른 조명 아래, 배우들이 기댈 곳이라고는 의자 몇 개가 전부다. 오롯이 배우들이 풀어가는 작품이 ‘블루레인’이어서 연극과 같은 높은 밀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박시원은 “‘블루레인’에는 무대 세트나 대도구가 없다. 오로지 의자로만 진행되는데 해서 의자는 저희에게 분신과도 같다. 상황에 따라 집이 되기도 하고 공간을 나눠주는 장치로도 이용하지만, 캐릭터의 심리를 보여주기도 한다.”며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저희가 의지할 수 있는 건 배우와 의자밖에 없다. 해서 그렇게 활용하고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캐스팅 중 사일러스 역의 김태오는 앞서 뮤지컬 ‘오!캐롤’, ‘오디션’, ‘꽃보다 남자’ 등에 이어 뮤지컬 ‘그리스’의 주인공 대니 역으로 활약한 바 있는데, 전작 ‘스모크’에 이어 ‘블루레인’까지 배우들로 하여금 높은 밀도를 요구하는 추정화 연출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전과 다른 이미지 변신은 물론 배우로서 성장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김태오는 “배우가 작품을 만났을 때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캐릭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배우 자체가 성장하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스모크’를 하면서 처음 알았다. 그만큼 다루고 있는 주제가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해서 저는 작년 여름쯤부터 추정화 작가님의 글을 만나고 읽으면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 철없고 어리긴 한데 그런 과정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고 그런 작품을 한둘 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명희는 “정말 팀워크도 좋았고 배우들 안에서 사랑이 넘치는 연습실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낸 작품인 만큼 현실에 지쳐있고 뭔가 고민이 많고 힘이 빠져 있는 분들이 있다면 우리가 만들어낸 작품을 통해서 저희의 사랑 가득한 에너지들을 많이 받아가셨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블루레인’은 오는 6월 6일까지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주)씨워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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