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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현장] 안판석 say, #예쁜누나 #손예진 #정해인 #보편성 #음악 #사명

  • 입력 2018.04.26 08:3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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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끝까지 착한 드라마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빤한 드라마는 되지 않을 전망이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63컨벤션센터 별관 로즈마리홀에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안판석 연출을 비롯해 손예진, 정해인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와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예쁜 누나'는 윤진아(손예진 분), 서준희(정해인 분)의 진짜 연애를 무기로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6%대를 돌파하면서 4월 둘째 주까지 드라마 화제성 1위를 차지했고 현재까지도 손예진, 정해인은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에서 1,2위를 나란히 달리고 있을 정도로 ‘예쁜 누나’는 2018년 봄 주말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멜로 퀸’ 손예진과 풋풋하면서 밝은 미소를 가진 정해인의 로맨스 케미는 '예쁜 누나' 앞에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역시 손예진이라는 찬사와 함께 정해인은 ‘국민 연하남’, ‘대세남’ 등의 수식어를 새롭게 챙겼다. 16부작 중 지난주까지 8회가 방송을 마치면서 본격 반환점을 돌게 된 '예쁜 누나‘. 현재까지의 소회부터 앞으로의 이야기까지, 기자간담회를 통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번 편에서는 먼저 안판석 연출의 이야기를 전한다.

안판석 연출은 기자간담회 내내 취재진에게 솔직한 의견을 가감 없이 말해달라고 첨언했다. 연출을 하고 있는 사이에는 기사나 시청자의견을 면밀히 살펴볼 겨를이 없어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재의 ‘예쁜 누나’를 정확히 들어보고 싶다는 의도였다. 이렇듯 작품이 방송되는 중간에 간담회 시간을 만들어 준 JTBC에도 감사하다며 취재진의 모든 질문에 자신 역시 최대한 자세한 답변을 이어 눈길을 모았다. 

먼저, ‘예쁜 누나’가 로맨스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사내 성불평등을 다루듯 전작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에서도 사회적 화두를 드라마에 녹이면서 폭넓은 시청자들에게 고루 사랑을 받은 바 있는데, 그 비결이 무엇일까.

“노하우까지는 아니고, 작품을 만들 때 ‘요즘 뭐가 먹히지?’, ‘요즘 사람들은 뭘 좋아하지?’ 그런 건 전혀 생각을 안 한다. 나 또한 하나의 관객으로, 인간으로 살아오면서 내가 지금 골똘히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재미있어 하는 것들을 항상 메모해놓다가 꺼내서 작품을 하는데, 인간은 다 똑같아서 내 고민, 내 과거의 매력적인 기억들, 그런 것들에는 보편성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런 걸 소중히 다뤄서 훼손이 안 되게 잘 다루는 것이 제 방식인데 아직까지는 그것이 유효해서 지금까지 오게 됐고, 그러한 보편성은 영원히 유효하지 않을까 싶다.”

대본이 지난해에 완성되었다면 최근 불거진 미투운동을 감안한 대본 수정이 있었을까.

“대본은 작년 10월에 완성된 후에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다.”

지난 8회에서 윤진아가 자신의 연애를 아버지에게 고백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30대 중반의 여성이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설정이 현 시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과 함께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그 장면은 김은 작가 선생님이 털어놓을 대목인데, 사실 대본은 이미 작년 10월 초에 완성이 됐고, 그때 자기 친구의 연애담을 들은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에게 털어놓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 작전도 짜고 대본도 써놓고 했는데 아빠 앞에 앉으니 엉엉 울음이 터졌다고 하더라. 처음 듣는 희한한 에피소드인데 공감이 되더라. 윤진아의 1회부터의 모습을 보면 아직 미성숙하고 모르는 게 많은 인물이다. 나이는 30대 중반인데 예전 같으면 이제 20대 중반 쯤이라고 할까, 직장 생활은 제법 유능하고 곤란한 상황을 부드럽게 넘기는 법, 맛있는 식당을 고르는 법 같은 면에서는 굉장히 성숙하지만 한편 인간적인 부분은 미성숙하기도 하다. 그럴 때는 자기도 모를 이상한 짓을 하게 되는데 얼마나 어른이고 얼마나 아이인지, 그런 것들이 표현된 예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윤진아의 위기 때마다 서준희가 구해주는 듯한 설정에 대한 물음도 있었으나 안판석 연출은 이 부분에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사실 준희가 진아를 구해주는 장면은 없다. 진아의 고통의 순간엔 부재했다가 나중에 위로해줄 뿐이다. 다만 진아는 준희를 통해서 자신의 자존감을 깨닫고 성장한다. 마찬가지로 준희도 변해간다. 윤진아의 성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준희의 성장기다. 그 지점이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고 어떤 점에서 성장할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끝까지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서준희를 통한 윤진아의 성장에 비해 서준희의 진화 과정은 그다지 면밀하지 못한 듯하다. 복선이나 이유가 있을까.

