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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나약함과 생존에 대한 강한 의지. 영화 <현기증>

  • 입력 2014.11.04 02:35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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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하지만 단란한 한 가족이 있다. 엄마 순임(김영애)은 큰 딸 영희(도지원)와 사위 상호(송일국) 그리고 고등학생인 작은 딸 꽃잎(김소은)과 살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영희가 아기를 낳자 가족 모두는 행복감에 젖는다. 하지만 순임의 치명적인 실수로 아기가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심한 죄책감과 공포감에 순임은 자신의 죄를 침묵하고 가족들은 그런 엄마에 분노한다. 순임은 점점 감정조절이 어려워지고 가족 모두는 각자 직면한 자신의 고통 때문에 서로를 배려할 수가 없다. 그들이 맞이할 비극의 결말은 과연 무엇일까?    84년생으로 첫 상업영화 데뷔작을 선보이는 이돈구 감독의 영화 <현기증>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무겁고 진지하다. 영화는 한 가족이 어떻게 무너지게 되는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처절하게 그려낸다. 엄마, 큰딸, 사위, 막내딸의 단란한 일상은 한 순간의 실수로 붕괴되어 돌이킬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가족 구성원 모두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괴로워하며 어두운 터널같은 터널에서 몸부림 친다.
  딸의 아기를 실수로 죽게 이르게 한 순임은 죄인이 된 것마냥 다른 가족이 기다리는 집의 현관문을 여는 것조차 쉽지 않다. 흡사 가시밭길을 앞에 둔 것처럼 순임은 집안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 한편 아이를 잃은 딸 영희는 상실감을 주체하지 못해 엄마 순임에게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출하고, 죄인이 된 엄마는 아무도 모르게 숨죽여 오열을 터뜨린다. 영희의 남편 상호는 아기를 잃은 영희의 냉담한 반응을 피해 친구와 술을 마시고 유흥업소에서 위안을 얻으려고 한다. 그리고 막내딸 꽃잎은 학교폭력을 당하면서도 어떻게든 가족의 일상을 다시 세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순임은 손주를 잃은 사건으로부터 현기증이 심해지면서 치매 진단을 받고 망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영희는 아이를 잃은 상실감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할퀴고 상처입히는 말들을 서슴치 않는다. 심지어 위문을 온 동료의 일상적인 대화와 칭찬도 결코 고깝게 듣지 못하고 동료의 등에다 심한 말을 던지기도 한다. 영희는 엄마 순임의 간절한 눈빛에도 눈을 감아버리고 결코 엄마를 용서하지 않으려 한다.
  순임은 죄책감때문에 '치매'라는 병명하에 이상행동을 일삼고, 막내딸 꽃잎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꽃잎 역시 자신이 겪고 있던 괴로움과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그런 꽃잎의 모습을 발견한 순임을 발작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발작으로부터 그렇게 가족의 평범했던 일상은 한 순간에 깊은 나락으로 무너져내린다.   영화 <현기증>은 순임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또 그와는 반대로 생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모순적으로 보여준다. 순임은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현기증'과 '치매'라는 병명으로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지만 결국 순임의 나약함은 생존하기 위한 일종의 도피였을 뿐이다. 생존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는 결국 나약함을 들키고 싶지 않은 인간 본연의 모습임을 영화는 순임이라는 인물을 통해 냉담하게 표현한다. 한 순간의 통제할 수 없는 현기증으로 인해 점차적으로 붕괴되어 가는 가족. 영화 <현기증>은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현실을 그리는 영화지만 인간의 나약함을 전면적으로 날카롭게 폭로한다. 
  순임, 영희, 상호, 꽃잎이라는 각 캐릭터를 소름끼칠 정도로 표현한 김영애, 도지원, 송일국, 김소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 <현기증>은 11월 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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