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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의 ‘나만 배우다’를 이어가는 김영애

드라마 리뷰: 해를 품은 달 1~6회

  • 입력 2012.01.26 17:57
  • 기자명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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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최고의 드라마는 분명 명품사극 ‘뿌리깊은 나무’이다.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극본-연출-연기가 최고의 앙상블을 이룬 ‘뿌리깊은 나무’는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를 통틀어서도 퀄리티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뿌리깊은 나무’가 방영되기 이전에는 어떤 드라마가 2011년 최고의 드라마였을까? ‘시크릿 가든’이나 ‘최고의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주중 드라마 중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싸인’이나 ‘공주의 남자’였던 것일까? 안됐지만 모두 아니다. 그 주인공은 비록 이들 드라마에 비하여 시청률과 화제성은 낮았지만 ‘뿌리깊은 나무’와 마찬가지로 명품드라마라는 평가를 들었던 ‘로열패밀리’이다. 실제로 ‘로열패밀리’는 극본-연출-연기의 앙상블이 ‘뿌리깊은 나무’에 비견될 만큼 뛰어났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로열패밀리’의 크리에이터로서 대본작업에 참여했던 작가가 바로 ‘뿌리깊은 나무’이 김영현-박상연 작가였다. 또한 ‘로열패밀리’를 연출했던 김도훈 PD가 현재 대박을 치고 있는 ‘해를 품은 달’을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로열패밀리’로 인하여 연기 인생에 전환점을 맞은 염정아와 지성이 남녀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비록 ‘뿌리깊은 나무’만큼은 아니지만 ‘로열패밀리’도 작가-연출-연기자가 대한민국 드라마계에서 쉽게 모을 수 없는 드림팀이었던 것이다. 이들이 낸 성적도 놀라웠다. 상반기에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채 방영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저주받았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MBC 수목드라마였음에도 불구하고, ‘로열패밀리’에 대한 입소문이 확산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동시간대 1위까지 차지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로열패밀리’의 성공에서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공순호’라는 캐릭터를 소름끼칠 만큼 열연해준 김영애이다. 한마디로 ‘로열패밀리’의 김영애는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였다. 김영애 역시도 ‘로열패밀리’에서 ‘나만 배우다’의 포스를 선보였던 것이다. 김영애는 ‘공순호’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하여 얇은 하이톤의 목소리를 일부러 굵은 로우톤으로 변화시켰다. 자신의 말이 곧 법이라 여기고, 평범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이하로 취급하며, 이용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적과도 손을 잡는 ‘공순호’라는 캐릭터의 카리스마를 제대로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요즘 재벌 드라마들마다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저거, 치워!’라는 대사를 유행시켰을 만큼 김영애의 굵은 로우톤의 목소리는 ‘공순호’의 카리스마를 상징하였다.

그런데 단순히 재벌가 수장으로서의 카리스마만 어필했다면 ‘공순호’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특별하게 어필되지 못했을 것이다. 카리스마 강한 여장부 재벌회장은 ‘공순호’가 아니라도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공순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카리스마를 내세우면서도 여자로서의 뜨거움을 잃지 않는 캐릭터였다. 며느리 ‘김인숙(염정아)’을 사람이하로 취급한 이유도 여자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시어머니로서의 자존심과 질투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가슴속에 차가움과 뜨거움을 동시에 품고 있는 ‘공순호’라는 캐릭터를 김영애는 실로 멋지게 표현해 내었다. 오죽하면 정작 주인공은 ‘김인숙(염정아)’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순호’가 악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김인숙’보다 ‘공순호’를 더 좋아하고 응원했을 정도였다. 이것이 바로 명품연기가 가진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김영애와 ‘로열패밀리’의 김도훈 PD가 다시금 의기투합하여 선보이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큰 기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순호’를 통하여 그 깊은 맛을 알게 된 김영애의 카리스마 연기를 ‘해를 품은 달’의 대왕대비 ‘윤씨’로 인하여 다시금 맛보게 된다는 사실자체가 시청자들을 무척이나 설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해를 품은 달’은 무명에 가까운 아역들이 주로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18%로서 시작하여 6회 만에 3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 대박을 치고 있다. 비록 ‘해를 품은 달’의 초반대박으로 인한 스팟라이트는 김유정-여진구-이민호-임시완 등의 아역들이 받고 있지만, 1회부터 6회까지 드라마의 중심을 잡아준 인물은 단연 대왕대비 ‘윤씨(김영애)’였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스토리상에서 사건과 갈등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풀어낸 인물이 바로 ‘윤씨’였던 것이다.

‘로열패밀리’의 ‘공순호’가 한 마리의 암사자 혹은 암호랑이 같았다면, ‘해를 품은 달’의 대왕대비 ‘윤씨’는 500년 묵은 능구렁이 같은 캐릭터이다. 실제로 ‘공순호’가 상대를 눌러 굴복시켰다면, ‘윤씨’는 상대의 약점이나 뒤통수를 치는 방법으로서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룬다. 비록 6회 이후로 아역들이 물러나고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겠지만, 여전히 드라마의 중심은 대왕대비 ‘윤씨’일 가능성이 높다. 임금과 무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궁중 로맨스를 지향하는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김수현)’과 ‘연우(한가인)’의 사랑을 방해하는 최종보스 역할을 해줄 캐릭터도, ‘이훤’이 이루고 싶은 조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바로 ‘윤씨’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뿌리깊은 나무’를 통하여 접한 한석규의 열연이 남긴 여운과 아쉬움을 대신 채워줄 연기자도 현재로서는 ‘해를 품은 달’의 김영애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를 품은 달’의 대박은 앞으로 김영애 하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 본 컨텐츠는 토끼풀(TalkyPool) 공식 블로그에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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