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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깊이 있는 울림을 담은 아름다운 수작. 영화 <봄>
남궁선정 기자  |  zeno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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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31  01: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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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26년>(2012)으로 드라마의 내러티브를 훌륭하게 살려내는 조근현 감독의 숨막히는 인생찬미를 담은 영화 <봄>은 전쟁과 가난으로 참혹했던 1960년대 말, 한국의 아름다움을 한 폭의 한국화처럼 정갈하고 수려하게 담아낸다. <봄>은 이미 지난 4월에 아리조나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Best Foreign Feature) 수상을 시작으로 다양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최고영화상, 촬영상 등을 수상하여 그 완성도를 가늠케 해준다. 
   
▲ 정숙은 남편이 다시 조각가로서 삶의 의지를 찾기를 고심한다
  1960년대 말, 포항. 송이엄마 민경(이유영)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남편의 전사 소식을 전하러 온 남자가 집에 눌러앉아 폭군처럼 군림하고, 혼자 힘으로 아이 둘을 먹여 살리느라 슬퍼할 겨를도 잊고 산다. 어느 날, 단아하고 고운 여인 정숙(김서형)이 찾아와 민경에게 누드모델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한다. 최고의 조각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정숙의 남편 준구(박용우)는 병을 얻으면서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고 고향으로 낙향한 후로는 준구는 작업도 접고 삶의 의지마저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 안타까움만 쌓여가던 어느 날, 정숙은 남편에게 모델을 찾았다고 한다. 기대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아내에게 떠밀려 오랜만에 작업실을 찾았던 준구는 아내가 찾은 모델 민경의 이상적인 비율을 깨닫고 새로운 작업에 서서히 빠져든다. 하지만 준구의 손은 점점 굳어만 가고 설상가상으로 민경의 남편은 민경이 누드모델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작업실에 쳐들어온다.
 
   
▲ 준구는 민경과 조각 작업을 하며 조각가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되찾는다
  영화 <봄>에 등장하는 정숙과 민경, 준구는 각각 다른 아픔을 안고 있다. 정숙은 사랑하는 남편이 삶에 대한 의지를 잃고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에 아파하고, 민경은 난봉꾼 남편의 학대와 폭력에 지쳐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 힘겨워하고, 준구는 조각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하지만 영화 속 세 인물들은 각자의 아픔을 아픔으로 보듬는다. 아픔을 감내하는 정숙과 민경, 준구는 각자 삶을 바라보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
  정숙은 남편이 작업하는 동안 그의 곁에서 조용히 지지하는 방식으로 그녀의 사랑을 지켜내고, 민경은 절망적인 삶의 현실에서 모델이 되어 또 다른 인생의 길을 발견하며 세상의 빛을 되찾고, 준구는 아내의 묵묵한 헌신으로 조각가로서의 최고 작품을 만드는 일에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
 
   
▲ 아름다운 풍광이 돋보이는 준구의 조각 작업실
  <봄>의 내러티브는 이토록 삶에 대한 찬가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다. 영화 <봄>의 이미지들은 우리나라의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포착한 정경들로 채워져있다. 정숙이 남편을 기다리며 어두운 밤 뚝방다리를 건너는 장면은 절묘한 아름다움을 그려내 관객들에게 감동마저 선사한다. 멀리서 오는 남편을 발견하고 한 달음에 남편에게 달려가는 아내의 모습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감동을 선사한다.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또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찬미. 그리고 아픔도 또 다른 사랑의 이면임을 영화 <봄>은 시종일관 절제된 시선으로 인생을 찬미한다. 사랑이 봄이라면 아픔은 겨울인 것을. 계절이 순환하여 돌아오듯이 사랑과 아픔도 우리의 가슴에 들어오고 나가는 것처럼 영화 <봄>은 찬란한 사랑과 행복이 피어나는 인생의 '봄'을 아름답게 이야기한다.
  <봄>은 인생에서의 아픔을 감내하고 다시 맞이하는 영롱한 봄을 떠올리게 해준다. 감정을 절제하는 배우들의 수려한 연기마저 영화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빛나게 한다. 행복한 시절과 기억이 가슴에 슬며시 스며드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화 <봄>은 11월 2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울림을 담은 아름다운 수작. 영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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