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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왕도, 마방진의 의미는? - 뿌리깊은 나무 3회

드라마 리뷰: 뿌리깊은 나무 3회

  • 입력 2011.12.26 11:43
  • 기자명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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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노비 한명을 구하기 위하여 ‘태종(백윤식)’과 맞선 ‘세종(송중기)’는 ‘아버지의 조선과는 다른 자신의 조선’을 천명했지만 이를 이루어낼 수 있는 방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못한다. ‘태종’이 칼과 공포로 다스리는 ‘조선’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종’은 다른 조선을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방도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에 좌절을 느낀 ‘세종’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임금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려 한다. 바로 그때 ‘태종’으로부터 자결을 상징하는 빈 찬합이 보내진다. 왕권을 내놓는 것에 그치지 않은 채 목숨까지 내놓아야만 하는 상황에서 ‘세종’은 빈 찬합을 통하여 자신만의 왕도를 깨닫게 된다.


‘뿌리깊은 나무’ 2회의 후반부와 3회 초반부에 등장했던 ‘빈 찬합 에피소드’이다. 이 에피소드는 ‘세종(송중기)’이 자신만의 해답을 찾고 자신이 꿈꾸는 조선을 만들기 위하여 걷기 시작하는 왕도의 첫걸음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인공 ‘세종’의 자아정체성을 설명하는 에피소드로서 드라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에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빈 찬합의 의미와 이를 통하여 ‘세종’이 풀어낸 마방진의 답은 무엇일까? 비록 드라마에서 설명이 되긴 했지만 워낙 빠른 호흡과 흐름 속에서 순식간에 넘어간 게 사실이다. 드라마의 좀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하여 빈 찬합과 마방진의 해답이 가진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태종(백윤식)’이 빈 찬합을 보낸 이유는 ‘세종(송중기)’의 자결을 원한다기 보다는, 해답을 가지고 있진 못하는 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으니 자신에게 절대 복종하라는 의미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3회를 보면 ‘세종’의 대사 중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왜냐하면 저 말고는 대안이 없으시니까요.’ 아닌 게 아니라, 왕권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종’외에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지 못한 ‘태종’이 섣불리 자결을 명할 리가 없다. 그러나 ‘세종’은 절대복종을 상징하는 빈 찬합을 마방진을 푸는 열쇠로서 사용했다. 그런데 그 열쇠가 사실은 ‘태종’이 가르쳐준 것이나 다름없다. 1회를 보면 ‘태종’이 마방진의 틀을 부수어 버린 채 중심에 오로지 ‘1’만을 놓음으로서 마방진을 풀어내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에 힌트를 얻은 ‘세종’도 마방진의 사각 틀을 부수는 파격을 통하여 마방진을 풀어내었던 것이다.

마방진의 틀을 부수었다는 점에서 ‘태종(백윤식)’과 ‘세종(송중기)’은 동일했다. 하지만 해답을 제시하는 방식이 완전히 상반된다. ‘태종’은 방진을 구성하는 숫자들을 모두 없애 버린 채 오로지 1만 남기는 방식으로 해답을 제시한 반면에, ‘세종’은 방진의 틀을 자유자재로 변형함으로서 숫자를 모두 채워 해답을 제시했다. 즉, ‘태종’의 해답이 ‘천상천하 유아독존형’이라면 ‘세종’의 해답은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한 조화와 균형’이라 볼 수 있다. 이후 ‘세종’이 집현전을 만들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학문의 장을 만들고, ‘지랄’-‘젠장’-‘우라질’ 등의 서민들이나 쓰는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도 바로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한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세종(송중기)’이 현실도피용으로 집착했던 마방진 자체가 조화와 균형을 목적으로 하는 놀이이다. 가로-세로-대각선의 모든 합이 동일하게 나와야만 풀리는 마방진이란 조선사회의 동일 계층 간에, 상층과 하층 간에, 그리고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갈등을 풀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세종’의 바람이 담겨있다. 하지만 왕이라는 틀에 갇혀서, 왕으로서 백성들을 굽어보는 입장으로서, 마방진을 풀려고 했기에 해답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빈 찬합을 보고 힌트를 얻은 ‘세종’은 왕이라는 틀을 과감히 벗어던짐으로서 자신의 왕도를 펼칠 수 있는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9.8%(2회) ▶ 18.2%(3회)라는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뿌리깊은 나무’의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비록 지난주에 ‘공주의 남자’의 위세에 눌려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일주일 내내 쏟아진 송중기의 열연에 대한 칭찬을 비롯한 ‘뿌리깊은 나무’에 대한 입소문이 시청률 급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로서 ‘뿌리깊은 나무’는 동시간대에서 ‘영광의 재인’과의 경쟁에 있어서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참고로 ‘영광의 재인’의 1회 시청률은 8.2%에 불과했다. 시청률 50%의 신화를 쓴 ‘제빵왕 김탁구’의 제작진의 신작치고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두 드라마의 경쟁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고, 자고로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로서 기억되는 법이다.


[사진=‘뿌리깊은 나무’ 캡쳐]



※ 본 컨텐츠는 토끼풀(TalkyPool) 공식 블로그에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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