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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밭 길을 걷는 듯한 시대의 아픔을 위로로 승화시키는 영화! <눈길>

  • 입력 2017.02.13 23:26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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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지난 2월 3일, 와디즈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에서 영화 크라우드펀딩 중 역대 최단 시간인 30분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입증한 영화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두 소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먹먹하게 그린다.
  1944년 일제강점기 말, 같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가난하지만 씩씩한 종분(김향기)은 부잣집 막내에 공부까지 잘하는 영애(김새론)을 부러워한다. 똑똑하고 예쁜 영애를 동경하던 종분은 일본으로 떠나게 된 영애를 부러워하며 어머니(장영남)에게 자신도 일본에 보내달라고 떼를 쓴다. 
  어느 날,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남동생 종길과 단 둘이 집을 지키던 종분은 느닷없이 집으로 들이닥친 일본군들의 손에 이끌려 낯선 열차에 몸을 싣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종분은 자신 또래 아이들이 가득한 열차 안에서 두려움에 떨고, 그때 마침 일본으로 유학간 줄 알았던 영애가 열차 칸 안으로 던져진다.
  이제는 같은 운명이 되어버린 두 소녀 앞에는 지옥 같은 전쟁이 펼쳐지고, 반드시 집에 돌아갈 거라 다짐하는 ‘종분’을 비웃듯 ‘영애’는 끔찍한 현실을 끝내기 위해 위험한 결심을 한다.
  영화 <눈길>은 끔찍하게 아픈 시대를 살아가야만 했던 두 소녀의 이야기를 다른다.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에 올라타 만주까지 끌려간 두 소녀는 감옥같은 방에서 죽는 일보다 더 싫은 강요된 삶을 살게 된다. 부잣집 막내딸로 귀여움을 받고 자랐던 영애는 드높은 자존심에 자신에게 닥친 삶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에 매번 일본군에게 반항하다 얻어맞기가 일쑤다.
  반면에 강한 생활력으로 위안소에 드나드는 쌀장수로부터 조선에 돌아갈 방도를 찾아 수소문하고, 일본인들의 허드렛일을 해주고 조금씩 쌈짓돈을 모으며 종분은 언젠가 꼭 집에 가서 어머니와 다시 만날 날을 그린다.    같은 마을 출신인 영애와 종분이지만 영애는 현실을 부정하며 끔찍한 결심마저 하고, 종분은 그런 영애를 말리며 그래도 살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영애의 신체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곁에서 말동무를 해주며 같은 아픔을 나누는 종분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리고 글을 모르는 종분에게 영애는 글을 가르치기도 한다.
  영화 <눈길>은 두 소녀가 어떻게 위안소에서 버텨나가는지, 그리고 다른 위안소의 소녀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무엇보다도 영화 <눈길>은 격력하고 끔찍한 행위의 장면을 조심스럽게 피해나간다.
  갇혀 지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분노하고 울분을 토하는 영애의 모습으로 그 시대에 강요된 삶을 살아야했던 소녀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그리고 둘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영화는 위안부로 살아야만 했던 아픔을 담담하게 담는다.
  "이렇게 못쓰게 됐는데 어떻게 그래... "라는 종분의 말에 "속이면 되지. 군수공장, 간호부로 갔다 속이면 돼. 난 그럴거야, 아무한테도 말 안할거야"라는 영애의 말은 그 모든 울분과 아픔을 가슴에 쓰라리게 묻고 살아가야만 하는 시대를 대변한다.
   두 소녀가 위안소에서 도망쳐서 걷는 새하얀 눈길은 마치 가시밭길처럼 비춰져 두 소녀의 모든 고통과 울분, 그리고 외롭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투영한다.
  하지만 아픈 시대가 끝나고 할머니가 되어 살아가는 종분(김영옥)은 과거의 아픔을 품에 묻고, 방치되어 살아가는 여고생 은수(조수향)를 보듬는다. 자신이 소녀시절 영애로부터 위안을 받았던 시간을 떠올리며 종분은 아프게 살아가는 은수를 외면하지 않는다.
   받아들일 수 없는 비극 앞에서 혼란을 겪는 영애 역을 맡은 김새론은 감동적인 열연으로 관객들을 감동으로 물들인다. 맑고 서정적인 눈망울로 영애를 끝까지 위로하는 종분을 연기하는 김향기는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마저 담아내며 진실한 연기를 영화 속에서 마음껏 펼친다. 
  <눈길>은 위안부 관련 영화지만 격한 장면이 많지 않다. 남성위주의 시선을 배제하고 류보라 작가와 이나정 감독의 섬세한 시선으로 두 소녀의 죽기보다 더 힘들었던 삶을 영화 속에 녹여낸다. 가시밭 길을 걷는 듯한 시대의 아픔을 위로로 승화시키는 영화 <눈길>은 3월 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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