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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의 ‘맨투맨’은 왜 김은숙의 ‘태양의 후예’가 되지 못했나.

  • 입력 2017.06.11 07:54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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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김원석 작가는 결국 김은숙 작가가 되지는 못했다.

지난 10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맨투맨(MAN x MAN)'(연출 이창민, 극본 김원석,제작 드라마하우스, 마운틴 무브먼트 스토리)은 애초 김은숙 작가와 ‘태양의 후예’를 공동 집필한 김원석 작가의 단독 집필 작품이라는 점으로 제작에서부터 제 2의 '태양의 후예'를 기대케 하며 화제몰이에 성공했으나 결국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퇴장하게 됐다.

‘맨투맨’은 김원석 작가의 집필에서부터 대세 한류스타로 떠오른 박해진이 주연으로 나선다는 점에서 경쟁사 tvN에 대적할 JTBC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다.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이 최고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이하 동일) 9.668%, 마지막 회 8.947%를 기록하며 JTBC 개국 이래 최고시청률을 경신했고, 그 여파는 ‘맨투맨’ 첫 방송에도 힘을 실었다. ‘맨투맨’은 첫 회 시청률 4.055%를 기록하면서 JTBC 프로그램 중 첫 방송 최고시청률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도봉순’이 밤 11시대로 편성을 변경해 tvN 주력 프로그램들과의 경쟁을 피하면서 득을 보았다는 평도 있지만 금요일 밤 11시는 실상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의 전쟁터다. 더구나 토요일 밤 11시는 예능을 뛰어넘는 화제를 낳고 있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버티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도봉순’ 자체의 활약이 대단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맨투맨’이 방영 중 tvN은 주력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시간대를 당초 8시에서 8시 30분으로 옮겨 KBS 주말드라마의 경쟁을 피하고자 했다. 그 여파로 ‘맨투맨’은 ‘윤식당’이라는 ‘넘사벽’을 만나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OCN ‘터널’까지 상승세를 구가하면서 ‘맨투맨’의 성적은 더욱 초라해졌다. 10회에서는 2.356%까지 떨어졌다. 결국 첫 주 방송인 2회 시청률(4.074%)이 자체최고기록으로 남게 됐다.

그것이 비단 편성만의 문제로 단지 운이 없었던 걸까. 그렇다면 반대로, ‘맨투맨’은 왜 ‘윤식당’이나 ‘터널’이 되지 못했는가.

결국 콘텐츠 자체의 문제다. 만약 ‘태양의 후예’와 ‘윤식당’이 동시간대에 경쟁했다면 ‘윤식당’의 평균 10% 넘는 시청률이 가능했을까. 물론 반대의 경우라도 ‘태양의 후예’의 미친 듯한 고공행진은 장담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김원석 작가는 김은숙 작가와 함께한 ‘태양의 후예’의 성공방정식을 비교적 충실히 따랐다. 남자는 국가의 명령에 움직이는 신분에 여자는 밝고 털털한 성격의 일반인이다. 남자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어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할 처지다. 여기에 남자는 다른 남자와 코믹하면서도 진한 브로맨스를 자랑한다.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이와는 또 다른 동지애가 발동해 한 편이 된다. 시작에서는 강렬한 스케일을 보여주었고, 두 남녀의 로맨스 내지 스킨십의 시작도 제법 빠르다. 중반부를 조금 지날 무렵 남자에게 한차례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위기가 찾아오지만 우여곡절 끝에 살아나는 긴장감을 준다. 모든 갈등이 해소되는 최고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회의 후반이 아닌 비교적 초반부에 마무리하고 각 인물들의 남은 일상을 설명한다. ‘이들은 이후에도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참으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이것 역시 지극히 김은숙 작가의 방식이다.

