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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 할미꽃을 찾아나선 여행

  • 입력 2013.04.08 11:32
  • 기자명 유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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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뜨거운 커피한잔으로 속을 진정시키고 차에 올랐다. 2번째 동강 할미꽃을 만나러 가는 날. 첫 번째는 정선 귤암리로 구경을 나섰고 이번에는 평창 미탄 마하리로 꽃마중을 떠나는 것이다. 지난겨울 미탄 마하리로 접근 칠족령으로 올라 백운산을 찍고 내려오는 산행 계획을 잡았었는데 출발하기 이틀 전 그 지역 폭설로 산행이 위험해 포기하고 봄으로 산행 계획을 미뤄 놨었는데 그 보다 전에 동강할미꽃을 보러 가는 것이다.

차는 장평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어느새 대화를 지나고 있었다. 이곳으로 조금 더 가면 대덕사 물매화 군락지 가는 길인데, 결국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같은 길을 수도 없이 지나다니니 참 우리나라는 좁다는 느낌이 새삼 느껴진다. 

평창을 지나니 산이 거칠어지고 길은 100여미터 앞도 알 수 없는 말 그대로 꼬부랑길로 차가 들어선다. 사정없이 지나는 야산에는 낮은 초록의 나무들이 많이 깔리어 있었다. 차를 세우고 보니 회양목이었다. 회양목(淮陽木)은 석회암지대가 발달된 북한 강원도 회양(淮陽)에서 많이 자랐기 때문에 회양목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이 나무는 특히 석회암지대가 발달된 산지에서 자라는데 경상북도, 강원도, 충청북도, 황해도에서 많이 자라는 나무이다. 조그만 터널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앞이 확 트였다. 동강이 펼쳐지는 것이다. 강을 따라 난 길은 1차선 도로로 차가 오면 약간 넓은 곳에 차를 대고 기다렸다 교행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도로를 조심스레 달리면서 보니 앞에 깎아지른 듯한 산이 계속 차창에 따라 붙는다. 아마 저 아찔한 산이 칠족령이리라. 길 옆 바위틈을 보니 하얗게 돌단풍이 드문드문 꽃을 피웠다. 그렇게 한 1키로 정도를 진행하니 백룡동굴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가방을 메고 백룡동굴 입구로 향했다. 

어차피 백룡동굴을 보러 온 것이 아니기에 동굴입구에서 강 아래쪽으로 내려섰다. 이미 많은 사진사들이 다녀갔는지 길이 반지르르 나 있었다. 바위지대를 약 50여미터를 진행했을까? 바위절벽으로 위태하게 매달린 동강할미꽃 개체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틈으로 희끗하게 피어있는 바위취가 청초하게 아침을 맞이하였다. 여기가 군락지인가? 의아하게 생각이 들수록 개체수가 적다. 그리고 한창의 시기가 지난 듯 지는 꽃이 많이 보였으며 또 먼저 온 사진사들이 사진을 찍으며 약간 시들은 꽃을 다 따 놓았는지 여기저기 꺾인 꽃송이가 널려 있었다. 항상 느끼는 생각이지만 이젠 우리도 각성 할 때가 된 것 같다. 특히 매번 오시는 분의 말을 들으니 올 때 마다 개체가 줄어든다니 보존 방법도 고려 해 볼 문제이다.햇살이 들어온다. 밤새 움츠러들었던 꽃들이 기지개를 켠다. 할미꽃들도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슬슬 문을 열고 향기를 뿜어낸다. 아침이 시작된다. 햇살이 퍼지는 절벽에 붙어 있는 동강고랭이도 수선 피운다.한참을 오르락내리락 사진을 찍으니 힘이 든다. 올해는 시기를 놓쳐 빈약한 할미꽃의 아름다운 자태는 내년의 봄을 벌써 기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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