“저는 모든 드라마의 주인공은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윤진아다. 서준희는 진아의 인생에 들어온 인물이라고 보시면 될 듯하다.”

윤진아의 상대역 서준희로 로맨스 장르가 처음인 정해인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다면.

“배우를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평소에 주변에 물어보고 메모를 한다. 정해인 씨 추천을 받고 영상 클립을 봤는데 그 전에는 정해인이라는 배우를 아예 몰랐다. 포털에 있는 짧은 동영상 3개를 봤는데, 첫 클립을 보고 마음먹었다. ‘주인공해야 되겠다, 이 사람.’ 오만인지 모르겠지만 연기는 1분 보면 잘하는지 못 하는지 다 안다. 연기라는 게 무서운 거라서 다 드러난다. 과연 주인공을 맡겨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데 잘하는 사람은 다 잘 한다. 또 손예진 씨를 멜로 퀸이라고 하는데 다른 거 없다. 멜로를 잘하면 스릴러도 잘하고 액션도 잘하고 코미디도 잘하고 다 잘한다.“

극중 케미가 워낙 좋아서일까 손예진, 정해인 두 배우가 실제 사귀는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전한 물음도 있었다.

“두 사람이 실제로 사귀느냐는 질문이 오히려 고맙다. 오죽 리얼했으면 그럴까, 그렇게 받아들여진다. 손예진 씨는 커리어의 유지를 위해 드라마, 영화를 고르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품위나 위엄이 느껴진다. 해서 그런 말들이 살짝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극중에서 표현되고 있는 직장 내 성불평등을 마지막까지 얼마나 다루어낼 수 있을까. 

“작가님과 이야기를 짤 때 저널리즘과 같이 짜진 않는다. 저 사람을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자동적으로 될 것 같다 하는 시작점만 준다. 그냥 흥미로운 이야기를 던져 놓는데, 그렇다면 ‘이 사람은 여기에 어떻게 반응할까?’ 그러면서 다음이 만들어지고 작가는 방향을 선택을 한다. 이후로는 작가의 방향성을 믿고 간다. ”

극중 OST가 윤진아, 서준희의 로맨스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는 호평이 자자하다. 'Stand By Your Man', 'Save The Last Dance For Me' 등은 이제 거리 곳곳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음악 선정 등과 같은 부분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음악은 굉장히 중요하다. 지나가다가 어떤 음악이 나오면 순간 당시의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예쁜 누나'를 한다고 했을 때도 음악부터 선정했다. 평소 좋아하는 곡들을 중에 이 곡을 살 수 있을지, 얼마나 비쌀지 생각했다(웃음). 서사만큼 중요한 게 음악이고, 어떤 면에서는 보다 위에 있는 것이 음악이 아닌가 싶다.“

달달한 로맨스 사이 갈등과 화해가 반복되는 구조를 꼽은 질문도 있었다. 앞으로 남은 8부에서는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16부작은 사실 엄청난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장편이다. 그럼에도 타임머신 말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되는 것 말고, 암 말고, 그렇게 16부를 견딜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한 신문에 연재된 글에서 ‘어느 날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아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오늘 넌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그 한 줄이 내 마음을 쳤다. ‘계속 반복되는 거 아니야?’, ‘저러다 싸우고 화해할 거고 또 그러다 화해하겠지?’ 맞다. 또 화해하고 갈등하고 계속 반복된다. 매일이 똑같은 일상인데 어느 날은 기분이 좋고 어느 날은 살기 싫고, 그러면서 겉모습은 똑같지만 그 안의 뭔가가 달라져있다는 것. 그러한 살아가는 자들의 일상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싶다.”

안판석 연출은 끝으로 시청자들에게 성원을 당부하는 말씀을 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스스로의 연출 소신을 더불어 밝혀 눈길을 모았다. 그것은 선배 연출가로서의 사명감이기도 했다.

“드라마를 굉장히 소중히 다뤘으면 좋겠다. 사람의 정서에는 예술이 영향을 주는데,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은 어떤 예술행위를 하고 사는가를 생각했을 때 드라마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드라마는 전 국민이 유일하게 향유하는 예술행위다. 해서 너무나 중요하다. 인간의 마음을 좋게 바꾸려는 드라마에 집중해야 되고 소중히 가꿔야 된다. 오랜 작업 끝에 그런 사명감이 있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보고 있다. 해서 다 같이 소중이 가꾸자, 그런 부탁을 드린다.”

한편,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매주 금, 토요일 밤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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