그렇다면 ‘맨투맨’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장르로만 보자면 ‘맨투맨’은 첩보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상 첫 주 방송을 제외하고는 기대작다운 스케일이나 액션을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첩보물이 이렇게나 말로만 진행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인데 대표적인 첩보물 007 시리즈가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첩보의 ‘과정’에 박진감 넘치기 때문이다. 여기엔 당연 쫄깃함을 배가 할 스케일과 볼거리, 디테일, 액션 등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맨투맨’은 여심을 사로잡기 위한 로맨스를 보다 강조했다. 이 또한 ‘태양의 후예’와 비슷하다 할 수 있겠으나 ‘맨투맨’은 박해진과 김민정의 로맨스에서 어느 한 부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맨투맨’이 보여준 마지막 회에서의 오마주는 더하다. 일련의 사건들이 정리된 후 여자는 이전엔 전혀 알지 못했던 남자의 작전세계에 은근슬쩍 호기심이 발동한다. 한 날은 자신을 찾아온 남자에게 그렇게나 보고 싶었냐며 툴툴대면서도 기분 좋아하는데, 남자는 묵묵부답 말이 없다. 재깍 눈치 챈 여자는 애써 담담하게 가는 거냐, 언제 어떻게 떠나도 기다리지 않겠다, 찾지도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을 거다. 나는 그냥 여기 있을 테니 당신도 그냥 언제든 돌아오라고 한다. 남자는 자신의 남다른 처지를 이해해주는 여자에게 더욱 감동한다. 그렇게 남자는 새로운 작전을 시작하고, 남자의 상관은 그에게 “꼭 살아서 돌아와라. 명령이다”라고 보탠다. 이후 여자는 작전을 위해 떠난 남자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품은 채 남자와 만나기 전과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경험을 한 여자는 내레이션을 통해 한층 성장한 자신을 말한다. ‘맨투맨’ 속 주인공 김설우와 차도하라는 것을 빼면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과 강모연이 문득 떠오르지 않는가. 강모연은 의사였던 만큼 마지막 회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내레이션으로 전한 바 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제 2의 유시진, 강모연이 되지 못했을까. 무엇보다 캐릭터의 매력 부재와 로맨스의 설렘 실종이다. 유시진과 강모연은 오히려 로맨스의 시작이 너무 빨라 시청자들이 과연 그들의 감정선을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고 과거 송중기가 종영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는데, 김은숙 작가의 로맨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유행어로까지 화제가 되는 통통 튀는 대사에 있다. 특히 남자주인공의 짧고 굵은 한 마디는 작품 속에서 또 다른 상황들과 함께 반복 등장하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극적인 설렘을 배가하는데 유시진과 강모연의 빠른 로맨스가 가능했던 것 역시 김은숙 작가 특유의 대사들이 제몫을 톡톡히 했다. ‘태양의 후예’ 뿐인가, ‘애기야~’, ‘그게 최선입니까’, ‘방법이 없지는 않죠’,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 ‘몹시 곤란하군’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대사가 어느 작품 속 누구의 대사인지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맨투맨’에서는 참으로 지지부진한 ‘연애작전'만이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지속됐다. 오히려 그들의 진짜 로맨스를 방해하는 요소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고 국정원 최고의 비밀요원이라는 김설우가 다양한 매력을 노출한 것도 아니다. 차도하 역시 어정쩡하긴 마찬가지였다. 큰 줄기와 방법은 철저하게 성공방정식을 따랐음에도 무엇 하나 제대로 건졌다 말하기 어렵다보니 그나마 2-3%대의 시청률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박해진 때문이었다는 의견들까지 속속 등장했다. 더욱이, 가뜩이나 촌스러운 단발 헤어에 짙게 그린 눈썹으로 자타공인 모태미녀 김민정에게 ‘눈썹만 보인다’, ‘못 생겼다’, ‘여자는 결국 화장이구나’라는 평까지 따랐다. 촬영까지 이미 사전제작으로 마쳤으니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는 실상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부터 감지된 분위기였다. 어딘지 모르게 화면이 예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일단 뚜껑은 열어봐야 되지 않겠는가 했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결국 김은숙이 아닌 이에게 김은숙을 기대한 것이 화근이었을까. ‘맨투맨’이라는 떠들썩한 잔칫집에는 소리만 요란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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