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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초점] 뮤지컬 '모래시계', 신드롬 원작..위험하거나 흥미롭거나

  • 입력 2017.11.03 11:56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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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한 시대를 풍미한 드라마 ‘모래시계’가 무대 위에서 재탄생한다. 과연 유명 원작의 명성은 뮤지컬 '모래시계'에 득일까 실일까.

1995년 SBS에서 방송된 드라마 ‘모래시계’는 미니시리즈로는 현재까지도 유일무이하게 평일 월, 화, 수, 목요일에 걸쳐 주 4회 방송됐다. MBC ‘여명의 눈동자’ 김종학 연출-송지나 작가가 재차 의기투합하고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 이승연 등의 스타급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10시대 평정을 이미 예견한 초강수 편성이었다. 서울방송이었던 SBS가 적국 방송으로 나아가는 가장 큰 역할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화제와 함께 시청률은 폭발했고 평균 시청률은 무려 50.8%, 최고 시청률은 64.5%를 자랑한다. 평일 10시엔 거리가 한산했고 업소는 일찌감치 영업을 마감하는 곳이 속출해 ‘귀가시계’로 불리기도 했다. 정동진은 일약 관광명소가 됐고 아직 신인에 속했던 배우 이정재까지 단번에 스타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극중 ‘태수’의 일부 대사는 현재까지도 단골 개그 소재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한 ‘모래시계’가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드라마와 뮤지컬, 과연 어떤 장, 단이 있을까. 지난 30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창작뮤지컬 '모래시계'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조광화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을 비롯해 주요 출연진에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 박건형, 최재웅, 박성환, 강홍석, 김산호, 손동운, 이호원이 참석해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제작진이 직접 전한 이야기로 뮤지컬 ‘모래시계’를 들여다보자.

조광화 연출은 뮤지컬 ‘모래시계’에 대해 드라마 ‘모래시계’의 축소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4부작의 전체 스토리를 압축해 2시간 반 안에 태수-혜린-우석의 로맨스에 보다 초점을 맞춰 각색했다는 것. 이 부분에서 드라마 팬이라면 하이라이트 겪인 뮤지컬 ‘모래시계’가 반가울 법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광복 50주년 기념 특집드라마 ‘모래시계’는 그 타이틀처럼 대한민국의 격동기였던 80년대를 배경으로 태수-우석-혜린이라는 세 젊은이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삶을 들여다본 작품이어서 과연 ‘로맨스 위주’라는 것이 애초 작품의 기획의도를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해 조광화 연출은 “24부작 드라마를 2시간 반 정도로 압축하는 것이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편하게 가기 위해서 몇 에피소드만 가지고, 또는 일부를 발췌하고 새로 만들어보려고도 했는데 워낙 원작의 무게가 있어서 그게 안 되더라. 해서 뮤지컬 ‘모래시계’는 원작의 큰 에피소드의 징검다리를 거치게 된다. 다만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지는 부분에서는 과감하게 쳐냈고 이 세 남녀들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가져왔다.”며 “드라마가 방송될 당시만 해도 시대적 배경이 굉장히 민감한 소재였는데 지금은 이미 색다른 이야기가 아닐 수 있을 것이다. 해서 시대의 힘이 젊은이들을 지배하는 쪽으로만 너무 배치하지는 않았다. 보통 이런 스토리는 남성 위주의 힘 있는 스토리가 많은데 이미 송지나 작가는 거기에 멜로를 얹어서 여성분들도 감성적으로 볼 수 있게 해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이야기에 얹어 가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그 시대와 지금이 닮지 않았나 싶다. 당시의 젊은이들이 정치적 상황에 힘들었다면 지금의 젊은이들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가 아닌가. 해서 2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충분히 요즘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드라마 속 명대사는 뮤지컬 ‘모래시계’에서는 사라질 예정이다. 조광화 연출은 이 부분에 대해 “극중 명대사를 뮤지컬에 좀 넣어보기도 했는데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 대사를 읽자마자 다들 빵 터지더라. 해서 유명한 명대사라고 넣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고, 다만 송지나 작가의 감성이 매우 좋아서 다른 부분에서 많이 가져오려고 했다. 또 드라마 속 태수나 재희는 말이 별로 없는 터프가이 캐릭터인데 무대에서는 대사도 있어야 하고 노래도 해야 해서 드라마보다는 감성적으로 소프트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또한 드라마 ‘모래시계’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OST일 것이다. 러시아 가수 이오시프 코브존(Iosif Kobzon)의 ‘백학’이 드라마 ‘모래시계’의 메인 테마로 쓰이면서 국내에서도 큰 유명세를 탔는데, 뮤지컬 ‘모래시계’의 음악감독을 맡은 김문정 감독은 ‘백학’은 원작자가 따로 있는 곡인만큼, 또한 창작뮤지컬인 만큼 새로운 음악들이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드라마 팬들이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정도로 드라마 속 OST가 뮤지컬 무대에서도 간간히 흐르게 될 것이라고.

김문정 감독은 뮤지컬 ‘모래시계’의 음악을 만들면서의 초점을 묻는 질문에 “90년대의 정서와 서정적인 감성을 배제하기 어려웠고 당시 시청자들의 신금을 울렸던 멜로디를 발전시켜서 현대적인 표현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당시의 향수를 불러올 수 있고 그 기대를 대변할 수 있는 선율이 ‘백학’이었던 것 같은데, 대부분 그 멜로디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냐고 많이들 물어오지만 그 곡은 원작자가 따로 있어 사용할 수는 없다. 다만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극중에 간간히 등장하게 될 것이다. 뮤지컬 속 음악도 그러한 정서가 주축이 된다는 것. 당시의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보여줄 수 있는 선율을 지금의 무대 상황에 맞게, 또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해서 복고와 현대의 조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뮤지컬 '모래시계'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가져가면서 드라마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특히 세 남녀의 삼각로맨스를 중심으로 객석 점유율이 월등히 높은 최근의 여성 관객층을 동시에 사로잡겠다는 각오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실상 드라마 24부 중 40여분 분량의 1회당 하이라이트 10분씩만 가져와도 240분, 5분씩 가져온대도 120분이다. 뮤지컬 러닝타임 150분 안에 전체 스토리를 얼마나 녹일 수 있을지는 분명 우려되는 부분이다. 또한 드라마 ‘모래시계’의 영광을 이룬 명대사나 OST의 부재는 또 다른 위험요소 중 하나다. 더욱이 신드롬을 일으킨 원작이라는 점도 초반 관객들에게 기대감으로 작용할 수 있겠으나 반대로 보다 큰 실망감으로 급변할 수 있다.

결국 뮤지컬 ‘모래시계’는 드라마의 향수를 잊을 수 있을 정도의, 무대에서만의 매력을 얼만큼 충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성패가 갈릴 것이다. 이미 검증된 탄탄한 원작과 훌륭한 제작진, 뛰어난 배우들이 뭉친 만큼 뮤지컬 ‘모래시계’가 올 연말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과연 그들은 짜깁기를 넘어 새로운 명작의 탄생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실로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의 야심작, 창작뮤지컬 '모래시계'는 오는 12월 5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이 드라마 속 최민수가 분했던 '태수' 역으로 분하고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가 고현정이 분한 '혜린' 역을, 박건형, 최재웅, 강필석이 박상원이 분한 '우석' 역을 맡아 극을 책임진다. 거기에 박성환, 강홍석이 갈등의 주인공 '종도' 역으로, 김산호, 손동운, 이호원이 '혜린'의 충직한 보디가드 '재희' 역으로 분해 초연의 주역들로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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