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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도지침', 새 술은 새 부대에 '차가운 온도로' (종합)

  • 입력 2017.04.28 08:2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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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연극 ‘보도지침’이 최근, 대학로에서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번 시즌은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을까.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티오엠(TOM) 극장에서 연극 ‘보도지침’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혁 연출을 비롯해 ‘김주혁’에 봉태규, 김경수, 이형훈, ‘김정배’ 역에 고상호, 박정원, 기세중, 변호사 ‘황승욱’ 역에 박정표, 박유덕, 검사 ‘최돈결’ 역에 남윤호, 안재영, 판사이자 교수 ‘송원달’ 역에 윤상화, ‘남자’ 역에 김대곤, 최연동, ‘여자’ 역에 정인지, 이화정이 참석해 작품 하이라이트 시연과 함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극 '보도지침'은 1986년 제 5공화국 시절, 전두환 정권이 언론계에 내린 보도지침을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와 월간 '말' 지가 폭로한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지난 해 공연과는 또 다른 구성으로 최근 화제 속에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먼저 오세혁 연출은 “이 작품은 80년대에 일어난 실제 보도지침 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이야기다. 처음에는 사건 그대로를 이야기로 가볼까 생각했는데 작품을 만들 당시 실제 재판기록을 읽게 됐다. 재판과정에서의 말과 최후 진술도 읽어 봤는데 그 어떤 연극에서 보았던 독백들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경험을 했다. 이 분들이 하신 말씀이 가장 빛나는 독백이구나, 현실에서 하는 말들이 가장 진실 되고 솔직한 독백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서 이야기가 중심이라기보다는 이 분들의 말, 발언, 연설, 생각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생각하게 됐다. 당시 시대의 이야기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 글들을 다 이 안에 넣었다. 해서 배우들에게도 가장 진실된 상태에서 그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법정이 중심이지만 법정이자 광장이자 극장이라는 포인트로 연극이 벌어지는 무대에서 광장의 토론과도 같은 느낌을 복합적으로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작년엔 작가로만 참여하다가 올해 연출가로 참여하면서는 많이 덜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덜어냄’이라는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작년에 비해 빠진 장면이 있고 추가된 부분이 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필요에 의해 진행됐고, 작년엔 채플린 독백에서 바로 법정으로 넘어오는데 올해는 채플린 독백을 읽는 와중에 교내에 전경들이 들어오면서 흐트러진 유인물. 그것을 읽는 장면이 추가됐다. 가장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말이 무엇인지에 중심을 뒀다.”며 “덜어냈다는 것은, 장면의 온도라는 것이 있다. 작년에는 때가 때인 만큼 시대를 뚫고 가야하는 게 커서 장면마다 온도가 뜨거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야 될 시기인 것 같아서 장면들마다 온도를 좀 차갑게 낮추려고 노력을 했다. 자칫 너무 뜨거우면 강요가 되고 하나의 톤으로 보여질 수 있어서 많이 차가워지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뜨거워질 수밖에 없어서 배우들과 얘기하면서 계속해서 차갑게 해달라고, 뱃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오더라도 머리에서 차갑게 골라서 명치 위로는 뜨겁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 온도 차이가 작년과 올해의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피고인이자 기자 ‘김주혁’ 역을 맡은 봉태규는 7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오면서, 연기생활 17년 만에 처음으로 재미있게 연기하고 있다는 소감을 밝혀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더불어 김경수는 주요 작품에서 안경을 쓰고 출연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가 이번에 안경을 벗고 출연하게 된 이유를 묻는 취재질문에 폭소가 터지기도.

보도에 대한 지침이 문제가 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연극 ‘보도지침’이 반대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여기에 윤상화는 “어려운 질문이다. 보도지침이라는 말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언론에 대해 지침을 내린다는 말이 문제가 있는 것인데 이 작품 안에서 어떤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는 부분은 관객과의 사이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으로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다 연극무대에 첫 도전하는 배우들도 있다. 고상호와 기세중이다. 고상호는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연극은 과거 21살 때 해보고 처음이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꼭 해보고 싶었고 노래를 하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이렇게 우연치 않게 좋은 작품에 기회가 와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해서 열심히 준비를 해서 시작하게 됐고 지금 한 2회 공연했는데 연극은 정말 어렵고 뮤지컬과는 정말 다르구나하는 것을 몸소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 너무 마이크에 길들여져 있었구나, 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 같이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계속 끝까지 노력해가겠다. 대사 부분에서도 실수하지 않도록 그것을 뚫고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저의 몫인 것 같다.”고 전했다.

‘여자’ 역할의 두 배우 정인지, 이화정은 극주 동아리 선배부터 직장 동료, 권력을 상징하는 인물까지 1인 다역을 맡는다. 특히 많은 남자배우들을 호령하는 인물이기도 해서 눈길을 모은다. 이에 정인지는 “이화정 씨와 굉장히 많은 고민을 나눴고 극중 사이사이 치고 빠지는 부분이 굉장히 많은데 그 부분에 있어서 사실 연출님에게 많이 조언을 얻기도 하지만 정말 광장에서 토론하는 것처럼 모든 배우들과 다 같이 조율해나가고 서슴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하는 것이 서로에게 정말 부담스럽지 않은 연습이어서, 배우들에게 많은 힘을 얻었다. 주요 장면에서도 배우들과 함께 이야기하면서 발전시켜나기 때문에 그 분위기는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고 다 같이 만들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극 '보도지침'은 오는 6월 11일까지 대학로 티오엠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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